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유퀴즈' PD "타인 결핍 외면치 않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Y메이커①] '유퀴즈' PD "타인 결핍 외면치 않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2019.12.11.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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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유퀴즈' PD "타인 결핍 외면치 않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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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사람 여행] 메이커, '유퀴즈온더블럭' 김민석 PD입니다."

"다른 사람의 결핍을 외면하지 않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어요. 대박도 좋지만 이 프로그램이 '누군가의 내면에 깊숙이 닿고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창작물은 만드는 사람을 닮는다는 말이 이토록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이하 '유퀴즈')의 메인 연출 김민석 PD의 이야기다. 사람을 향한 따듯한 시선과 살뜰히 주변을 살피는 말 하나하나가 포근하고 따듯한 기운을 가득 품은 프로그램과 꼭 닮았다.

[Y메이커①] '유퀴즈' PD "타인 결핍 외면치 않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매주 동네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진행하는 '사람 여행'.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세월의 무게를 품었고, 이들이 꺼내놓는 삶의 지혜는 비단 수치로 재단할 수 없는 보물과도 같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편집으로 가득한 방송가에 사람과 이야기라는 정공법, '유퀴즈'의 저력이다.

지난 3일 시즌2를 마친 김민석 PD를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나 프로그램 시작부터 시즌2를 준비하며 느낀 고민과 방향성을 들었다. 발자국 찍듯 꾹꾹 눌러 말하는 답변은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진정성을 증명하기 충분했다.

김민석 PD는 "tvN 이적 후 처음하는 프로그램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자기님의 사랑 덕분"이라고 감사하면서도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 시민의 삶, 누군가의 인생이 소재라 무궁무진하다. 아직 만나야 할 수많은 분이 있기에 '유퀴즈'는 겨울잠 후 다시 돌아올 것"이라 귀띔했다.

[Y메이커①] '유퀴즈' PD "타인 결핍 외면치 않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Q. '유퀴즈'의 시작은?
김민석 PD(이하 김): KBS에서 tvN으로 옮긴 후 고민구 선배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자며 '무한도전'을 오래한 이언주 작가를 소개해줬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유재석이라는 출연자를 놓고 기획을 시작했는데, '뭘 하면 좋을까'만 한 두 달 고민한 것 같다.(웃음)

잘하는 걸 해보자는 생각에 '유재석이 길거리에서 시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콘셉트를 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유재석이라도 밑도 끝도 없이 시민을 잡을 수 없지 않나. 그래서 명분으로 퀴즈를 도입했다.

Q. 퀴즈 문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김: 다른 퀴즈쇼와 비교했을 때 우리 문제는 어찌 보면 뻔하기도 하다. 다만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온 분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힌트로 삼아 풀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제를 내왔다. 마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처럼?

실제로 춘천에서 이런 경험이 있었다. 서울에서 권리금 때문에 자리를 빼앗기고 춘천에 와 새롭게 터전을 잡은 분이었는데 그날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내용이 문제로 나왔다. 그분의 삶의 경험에 우리의 문제가 유출된, 바람직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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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퀴즈를 맞추면 현금 100만 원을 준다. 왜 100만 원인가?
김: 지극히 주관적인 제작진의 합의 결과다. 누군가에게 100만 원이 주어졌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았고, 현재 직면한 고민과 크고 작은 소망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문제 수를 늘리면 이 가격에 정당성이 생길 거라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100만 원을 납득하게 하는 건 퀴즈의 문제 수가 아니라 삶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분의 인생과 삶이 보이고 응원하게 되니 시청자도 이 금액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Q. 퀴즈를 맞히지 못했을 때 등장하는 얄궂은 '자기백'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김: 하하. 퀴즈를 맞추면 좋지만, 그러지 못했을 경우를 상상하니 너무 뻘쭘한 거다. 헌 작가가 제안한 건데 매주 '인싸템'을 선정해 모든 분들에게 나눠 드리자는 의도로 탄생했다.

하지만 같은 상품을 반복해 주다 보니 지루함을 느꼈다. 휴식기를 거치며 '예상 밖에 선물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럭키볼 뽑듯 '자기백'을 만들었다. TV 등 가전제품부터 닭 다리 쿠션같이 얄궂은 상품까지 넣었는데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전 세계 쇼핑몰을 뒤지고 직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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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즌2로 돌아오면서 변화를 꾀한 부분이 있다면?
김: 큰 변화라고 생각하는 게 베테랑 감독님 3분으로 꾸려진 다큐 연출팀과 함께 하게 됐다. 중간중간 MC들 없이 인터뷰한 장면들이 그 사례라 볼 수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출연자분들의 이야기를 깊고 넓게 담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새롭게 추가하게 됐다.

초기에는 어려웠던 게 '유퀴즈'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혹시나 오해를 살까 시즌1에서는 최대한 현장의 결을 그대로 담아내려 했다. 지난 시즌에서 신뢰를 얻었으니 올해는 퀴즈의 비중을 덜고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도입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아 뿌듯하다.

Q. 한층 심화한 유재석과 조세호의 '먹방'이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다.
김: 프로그램의 모토가 있다. '일상의 질서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그분을 잠시 여행하고 갈 길을 간다'는 것. 한 회당 7~8분, 많은 분들이 점심을 먹는 시간에는 큰, 아기자기도 밥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넣게 됐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먹방이다. 잘 먹는 건 유재석인데 살은 조세호가 찌고, 먹방인데 두 분 다 맛 표현을 잘 못 한다.(웃음) 이런 모습이 차별화된 재미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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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본이 없다고 들었는데, 연출자로서 느끼는 불안은 없나?
김: '유퀴즈'에는 대본이 없다. 촬영 당일 아침에 동네 소개와 유래가 담긴 페이퍼 한 장을 MC들에게 준다. 사전에 만드는 건 장소와 연관된 공통 질문이 다다. 예를 들어 성수동 편에서는 다채로운 색이 눈에 띄어 '나라는 사람은 어떤 색일까?' 질문을 만들었다.

'1박2일' 조연출 생활을 하면서 그날 출연자에게 생긴 돌발적인 상황이 훨씬 많은 분량을 내는 경우 많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우연에 대한 불안보다는 기대가 크다. '유퀴즈'를 하면서는 더 확신과 노하우가 생겼다. 한 주가 다음 주에 영향을 주면서 생동하는 느낌이 좋다.

Q. 김민석 PD에게 '유퀴즈'는 어떤 의미를 지닌 프로그램인가?
김: 매주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즐거울 때도 많지만 '내가 편협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촬영장에서 울컥하기도 한다. 또 계절의 변화에 따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희로애락을 느낀다.

무엇보다 삶과 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놓치지 않으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한다. 비록 인터뷰는 제가 대표로 하지만 수많은 PD, 작가분들이 영혼을 갈아 만들어낸 작품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Y메이커①] '유퀴즈' PD "타인 결핍 외면치 않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Q. 내년 '유퀴즈'를 기다리는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매주 촬영하고 방송하면 영화 한 편 볼 기회도 마땅치 않다. 주변을 돌아볼 기회와 새로운 인풋이 있어야 전에 없던 재미를 선사할 수 있지 않나. 2019년 '유퀴즈'는 끝났지만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게 아니다.

'유퀴즈'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드릴 방법을 고민하겠다. 또 더 많은 분을 만날 수 있는 시간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렇게 언제든 다시 만날 것처럼, 오늘 헤어졌다 다시 만날 직장 동료처럼 겨울잠을 자고 돌아오겠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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