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정우성 "高 자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했던 시기였죠"

[Y터뷰] 정우성 "高 자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했던 시기였죠"

2020.02.1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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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정우성 "高 자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했던 시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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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응원해 준 분들이 계셨어요.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가 되면 저보다 더 기다리기도 하셨죠. 기다림과 응원의 시간에 대한 보답을 해드렸다는 기쁨. 그건 틀림없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영화 '증인'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저력을 인정받은 배우 정우성의 말이다. '증인' 이후 정우성이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로 돌아온다. '증인' 이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지만 부담감은 없다.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미소 지은 정우성은 "'증인'에서 순호라는 역할로 특별한 인정을 받은 것에 대한 기쁨은 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상을 받았으니까 더 잘해야 해'라고 부담에 짓눌릴 필요 없이 계속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서 나가야 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Y터뷰] 정우성 "高 자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했던 시기였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 역을 맡아 지금까지 선보였던 젠틀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탈피했다.

"시나리오를 보니까 돈 가방을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에 충실한 영화는 아니더라고요. 많은 인물의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밀도 있게 보여줬죠. 왜 돈 가방에 욕망이 생겼는지 사연이 보였어요. 그 구성이 좋았습니다.“

정우성을 비롯해 전도연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등 많은 인물이 나온다. 정우성은 "태영이 영화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낼지 고민을 했다"라면서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허점을 부각하면 잠깐잠깐 쉬어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전도연과는 연기 인생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이 캐스팅돼서 반가웠다. 더 확신을 가지고 선택했다"던 정우성은 "각자의 길을 걷던 동료 배우다. 현장에서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작업에 임하는지 보고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Y터뷰] 정우성 "高 자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했던 시기였죠"

"새삼스럽게 좋은 동료를 발견한 작업이 아니었나 싶어요.(웃음) 그간 도연 씨가 맡았던 역할의 무게가 무거웠잖아요. 그런 아픔과 시련을 이겨내는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 자체도 짓눌리게 되거든요. 도연 씨가 여태까지와 다른 선택을 하면서 지난 캐릭터에게 받았던 상처나 짐을 벗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영화 속에서 정우성은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다. "어색한 분장이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캐릭터가 필요하면 하지만 스스로 판단했을 때 태영은 그런 메이크업이 필요 없었다. 실제로도 시간과 돈을 투자해 피부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20대 때는 20대라서 안 했고, 30대 때는 30대에 맞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안 했어요. 40대에는 40대가 겪은 흔적을 연기를 통해 보여주는 게 메이크업이라고 생각했죠. 시간에 대해 인정하고 그걸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 지나온 내 시간과 사람으로서 먹은 시간을 잘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메이크업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의 흔적을 받아들이는 거죠. 사실 샵에도 누워 봤고, 몇 회 끊어도 봤는데 안 가더라고요.(웃음)“

[Y터뷰] 정우성 "高 자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했던 시기였죠"

정우성에게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순간이 있었다. 바로 고등학교 자퇴를 했을 당시다. 그는 "세상에 맨몸으로 나왔다. 어디에 서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델도 했다. 돈도 떼였는데 뭔지 모르는 막연한 꿈을 가졌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돈에 대한 집착이나 한탕주의는 없었어요. 그런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중만(배성우) 엄마인 순자(윤여정)가 '사지만 멀쩡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고 하는데,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개개인이 처한 현실의 절박함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얘기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자신을 믿었을 때 돌아오는 뿌듯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정우성의 향후 행보는 연출이다. 2014년 단편 '킬러 앞에 노인'을 연출한 바 있는 정우성이 '보호자'로 첫 장편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한다. 이제 곧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우성은 해당 작품의 주연배우로도 출연한다. '보호자'는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를 담은 감성 액션 영화로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참여해준 배우들이 배우로서 정우성의 커리어는 지켜봤고 그들 나름대로 신뢰할 수 있는 여지는 있겠지만 감독으로서 정우성은 신인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을 믿고 선택해줘서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작업하겠습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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