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미묘한 심리 연기에 매력 느꼈죠"

[Y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미묘한 심리 연기에 매력 느꼈죠"

2020.01.2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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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미묘한 심리 연기에 매력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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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을 연기해보니까 어렵더라고요. 왜곡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로 돌아온 배우 이병헌의 말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김재규(극 중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다. 권력의 2인자로 그 권력에 충성했던 그는 왜 최고 권력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까. 명확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미스터리하다.

이병헌은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이 아니라 갖춰진 틀 안에서 연기해야 했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면서 "촬영하는 내내 시나리오 안에서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심리 상태와 미묘한 감정들을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몰입하자는 생각만 했다"라고 털어놨다.

[Y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미묘한 심리 연기에 매력 느꼈죠"

영화는 52만 부가 판매된 전 동아일보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 40일간의 행적을 집중 조명한다.

18년간 권력에 충성해온 김규평(이병헌)이 왜 '그 날의 총성'을 울리게 됐는지 그의 변화하는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박용각(곽도원)의 고발, 곽상천(이희준)과의 권력다툼, 부마민주항쟁 대책을 놓고 엇갈리는 의견 등 대통령(이성민)을 향한 김규평의 믿음과 충성은 곧 배신과 또 다른 애국심으로 발현된다.

"이야기가 주는 힘과 캐릭터를 세밀하고 세심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서 고민도 있었지만,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상황과 미묘한 심리를 연기해야 한다는 측면 때문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Y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미묘한 심리 연기에 매력 느꼈죠"

이병헌은 실존 인물의 외형을 따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김규평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려 했다. "보는 사람이 답답하리만큼 감정을 누르는데 그것이 활화산처럼 터지는 지점이 영화에서 두 군데 정도 나온다"라던 이병헌은 "연기를 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가'라고 의심도 들고 신경도 많이 쓰였지만 결국 자기를 억누르고 자제하니 커지는 감정도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것이 이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매력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영화를 찍으면서 "박통과 김규평, 곽상천, 박용각의 관계가 일반적인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충성 경쟁, 2인자간의 갈등 등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끼리 자화자찬을 한 적이 있다"라고 웃었다.

"특별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겠더라고요."

[Y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미묘한 심리 연기에 매력 느꼈죠"

영화는 시종일관 차갑고 냉철한 시각을 유지한다. 분분한 역사적 평가는 관객에게 맡긴다.

"영화를 찍기 전부터 우민호 감독님하고 중요하다고 얘기했던 게 있어요. 역사적으로 남아있는 미스터리를 영화에서 조금이라도 규정짓지 말자는 것이었죠. 역사의 미스터리는 영화에서도 미스터리로 남아야 한다는 건 변치 않은 원칙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병헌은 '내부자들'(2015)에 이어 우민호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남산의 부장들'을 찍고 있을 때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2018)이 개봉했다. 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마약왕' 때문에 이병헌은 "영화를 찍는 중에 자기 영화가 개봉하는 감독은 드물지 않나. 감독님한테 말도 잘 못 걸겠더라"면서 "다른 것보다 러닝타임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겼더라. '내부자들'과 '마약왕'이 길지 않았나. 러닝타임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Y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미묘한 심리 연기에 매력 느꼈죠"

지난해 연말 '백두산'에 이어 '남산의 부장들'까지 선보인 이병헌의 올해도 바쁘다. 송강호와 '비상선언' 촬영 이후 노희경 작가의 신작에도 연이어 출연한다. 작품을 한다는 건 "누군가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이병헌은 "누군가 찾아주는 위치에 있으려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찾지 않으면 원해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10년, 20년 뒤 어떤 배우가 돼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대중들이 작품을 기대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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