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트로트 열풍? NO NO! 송가인 열풍이어라

2019년 트로트 열풍? NO NO! 송가인 열풍이어라

2019.12.11.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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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트로트 열풍? NO NO! 송가인 열풍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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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2019년 트로트 열풍? NO NO! 송가인 열풍이어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어느 한 계절이 생각나고요, 또 어떤 노래는, 기억 속 한 사람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노랫말 한 줄에, 이런저런 상념에 젖게 되는, 12월. 우리를 쥐락펴락했던 음악은 뭐였는지 정리해 볼게요.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지난주에 U2 공연 소개를 하셨는데, 공연 이후에 언론이 떠들썩했어요. 공연 직접 다녀오셨는데 어떠셨어요.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이하 정민재) : 공연이 당초 7시 시작 예정이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25분 정도 지연이 됐어요. 그래서 왜 이렇게 시작을 안 하나 뾰로통한 상태로 기다렸는데, 공연 시작과 동시에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더군요. 멤버들은 60의 나이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냈고, 연출과 음향 측면에서 월등한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솔직히 이번에 U2의 공연이 열린 고척돔이 결코 공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닙니다. 만족할 만한 음향을 구현하는 게 대단히 힘든 곳이에요. 그러나 U2의 공연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절대적으로 좋은 음향을 들려줬다고 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제가 고척돔에서 본 공연 중 최고 수준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조현지 : 그랬군요. 지난주에 공연을 소개하면서 초대형 스크린에 무대에 설치된다는 말도 하셨는데요.

정민재 : 네, 가로 61m, 세로 14m에 달하는 LED 화면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위용이 엄청나더군요. 그 스크린이 8K의 화질을 지원했다는데, 실제로 제 휴대폰을 보는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깨끗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U2는 그 화면을 통해서 음악과 어울리는 풍경을 보여주고, 때로는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며 연출에 공을 들였습니다. 보통 공연에 가면 멀리 있는 관객을 위해 가수의 근접 화면을 모니터에 송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U2는 이것도 그냥 하지 않고 음악과 어울리는 효과를 가미해 마치 실시간으로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 같은 연출을 했습니다.

조현지 : 뉴스를 보니 공연 도중 서지현 검사, 故 설리 씨의 사진이 나왔다고 하던데요.

정민재 : 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순간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U2가 1991년에 발표한 노래 ‘Ultraviolet(Light My Way)’라는 노래를 부를 때였는데요,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밴드의 보컬리스트 보노는 “전 세계 여성들이 단결하고 역사를 새로 써 ‘허스토리’를 만드는 날이 바로 뷰티풀 데이”라고 외치며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노래하는 동안 스크린에 전 세계 여성 인권 운동가들의 사진과 이름을 띄웠죠. 이때 서지현 검사와 설리 씨를 비롯해서 화가 나혜석, 국내 최초의 민간 여성 비행사 박경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 등의 사진과 이름도 등장했습니다. 수많은 관객 앞에서 자신들의 선한 영향력을 이렇게 발휘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감탄하고 감격했고요, 저 역시 감명 깊게 지켜봤습니다. 기술적으로나 콘텐츠 적으로나 오랫동안 공연의 모범 사례로 기억될 공연이었습니다.

조현지 : 그냥 노래 무대만 보여준 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까지. 우리 팬들과 교감하려 했던 U2의 노력이 돋보였던 것 같은데요.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오늘 준비하신 내용으로 들어가 보죠. 다시 2019년의 결산을 이어가신다면서요.

정민재 : 그렇습니다. 제가 몇 주 전에 2019 올해의 음악 이슈에 관해 소개하면서 트로트 이야기를 잠깐 했었죠. 올해 우리는 송가인이라는 걸출한 트로트 신인을 발굴했다는 얘기와 함께 2019 트로트 현상은 텔레비전이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오늘 이 부분에 관해 조금 더 얘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는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 보셨어요?

조현지 : 전부 다 보진 못했고, 유명한 장면들만 몇 화 챙겨봤어요. 근데 트로트가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장르였나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구나 새삼 또 느끼고요. 민재 씨는요?

정민재 : 저도 모든 방송을 다 보진 않았고, 화제가 된 무대들은 챙겨봤습니다. 워낙 시청률도 잘 나왔고 회자가 많이 되었잖아요. 그래서 당시에 몇몇 무대들을 봤던 기억이 나고, 이 방송이 잘 되니까 TV조선은 2020년 1월부터 이 방송의 남성판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방영한다고 하죠. MBN에서도 현재 <보이스퀸>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고요. 아무리 지금이 유튜브 시대다, 넷플릭스 시대다 해도 아직까지 텔레비전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구나 하는 걸 올해 이러한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끼고 있습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그리고 저희 지난 가을 공개방송 때 김소유씨가 출연했었는데, 그때 팬층을 보니까요. 일반적으로 트로트 향유세대라고 할 수 있는 중장년층만 있는게 아니라 젊은층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트로트가 이제 진짜 대세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TV프로그램 덕분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음악계에 오랜만에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는 지배적이거든요. 민재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민재 : 트로트 열풍이란 표현에 관해선 전 회의적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송가인 열풍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송가인 씨는 2012년에 가수로 데뷔하고 무명의 시기를 보내다가 올해 방송을 통해 발굴된 스타인데, <내일은 미스트롯> 우승 이후 나가는 방송마다 시청률을 견인하고 각종 행사와 공연에서도 높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지난 10월에는 정규 1집 <가인>을 발표했는데, 이게 첫 주에 3,800장 정도가 팔렸습니다. 시각에 따라 이름값에 비하면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 음반 시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에요. 확실히 스타덤이라고 할 수 있죠.

조현지 : 그렇지만 그 인기가 트로트 전반에 확산된 건 아니라는 말씀이죠?

정민재 : 적어도 아직까진 그렇게 보입니다. 이는 결정적인 히트곡의 부재와 연관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트로트 스타를 돌아보면 장윤정은 ‘어머나’, 박현빈은 ‘곤드레 만드레’, 홍진영은 ‘사랑의 배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송가인 씨는 딱 떠오르는 노래가 없어요. 팬의 입장에선 ‘무명배우’도 각별하고 ‘서울의 달’, ‘엄마 아리랑’ 등 두루 좋겠지만, 일반 대중에게 송가인 씨는 ‘미스트롯 우승자’라는 거 외에 유명세의 근간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물론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의 노래는 좀 더 대중적이고 잘 들리는, 소프트한 성격의 트로트였다면, 송가인의 노래는 지금 기준에서 좀 더 마니아적인 정통 트로트, 창법 측면에서도 판소리를 뿌리에 둔 가창을 들려주기 때문에 어려운 면도 있지만, 어쨌든 장기적으로 볼 때는 흥행을 고려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자면, 올해 우리는 송가인이란 새로운 트로트 스타를 얻은 것과 별개로, 트로트의 전반적 인기 상승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2019년 트로트 열풍? NO NO! 송가인 열풍이어라

조현지 : 아, 트로트 열풍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아직은'이란 생각이 든단 말씀인데요. 대표곡 부분에서는 저도 조금 공감이 되긴 합니다. 그럼 송가인 씨의 노래를 들어볼까요.

정민재 : 송가인 씨의 1집 <가인>에서 한 곡을 준비했습니다. 타이틀 곡 중 하나였던 ‘엄마아리랑’이란 곡인데요, <내일은 미스트롯> 결승전에서 공개했던 신곡 ‘무명배우’의 작사, 작곡을 맡았던 윤명선 씨가 제작한 노래로 태평소를 활용해 국악적인 터치를 가미한 것이 인상적인 트로트 곡입니다.

M. ‘엄마아리랑’ - 송가인

조현지 : 역시 가창력이 대단하네요. 앞서서 민재씨가 트로트 열풍이라고 보기엔 조금 무리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전 그럼에도 ‘트로트 열풍’이란 표현을 포기할 수 없는 게, 요즘은 젊은층에서는 또 유산슬이 정말 화제거든요.

정민재 : 좋죠. 저도 그 노래는 참 재밌어서 반복해서 들었는데, 이것도 결국은 유산슬이라는 인물, 캐릭터 하나가 터진 것이지 트로트 열풍의 일환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이 또한 MBC의 <놀면 뭐하니>가 주도한 스타덤이고요. 다만, 유재석의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는 미디어의 측면에서 볼 때는 굉장히 재미있는 연구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래퍼 마미손이나 EBS의 펭수가 인기를 얻은 양상과 유사했거든요.

조현지 : 어떤 점에서죠?

정민재 : 지난해 엠넷 <쇼 미 더 머니 777>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마미손은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 래퍼의 또 다른 페르소나죠. 기존에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던 인물이 새로운 이름과 모습, 콘텐츠로 나타나 마치 대중과 역할극을 하듯 신선한 인상을 남긴 건데, 유재석 씨의 유산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죠. 누구도 ‘합정역 5번 출구’를 부르는 유산슬을 두고 유재석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유산슬이라는 캐릭터가 그 자체로 하나의 밈(meme)이 된 겁니다. 유튜브를 활동의 기반으로 삼고 기존의 방송 채널을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는 점에선 EBS의 펭수와 닮았습니다. <놀면 뭐하니>가 MBC에서 방송되기 이전에 김태호 PD의 유튜브 프로젝트였잖아요? 현재도 유튜브에서 운영이 되고 있고요. 펭수와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통해 젊은 세대를 적극 공략하며 화제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MBC 외의 방송국에도 진출하며 유산슬이란 캐릭터 자체의 소구를 높이고 있다는 게 눈에 띕니다.

2019년 트로트 열풍? NO NO! 송가인 열풍이어라

조현지 : 마미손과 유산슬, 펭수를 그렇게 엮을 수도 있네요. 캐릭터 마케팅의 승리다. 그런 말씀인데, 그럼 유산슬의 노래도 들어봐야죠.

정민재 : 조금 전에 들은 송가인 씨의 노래에 비하면 유산슬의 이 노래 ‘합정역 5번 출구’는 훨씬 대중적이고 캐치합니다. 합정역 5번 출구라는 친숙한 소재와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 멜로디가 특징적이죠. 음악적으로 특출난 완성도를 보인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올해 대중에게 각인된 트로트를 고른다면 이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M. ‘합정역 5번 출구’ - 유산슬

조현지 : 2019 올해 음악계를 돌아보며 트로트 열풍에 관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그래서 민재씨의 결론은 뭔가요?

정민재 : 네, 송가인과 유산슬 개별의 활약이 돋보인 것에 비하면 트로트 열풍이란 표현은 다소 거창하다는 말로 오늘 이야기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들을 곡은 다비치의 신곡을 준비했습니다. ‘나의 오랜 연인에게’라는 곡인데, 노래 참 좋더라고요. 이해리, 강민경 두 분의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다비치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조영수 작곡가가 작곡하고 다비치가 가사를 쓴 곡입니다.

조현지 : 네, 그럼 정민재 평론가 보내드리면서, 다비치의 ‘나의 오랜 연인에게’ 들을게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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