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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영화사적 사건, '기생충' 자체로 기억되길" (종합)
Posted : 2020-02-19 13:49
 봉준호 감독 "영화사적 사건, '기생충' 자체로 기억되길" (종합)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영화 ‘기생충’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부터 오스카까지. 영화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생충'이 지난해 5월 열린 제72회 칸영화제를 시작으로 한국 개봉, 북미 개봉,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까지 무려 10개월 이상 이어져 온 긴 일정의 막을 내렸다.

봉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극영화상(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4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봉준호 감독 "영화사적 사건, '기생충' 자체로 기억되길" (종합)

이날 봉 감독은 "여기서 제작발표회 한 지가 1년이 되어간다. 그만큼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여기 다시 오게 돼서 기쁘다"라고 말문을 뗐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님과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영광된 시간을 보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영화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돌아와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벅찬 소감을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북미에서 오스카 캠페인이라고 불리는 강행군의 일정을 소화했다. 인터뷰만 600개, GV(관객과의 대화)만 100개가 넘었다. 봉 감독은 이 과정을 "게릴라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거대 스튜디오,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었다. 대신 열정으로 뛰었다. 저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 실제로 흘린 적도 있다"라면서 "네온, CJ, 바른손이 똘똘 뭉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돌이켰다.

봉 감독과 현지에서 가장 많은 일성을 소화했던 송강호는 "내가 아니라 그분들,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았다"라면서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제가 작아졌다.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은 걸 느꼈다"라고 오스카 캠페인 소회를 고백했다.

 봉준호 감독 "영화사적 사건, '기생충' 자체로 기억되길" (종합)

인터뷰, 수상 소감 등 현지에서 봉 감독의 말은 대부분 화제가 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을 받은 뒤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해 화제를 샀다.

봉 감독은 "로컬 멘트가 어떤 도발이나 계획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캠페인을 처음 하는 와중에 도발씩이나 했겠나"라면서 "영화제의 성격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칸영화제 등은 국제영화제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 아니겠나.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다가 나온 얘기인데 미국 젊은이들이 트위터에 많이 올렸나 보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얘기한 건 아니다. 대화 중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적나라한 빈부격차의 표현 등에 대해 봉 감독은 "이야기의 본질을 외면하는 건 싫었다.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적인 부분도 있지만, 빈부격차 등 현대사회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한 면이 있다"라면서 "그 부분을 관객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달콤한 장식으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솔직하게 그리는 것이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 보일 수 있어도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우리 동시대 이야기고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뛰어난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 나게 표현했다"라면서 "우리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톤의 영화라서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게 아니겠냐고 스스로 짐작했다"라고 진단했다.

 봉준호 감독 "영화사적 사건, '기생충' 자체로 기억되길" (종합)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 감독이 수상 소감에 언급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봉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봉 감독은 "몇 시간에 읽었다. 저한테 개인적으로 보낸 거라 말하는 건 실례이지만 그동안 수고했고, 좀 쉬라고 하더라. 대신 조금만 쉬라. 나도 그렇고 차기작을 기다리니까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고 편지를 써줬다. 감사하고 기뻤다"라고 말했다.

이미 2017년 '옥자'를 찍고 "번아웃 증후군을 알았다"던 봉 감독은 "없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기생충'을 찍었다. 행복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기쁘다. (나는)노동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이다. 일을 많이 해서 쉬어볼까 생각도 있는데 스코세이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해서"라고 미소 지었다.

이정은은 미국에서 봉준호 감독님의 인기에 대해 "배우로서 제가 일조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아카데미 캠페인에 합류했다"라면서 "두 분(봉준호 감독, 송강호)의 인기에 입을 벌리고 쫓아다녔다. 제 생각에 '기생충'은 미국이나 유럽도 경제적인 문제가 있고 젊은이들이 실업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동시대적인 문제를 재밌고 심도 있게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라면서 "아카데미 캠페인이 경쟁적인 구도로 보이지만 동지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특히 봉준호 감독님이 유머를 잃지 않았던 것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한다"라고 분석했다.

 봉준호 감독 "영화사적 사건, '기생충' 자체로 기억되길" (종합)

'기생충'은 HBO 드라마 시리즈로도 만들어진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빅쇼트' '바이스' 등을 연출한 아담 맥케이 감독이 작가로 참여한다. '기생충'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 동시에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와 마찬가지로 블랙코미디와 범죄드라마 형식으로 깊게 파고들 것"이라며 "5~6편의 에피소드로 완성도 높은 TV시리즈로 만들려고 한다. 마크 러팔로와 틸다 스윈튼이 나온다고 기사가 났는데 공식적인 사안은 아니다. 현재 이야기의 방향과 구조를 논의하고 있다.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다. 아담 맥케이 감독님과 HBO 측과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뎠다"라고 이야기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준비했다. 평소 하던 대로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 또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찍었다. 오늘날 이런 예기치 못한 결과를 얻었지만 목표를 가지고 찍은 건 아니다. 평소대로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했다. 그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부터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건과 이벤트가 있었다. 물론 경사"라면서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한다. 멋진 배우들의 연기, 스태프가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 거기에 들어가 있는 (저의)고민 등 영화 자체로 기억됐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봉준호 감독 "영화사적 사건, '기생충' 자체로 기억되길" (종합)

19일(현지시간)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이날까지 전 세계 매출액 1억 9031만 달러(약 2268억 원)를 달성했다. 북미 누적 흥행 수익은 4433만 달러(약 528억 원)에 이른다. '기생충'은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60만 달러)를 제치고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흥행 순위 5위 올랐다. 곧 4위인 '사랑해, 매기'(4446만 7206달러)의 기록까지 제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기생충' 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극 중 등장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가 다시 인기를 끌고 봉 감독이 직접 쓴 각본과 직접 구성한 스토리보드, 인터뷰 등이 담긴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북 세트'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또한 영화 속 촬영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포구의 '돼지쌀슈퍼'와 기택의 집 주변 계단, 종로구에 위치한 '자하문 터널 계단', 동작구 피자집, '스카이피자' 등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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