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동백꽃' 손담비 "향미 보낸다는 생각에…염색하며 울어"

[Y터뷰①] '동백꽃' 손담비 "향미 보낸다는 생각에…염색하며 울어"

2019.11.22. 오전 08: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터뷰①] '동백꽃' 손담비 "향미 보낸다는 생각에…염색하며 울어"
AD
"'동백꽃 필 무렵' 향미를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염색하면서 눈물이 절로 나더라고요. 그 정도로 애착이 컸던 배역이었죠."

뿌리염색을 하지 않았던 암갈색 머리는 어느새 검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인터뷰차 만난 손담비는 "촬영을 마치고 머리를 염색했다.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씁쓸하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종영한 '동백꽃 필 무렵'은 방송 내내 수목극 1위를 지키며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연습을 했던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공을 들인 건 사실이지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뗀 손담비는 여전히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Y터뷰①] '동백꽃' 손담비 "향미 보낸다는 생각에…염색하며 울어"

이 드라마에서 까멜리아 알바생 향미 역을 맡았던 손담비는 조연으로 등장했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의 키를 쥔 히로인으로 급부상, 안방극장에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눈물 콧물 쏙 빼는 사연 속 주인공 향미를, 손담비는 자신만의 색채로 애절하게 표현했다.

쉽지 않은 역할, 고민했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났던 것도 사실. 손담비는 대본 속 향미의 독특한 말투부터 끌렸다고 했다.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며 사랑을 받고 싶지만 주는 방법을 모르는 향미의 소외된 모습, 극 중 동백(공효진)과의 '워맨스' 역시 놓치기 힘든 이유였다.

"말투부터 매력적이에요. 극 중 인물 중 저만 내레이션이 없죠. 뇌에서 바로 입으로 가서 그래요. 또 향미는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사랑을 받고 싶지만 주는 방법을 모르죠. 소외된 향미에 저도 모르는 사이 연민을 느꼈어요. 동백 역의 (공)효진언니와 '워맨스'도 좋았고요."

[Y터뷰①] '동백꽃' 손담비 "향미 보낸다는 생각에…염색하며 울어"

'동백꽃 필 무렵' 연출을 맡은 차영훈 PD는 손담비에게서 향미를 봤다. "감독님 말로는 제가 본인을 보는 데 본인을 안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마치 향미처럼요. (웃음)" 실제 모습을 대본에 녹인다면 이 배역을 수월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줬다고.

"정작 제가 생각하기엔 향미와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많아요. 눈치가 빠르고 눈에 초점 없는 건 비슷한데 그 외에는 거의 다 만들어낸 거죠. 특히 제가 급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라 템포에 신경 썼습니다."

술집을 운영하던 엄마,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나면서 자신을 버린 남동생(장해송)이 향미가 감췄던 가슴 아픈 반전이었다. 동백(공효진)이 대신 배달 가다가 죽음을 맞은 그의 이야기는 눈물 콧물을 쏙 뺐다. 전개의 키를 쥐고 있는 캐릭터만큼 후반부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했단다.

"뚝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톤이 뒤죽박죽이면 후반부 서사가 드러났을 때 폭발력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쌓아서 감정을 터트리자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대로 전달되었기에 많은 분이 향미에 공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Y터뷰①] '동백꽃' 손담비 "향미 보낸다는 생각에…염색하며 울어"

뿌리 염색을 하지 않은 채, 거칠게 튀어나온 검은 머리부터 까진 매니큐어까지. 장면 곳곳에 그가 향미를 만들기 위해 했던 고민이 담겼다.

"어눌하진 않은데 느릿한 말투,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눈빛이 그렇죠. 외적으로는 일부러 뿌리염색을 안 했어요. 꾸미고는 싶은데 염색할 돈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외에도 손톱을 안 칠한다거나, 옷을 촌스럽게 입는 식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각고의 노력 덕분일까. "태어나서 이렇게 악플 안 받아본 적은 정말 처음"이라고 말한 손담비는 많은 사람이 작품 속 자신의 노력을 세세히 발견해줘서 기뻤다고 거듭 말했다.

"사실 매 작품 캐릭터를 위해 노력해왔거든요. 드라마 '미세스캅2'때도 협찬 옷을 안 입고 제 옷을 입었어요. 형사 역할이었는데, 가져온 옷들이 조금이라도 여성스러우면 거부감이 들 것 같았거든요. 이번 작품에서 제가 말하지 않아도 많은 걸 알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촬영장에서 좋아서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숨기느라 힘들었습니다."

[Y터뷰①] '동백꽃' 손담비 "향미 보낸다는 생각에…염색하며 울어"

유독 이 배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던 임상춘 작가는 향미가 죽던 12회 방송 직후 그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본 속 향미를 드라마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표현한 배우에게 고마움이 컸다고. 시청자는 물론 제작진의 호평으로 그는 작품까지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는 게 이번 작품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 연기자 손담비에게 2막을 열어줬어요. 그래서 차기작을 고를 때 힘들 것 같아요. 벅찬 사랑을 갚을 수 있도록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키이스트]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