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회 아카데미] "텍사스 전기톱으로 나누고파"...오스카도 웃은 봉준호 어록

[92회 아카데미] "텍사스 전기톱으로 나누고파"...오스카도 웃은 봉준호 어록

2020.02.10.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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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회 아카데미] "텍사스 전기톱으로 나누고파"...오스카도 웃은 봉준호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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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로피를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나누고 싶다. "

오스카가 그의 소감에 활짝 웃었다. 봉준호 감독이 10일(한국시간, 현지시간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 결과 '기생충'은 각본상을 비롯해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을 받으며 4관왕을 차지하며 오스카의 주인공으로 우뚝 솟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기생충'이 최초다.

각본상을 받은 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쓴 건 아니지만, 이 상은 한국의 첫 오스카 트로피다. 감사하다"라고 아카데미 첫 트로피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공개했다.

이어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오늘 밤 술 마실 준비가 됐다"(I'm ready to drink tonight)라고 영어로 말했는데,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봉 감독의 이 한 마디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국제극영화상에 대해 "이 카테고리의 이름이 바뀌고 첫 번째로 상을 받게 돼서 더 의미가 깊다.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감독상을 연이어 수상한 봉 감독은 "어렸을 때, 영화 공부할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거다. 그 말을 했던 분이 누구였냐면 마틴 스코세이지"라면서 그를 향한 존경의 뜻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마틴 스코세이지는 봉 감독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또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저희 영화를 미국의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했던 쿠엔틴 형님이 계신다. 쿠엔틴 사랑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는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나 샘 맨데스 등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감독이다. 이 트로피를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나누고 싶다. 다음날까지 술을 마셔야 할 것 같다"라고 해 객석을 웃게 했다.

[92회 아카데미] "텍사스 전기톱으로 나누고파"...오스카도 웃은 봉준호 어록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북미 시상식 내내 화제를 모았다.

앞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고 말한 소감이 감동을 안겼다.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고 나서는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 랭귀지가 만국 공통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로열 앨버트 홀에 설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감격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봉 감독은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을 받은 뒤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표현해 화제를 샀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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