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우민호 감독 "10·26 총성, 여전한 미스터리"

[Y메이커①] 우민호 감독 "10·26 총성, 여전한 미스터리"

2020.01.2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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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우민호 감독 "10·26 총성, 여전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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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스포일러다. 그러나 이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아쇠를 당긴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와 이유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세밀한 웰메이드 정치극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다.

'내부자들'(2015)과 '마약왕'(2017)을 선보였던 우민호 감독이 '남산의 부장들'로 돌아왔다. '내부자들'의 흥행을 이끌었던 이병헌과 다시 한번 손을 잡고 1979년, 그 어떤 정치보다 치열했던 2인자들의 세계를 스크린 위로 펼쳤다.

52만 부가 판매된 전 동아일보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극 중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 40일간의 행적을 집중 조명한다.

[Y메이커①] 우민호 감독 "10·26 총성, 여전한 미스터리"

이하 우민호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했는데, 어떤 부분에 끌리게 된 건가?
우민호 감독(이하 우): 1996년도~1997년도에 원작을 읽었다. 우연히 읽었는데 재밌었다. 몰랐던 현대사가 펼쳐져 있었다. 책에 있던 냉철한 시선이 좋았다. 당시 영화학도였는데 언젠가, 혹시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때를 기다렸다가 '내부자들'이 끝나고 2016년 초에 김충식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다행히 영화 판권이 팔리지 않았고 교수님이 '내부자들'을 재밌게 봤더라. 수월하게 판권을 살 수 있었다.

Q: 영화를 보고 나서 10·26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 따로 찾아보기도 했다. 관객들도 이런 반응을 보였으면 좋겠는가?
우: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 게 제가 바라는 바다.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토대로 만들었지만 영화가 역사적 사건 안에 갇히길 바라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을 깨서 밖으로 나와 확장성을 가지길 바랐다.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사실 팩트로만 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사건은 알지만 그 사건 속 인물의 내면은 알 방법이 없다. 상황과 정황으로 짐작이나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쫓아가면서 이 사건을 조명하고 싶었다.

[Y메이커①] 우민호 감독 "10·26 총성, 여전한 미스터리"

Q: 방대한 원작 속에서 10·26 사건을 영화화한 이유는?
우: 1인자를 향한 절대 권력이 왜 총성으로 바뀌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그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기에, 무엇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기에 비극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 자신이 모시던 1인자를 향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파헤치고 싶었다. 이 사건은 근현대사의 큰 변곡점이 됐고, 그 결과는 전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Q: 우민호 감독이 기억하는 10·26 사건은?
우: 9살 때였던 것 같다. 어렴풋하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 당시 기억보다 MBC에서 했던 '제4공화국'이 기억난다. TV 드라마로 그 당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러웠다.

Q: 역사적 평가가 분분했던 만큼, 차가운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우: 원작의 시선이 냉철했다. 그런 시선과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다. 차갑게 사건과 내면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고 사건에 대한 평가나 옳고 그름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을지 관객들이 유추하고 찾아가길 바랐다. 정확한 답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아직도 저한테 미스터리하게 남았기 때문에 제가 답을 만드는 건 이율배반적인 것 같기도 하고 관객을 속이는 것 같더라. 미스터리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남겨주려고 했다.

[Y메이커①] 우민호 감독 "10·26 총성, 여전한 미스터리"

Q: 이병헌은 촬영하면서 1인자와 2인자의 관계를 두고 직장 내 관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보편적인 감정이 느껴지게 연출한 것은 의도한 것인가?
우: 10·26 사건이 거대한 대의나 정치적인 인과관계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개인 간의 관계나 감정, 거기서 오는 균열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믿음과 신뢰, 배신, 모멸, 권력욕, 권력 투쟁, 집착, 시기, 질투 등이 소용돌이치면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물론 역사학자들은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 사회적인 분위기, 중앙정보부장과 경호실장의 갈등 등도 있었다고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보다 둘 간의 문제가 더 크지 않았을까 한다.

Q: 극 중 2인자였던 박용각(곽도원)과 김규평(이병헌)의 결말이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 박용각과 김규평은 다르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같은 인물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원래 선후배 사이인데 영화에서는 친구로 설정을 바꾼 것도 그것 때문이다. 결국 1인자에 의해 쓰임을 당해 버려지는 비극적인 운명인 거다. 마지막 순간에 초라하게 허무하게 갈 수밖에 없는 전직 현직 중앙정보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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