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2019.11.17. 오전 10: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AD
개그맨 손헌수가 '전기뱀장어'로 다시 한 번 가요계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2014년부터 가수에 도전한 손헌수는 지난해에는 싱글곡 'GET UP'을 발표했고, 올 3월에는 박수홍과 함께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개가수'(개그맨+가수)다.

손헌수의 신곡 발표가 새삼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3년간 고수해 온 디스코 장르 대신, 세미 트로트를 택했기 때문이다. 가수로서 활동 명을 '디스코맨'이라고 지을 정도로 디스코에 대한 충성도가 컸던 그가 왜 트로트 가수로 변신 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거죠. 3년을 EDM과 디스코를 지향해 왔는데, 사실 행사 관계자들은 '트로트를 하면 대박이다', '트로트를 해야된다'고 설득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디스코 하는 사람이 없다. 더 해보겠다'고 버티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혔죠."

[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그가 말한 '현실의 벽'은 부러 돌려 말할 필요 없이 '돈'이었다. 손헌수는 자신의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직접 곡을 쓰고 뮤직비디오 촬영 편집 연출까지 도맡으며 열정을 불태웠다. 이젠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쯤 둘러볼 타이밍이 온 것이라고. 그렇다고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한 것은 아니다. 디스코는 공 들이고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열심히 해 온 장르라면, 트로트는 마치 운명처럼 손헌수에게 착 감겼다.

"많은 사람들의 제안이 있기도 했고, 또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트로트를 좋아해서 많이 들려주셨어요. 사실 저희 집안이 음악가 집안입니다. 아버지가 노래방을 하셨거든요. 하하. 아버지의 영향으로 '뽕필'이 있었는데 그걸 깨달은 거죠. 제 목소리가 알고 보니 트로트에 어울리더라고요. 노래 듣고 많은 분들이 '노래 잘 한다'고 하더라고요."

트로트 창법을 따로 배웠는지 묻자 손헌수는 "그 전에 (디스코) 창법은 돈 주고 배웠거든요. 그땐 '손헌수 노래 좀 하네' 였는데, 트로트는 오히려 그냥 불러봤는데 '손헌수 노래 잘 하네' 해요. 아무래도 아버지를 따라 많이 불러서 그런지 느낌이 나오더라고요. 주위에서도 역대 제 노래 중 '가장 좋다', '쉽다', '꽂힌다' 이런 평가가 많이 나와요."

[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하지만 손헌수가 아예 디스코를 버린 것은 아니다. 신곡 '전기뱀장어'는 EDM 베이스의 디스코 트로트로, 손헌수는 "남녀의 사랑을 스파크 튄다고 하지 않나. 전기가 찌릿찌릿 오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정통 트로트는 아니다. 오랫동안 EDM과 디스코를 해 온 만큼, 그걸 베이스로 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다"고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특히 개그맨 김영철 '안되나용' 작곡가 공찬수의 곡이라는 점에서 '전기뱀장어' 또한 개그맨인 손헌수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손헌수는 "항상 제가 작사·작곡을 해 왔는데, '전기뱀장어'라는 곡은 몇 년 전 따로 구입한 곡이에요. 당시 육성하던 트로트 여가수가 있어서 그 친구에 주려고 했죠. 매니지먼트 사업을 접으면서 그 곡을 제가 하게 된 거죠. 공찬수 작곡가는 여가수를 위한 곡으로 썼는데 갑자기 제가 한다고 하니 조금 당황해했지만, 지금은 만족하는 거 같아요(웃음)"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의 성공으로 제2의 트로트 붐이 일기 시작했다. 우승자 송가인에 방송이며 행사며 러브콜이 뜨겁다. 유재석은 '놀면 뭐 하니?'를 통해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트로트 붐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손헌수는 "전혀요. 제 길을 가는데 있어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요. 제가 유산슬 형님보다 한 발 먼저 준비했죠"라면서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라고 외쳐 트로트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이번 곡을 위해 손헌수는 한 마리의 전기 뱀장어가 되기로 각오했다. 반짝이는 은색의 수트를 입은 그의 현란한 웨이브가 자양강장제 같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전기 뱀장어가 검은색이지만, 트로트를 한다면 좀 반짝여야 합니다. 그래서 의상을 은색으로 했어요. 블랙도 있고요. 최강의 멋과 섹시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상의는 재킷만 입었습니다. 또 장어라는 것이 힘을 상징하잖아요. 팔 근육과 허리 웨이브를 이용한 안무로 에너지를 표현했죠."

이번 곡으로 '트로트계의 싸이', 트로트계의 노라조' 등극을 노린다는 손헌수는 "행사를 가면 저는 쉬지 않고 몸을 움직입니다. 제 다음 타임 가수들이 '이렇게 휘젓고 내려오면 어쩌냐'고들 하죠. 기라성 같은 분들도 긴장해요. 제대로 놉니다"라는 말로 행사 주최자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디스코와 EDM, 트로트까지 섭렵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손헌수 나름의 기준을 따른 장르 선택이다. 웃음이 좋아 개그맨이 됐기에, 유쾌함과 즐거움이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게 손헌수의 기조다.

"제가 '복면가왕'에서 발라드를 불렀어요. 그걸 보고 록 발라드를 한 번 해보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음악 하는 사람으로 좀 더 각인되면 시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근본적으로 저는 개그맨 출신이고, 음악 하는 이유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거든요. 무조건 흥,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레트로 콘셉트를 가미한 뮤직비디오도 강렬하다. 가수 데뷔 곡 '다녀오겠습니다'를 제외, 이후 '3분 디스코', '치킨런', '겟업' 등의 곡은 모두 손헌수가 곡과 뮤비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그의 남다른 감각과 기획력이 돋보인다. 유튜브 채널 '손헌수 특집'에는 뮤비 외에도 손헌수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조심스럽게 MCN(1인 창작자들의 동영상 제작·유통·수익화 등을 도와주고 광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기업이나 서비스)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제가 콘텐츠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영화 공부도 6년 했죠. 공개 코미디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4~5년전 대학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공개 코미디 끝난다.이젠 영상 코미디에 집중하라'고 가르쳤어요. 하지만 공개 코미디가 없어져도 저는 걱정 안 해요. 개그맨들이 누구보다 기획력이 뛰어난 집단이거든요. 지금 개그맨들이 유튜브 빠르게 접수하는 것 보세요."

[Y터뷰] 트로트가수 변신 손헌수 "유산슬 게 섯거라! '전기뱀장어'가 간다"

음악과 영상은 시작일 뿐이다. 손헌수는 "코미디를 대입할 수 있는 콘텐츠는 다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리하여 코미디의 시장의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는 언젠가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새로운 코미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고백도 들려줬다.

"손헌수라는 이름이 사실 연예인이 쓰기엔 어려워요. 이름 바꾸란 말을 주변에서 18년을 들었죠.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색을 입히고 싶어요. 거기에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예전에 선배들이 공개 코미디를 개척하신 것처럼 새로운 판을 만드는 거죠. 코미디 발전에 일조한 손헌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촬영 = YTN Star 김태욱 PD(twk557@ytnplus.co.kr), 사진제공=극락기획단]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