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결산②] #여성 존재감 #스크린독과점 논란...2019년 영화계 이슈

[영화결산②] #여성 존재감 #스크린독과점 논란...2019년 영화계 이슈

2019.12.24. 오전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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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결산②] #여성 존재감 #스크린독과점 논란...2019년 영화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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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은 해다. 올 한해 한국 영화계는 의미 있는 기록과 성과 그리고 풀리지 못한 숙제를 남겼다. 1000만 영화가 무려 다섯 편이 배출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를 빛내고 있다. 마동석은 대한민국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했다. '벌새'부터 '82년생 김지영' 등 영화계에서 다소 소외됐던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돈' 박누리 감독, '엑시트' 이상근 감독 등 걸출한 신인 감독이 배출됐다. '극한직업', '기생충', '겨울왕국2'의 흥행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매년 반복되는 이슈인 만큼, 이번만큼은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이끌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벌새'부터 '82년생 김지영'까지...빛났던 여성 존재감

올 한 해는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그 어느 해보다 빛났다. 독립영화계의 '기생충'이라고 불렸던 '벌새'(감독 김보라)의 행보는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펙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벌새'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무려 40관왕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약 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영화는 1초에 90번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사랑받고 관심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은희(박지후)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렸다. 은희의 일상에서 성수대교 붕괴까지, 1994년의 분위기와 온기를 또렷이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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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따뜻한 색감으로 아이들의 용기 있는 여정을 그린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 달리기를 통해 삶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31살 청춘 자영(최희서)의 이야기를 담은 '아워바디'의 한가람 감독,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였던 '메기'의 이옥섭 감독, 외로움을 판타지 스릴러로 녹인 '밤의 문이 열린다'의 유은정 감독,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공감 연애로 약 292만 명의 지지를 얻은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한결 감독 등 자신만의 색깔을 갖춘 여성 감독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배우 정유미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시작과 동시에 평점 테러라는 논란을 넘고 공감의 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원작이 된 소설이 '페미니즘 도서'로 낙인찍히며 남녀 갈등의 중심에 섰다.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평점 테러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실관람객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엔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의 힘이 돋보였다. 30대 지영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사랑과 믿음으로 힘이 되어주는 엄마 미숙(김미경)과 지영의 관계를 통해 서로를 보듬는 가족의 애틋하고 따뜻한 감정을 나누며 여운을 남겼다.

또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에서 고아성은 뜨거운 연기력으로 유관순을 소화했다. '윤희에게'(감독 임대형) 김희애와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이영애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중년 여배우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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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출한 신인 감독들의 탄생

올해는 걸출한 신인 감독들이 대거 배출된 해이기도 하다. '말모이'는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2017) 각본을 쓴 엄유나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사전 편찬을 위해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다. 약 286만 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돈'은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조감독, '남자가 사랑할 때'(2014) 각색과 조감독을 거친 박누리 감독의 첫 연출 작품이다. 평범한 인물이 돈을 벌면서 변해가는 면모를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약 338만 명이 영화에 호응했다. 달콤하지만 씁쓸한, 돈이 주는 이중적인 메시지 또한 돋보였다.

'생일'은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연출을 맡은 이종언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을 찾아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참사 이후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일모임을 열었다. 이종언 감독은 이 경험을 영화화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그리며 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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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는 올여름 개봉해 '텐트폴 영화' 최종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약 942만 명의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 모은 '엑시트'로 이상근 감독은 첫 연출작이다. 이 감독은 '엑시트'로 단숨에 흥행 감독에 등극했다. 7년 동안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완성도를 높인 이 감독은 신선하면서도 전형성을 탈피한 재난극으로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 디즈니·CJ 천하 속 스크린 독과점 논란...해결 방법은?

올 한 해 극장가는 천만 영화를 다섯 편이나 배출했으나 그중 두 편이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이고 세 편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급이었다. 무엇보다 '중박' 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흥행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인기 영화에 스크린 쏠림이 현상이 심화되며 독과점 논란이 거셌다.

지난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2' 투자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독점금지법(독점금지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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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반독과점영대위(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짚었다. 이들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빚은 올해의 작품은 '엔드게임' '겨울왕국2' '캡틴 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등이 대표적이다. '엔드게임'의 경우 무려 80.9%(좌석점유율)를 기록했다"라면서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은 "현재 법 제도하에서는 불공정한 시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언제나 나오는 문제다. 세밀하게 조율해서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어려운 문제다. 규제가 악용되거나 잘못 쓰일 수 있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된다는 입장이 팽팽하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앳나인필름, CJ엔터테인먼트, NEW,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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