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하정우 "'백두산' 폭발, 한 번쯤 생각...흥미로웠죠"

"저희 영화의 장점은 스펙터클한 비주얼과 저와 (이)병헌이 형의 버디 무비 같은 연기 호흡입니다. CG 부분은 확인할 길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이제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있어요. 재밌기를. (관객들이)단점보다 장점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19일 개봉해 하루 만에 45만 관객을 모으고 초고속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을 선보인 하정우의 바람이다.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백두산'에서 하정우는 예기치 않게 작전을 이끌게 된 EOD 대위 조인창을 연기했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 'PMC: 더 벙커' 그리고 '백두산'까지 재난 영화에서 유독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백두산이 진짜로 폭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나. 그걸 다뤘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극 중 백두산 1차 폭발로 강남역이 붕괴한다. 하정우는 아비규환이 된 강남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뛰고 또 뛴다.

"강남역 시퀀스가 12회차였는데, 실제 강남역 사거리에 나가서 찍은 건 하루였어요. 그때 시민들이 엄청나게 구경했죠. 혼자 놀라는 연기를 해야 해서 민망했어요.(웃음) 거의 오픈세트에 아스팔트를 깔아놓고 진행했습니다. 강남역 장면이 영화의 첫 숟가락을 뜨는 장면이잖아요. 감독님이나 제작진이 찍으면서도 더 공을 많이 들였던 장면입니다."

재난영화를 여러 번 찍었던 만큼 나름의 노하우도 쌓였다. "실제 흙으로 사용하면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인체에 해가 덜 되는 먼지로 세팅해 달라"라고 요구했다던 하정우는 "마스크를 쓰면 분장 자국이 남거나 메이크업이 지워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그 먼지를 다 들이마셔야 한다. 제작진에게 콩가루, 미숫가루, 흑임자 가루를 섞으면 된다고 얘기해줬다"라고 웃었다.

"촬영이 다 끝나면 물로 코청소도 해야 하거든요. 그런 노하우가 있죠.(웃음)"

전역 대기 중 예기치 못하게 위험천만한 작전을 이끌게 된 조인창을 하정우는 어리바리한 매력부터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이 다가올수록 작전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성숙함 등 인간적인 면모로 완성했다.

"조인창이 허술하고 허둥거리고 당황하는 모습은 초반에 감독님한테 제안을 했던 부분이에요. 그렇게 하면 (이)병헌이 형이 연기하는 리준평과도 확실히 대비되고요. 조인창이 그 상황에 적응하고 성장해나간다면 훨씬 더 재밌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백두산 폭발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병헌과 하정우의 호흡은 유쾌하고 또 뭉클하다. 카리스마 뒤에 사연을 숨기고 있는 리준평과 살짝 어리바리한 조인창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핑퐁처럼 오고 가는 대사를 통해 웃음을 안긴다.

하정우는 "병헌이 형이랑 무조건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싱글라이더'를 제안 드린 것도 있다"라면서 "'백두산' 프로젝트를 봤을 때 병헌이 형이 떠올랐고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그때 '미스터 션샤인'을 찍고 있었는데 전화 걸어서 '빨리 읽어 달라' '미칠 것 같다' '잘 부탁드린다'라고 재촉했다"라고 미소 지었다.

'굉장히 성실하고 열정적이에요. 보통 연기를 하다 보면 여러 컷으로 찍어요. 뒷모습을 찍을 때도 있거든요. 병헌이 형은 매 테이크마다 100으로 찍어요. 아직도 20대더라고요."

수지와는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서로를 '뀨띠쁘띠'라고 부르는, 애정이 넘치는 부부로 하정우는 "오글거렸고 민망했다"라면서 "수지가 내 볼을 만지거나 애칭으로 부르는 게 제 스타일이 아니었다. 감독들이 원하는 거라서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저로서는 가장 어려운 장면이 아니었나 싶었다. 눈 뜨고 보지 못하는, 굉장히 난해한 모습이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겸연쩍어했다.

현재 '보스턴 1947'을 찍고 있는 하정우는 내년 1월 호주 멜버른에서 마지막 촬영에 나선다. 3월부터는 이탈리아와 모로코에서 '피랍' 촬영을 나서고 가을에는 도미니크공화국에서 '수리남'을 찍는다. 내년 스케줄이 꽉 차 있는 것.

"두 작품 모두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데 건강하게 촬영하는 게 목표에요. 재밌는 영화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샤실 마음 한구석에서 늘 찍고 싶은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에요. '멋진 하루'의 조병운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데 시나리오를 만나기가 쉽지가 않네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