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이병헌 "열일의 원동력? '굳이 쉬지 말자'는 생각"

[Y터뷰] 이병헌 "열일의 원동력? '굳이 쉬지 말자'는 생각"

2019.12.2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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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이병헌 "열일의 원동력? '굳이 쉬지 말자'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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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은 원동력이요? 저도 지쳐요. 그런데 작품에 들어갈 수 있는 타이밍을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늘 시간이 맞물리더라고요. 그래서 더 타이트하게 일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쉬지 않고 달리고 있는 이병헌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 역시도 "한숨 돌리고 에너지가 충만할 때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라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 저변에는 "끊임없이 열심히 일하자"가 아닌 "굳이 쉬지 말자"라는 가치관이 깔려 있었다.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인 거 같아요. 예민하고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을 대할 때 부정적으로 밀어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Y터뷰] 이병헌 "열일의 원동력? '굳이 쉬지 말자'는 생각"

'미스터 션샤인'(2018) 촬영으로 바쁠 때 받은 '백두산' 시나리오에서 이병헌은 '적과의 동침'이라는 지점에 끌렸다. '백두산'은 이병헌이 선택한 첫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하)정우씨가 제안해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볼거리가 풍성한 재난영화인데 어떻게 보면 버디 무비라고 볼 수도 있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적인 두 사람이 재난 속에서 공동의 목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침을 하게 되잖아요. 그 지점이 차별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또 정우씨랑 이전부터 같이 영화를 하면 재미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고 어떤 영화가 좋을지 계속 얘기했었거든요."

하정우와의 첫 호흡에 대해서는 "순발력과 유머가 대단하더라"라고 엄지를 들었다.

"평상시에 얘기를 재밌게 하고 재치가 있는 분이라도 카메라 앞에서는 정석의 연기를 하는 분들은 봤거든요. 자신의 유머나 재치를 사용하지 못하고요. 정우씨는 다르더라고요. 카메라 앞에서 재능을 과감하게 발휘하더라고요. 센스와 유머를 연기에 잘 녹여내는 배우라는 생각했죠."

[Y터뷰] 이병헌 "열일의 원동력? '굳이 쉬지 말자'는 생각"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상상력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엄청난 양의 시각특수효과(VFX) 때문에 언론 시사회가 개봉 전날 열리기도 했다. 이때 영화를 처음 본 이병헌은 "걱정, 기대 반반의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규모감이 엄청났다. 지인들이 대부분 정말 재밌게 본 거 같은 느낌이라서 안도했다"라면서 "개인적으로 초반에 강남에서 지진이 나는 장면이 힘이 있어서 좋았다. 그 부분의 임팩트가 강했다. 힘 있게 시작하는 영화가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병헌은 속내를 쉽게 읽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로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력으로 리준평을 완성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딸(김시아)과의 재회 장면에서는 눈시울을 붉힌다. 실제 아이 아빠이기도 한 이병헌은 "미혼이고 애가 없다면 상상에 의존했을 텐데 그 부분은 (아빠라서)확실히 감정 이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고백했다.

특히 김시아와의 호흡에 대해 "아주 슬림하게 편집이 됐는데, 촬영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잘했다. 이틀 동안 함께했는데 시아 어머니한테 '훌륭한 배우로 성장할 거다'라고 말해줬다. 기뻤다"라면서 "그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했는데 전체 밸런스 때문에 편집이 많이 됐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Y터뷰] 이병헌 "열일의 원동력? '굳이 쉬지 말자'는 생각"

이병헌은 내년에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백두산'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송강호와 호흡을 맞추는 영화 '비상선언' 촬영에 돌입하고 끝나자마자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히어' 촬영에 나선다. 블록버스터부터 시대극,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는 드라마 등 규모와 장르, 이야기를 넘나드는 이병헌의 행보는 내년에 더욱 빛날 예정이다.

"전 이야기를 먼저 봐요. 그다음에 시대적 배경이나 캐릭터가 들어와요. 그러다 보니까 (필모그래피가)중구난방식이 되더라고요. 오히려 회사에서 '매그니피센트7' 찍고 나서 '싱글라이더' 찍어도 되나? 라고 묻더라고요. 뭐가 어떠나 싶었죠. 이야기가 좋으면 그냥 하는 거예요."

'백두산'에 이어 내년 1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한다. "어마어마하게 재밌다고 하는데"라고 웃은 그는 "근대현대사의 심각한 상황을 누아르로 푼 영화인만큼 남녀노소를 위한 영화라고 아니라고 보지만 많이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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