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②] "가두면 썩는다"...'삽질'이 말하는 4대강 사업의 진실

[Y터뷰②] "가두면 썩는다"...'삽질'이 말하는 4대강 사업의 진실

2019.11.14.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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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②] "가두면 썩는다"...'삽질'이 말하는 4대강 사업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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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22조 들어간 '삽질'"...감독·프로듀서가 밝힌 4대강 현주소)에 이어

영화 '삽질'(감독 김병기, 제작 오마이뉴스)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으로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강의 모습, 그러한 일들을 벌인 진짜 이유를 흥미롭게 추적한다. 또한 정부 주도 아래 국가기관과 건설사, 언론, 전문가 등이 어떻게 담합하고 이득을 취했는지 고발한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이르는 4대강의 하천 생태계를 복권하겠다는 취지로 예산 22조 2000억 원을 투입한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현상으로 강들은 '녹조라떼'가 되었고 강에서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최하위 등급인 4급수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온 강을 뒤덮었다. 이름도 생김새도 특이한 큰빗이끼벌레라는 괴생물체까지 등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눈길을 끄는 자본의 쓰레기들'로 표현한 세계 10대 건축물·시설에 4대강 사업을 포함했다.

'삽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 발표부터 철회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의 우회, 4대강 사업에 힘을 보탠 전문가들, 포클레인이 강을 완전히 뒤엎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벌레들이 강을 뒤덮는 모습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4대강 '보' 해체에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여론을 호도하는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삽질'의 김병기 감독과 이선필 프로듀서가 이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었다.

[Y터뷰②] "가두면 썩는다"...'삽질'이 말하는 4대강 사업의 진실

◇ 멀쩡한 '보'를 왜 세금 들여서 부수냐고요?에 대한 답

"해마다 5000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의 국민 세금이 4대강 관리를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도 없는데 말이죠. 목에 가시가 굳건하게 박혔다고 두는 게 정상일까요? 그걸 빼야지 건강해집니다. 보를 해체하는 것이 국민 세금을 아끼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 때 그 근처에 몇백 개의 공원이 조성됐어요. 몇 군데는 도심과 인접한 곳이라 쓰이고 있지만 쓰이지 않는 유령공원이 더 많아요. 유지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 '녹조현상'이 정말 4대강 사업 때문에 생긴 건가요?에 대한 답

"영화에서 소양강과 낙동강의 물 체류 시간은 같지만 소양강은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교수님이 있습니다. 녹조 생성에는 크게 네 가지 조건이 있어요. 온도(수온), 햇빛, 인(오염물질), 체류시간입니다. 소양강은 산속에 있어서 수온이 낮죠. 오염물질 유입도 없습니다. 4대강은 도심을 흘러요. 거기서 인이 쌓이는데, 그걸 막아놨습니다. 그러니까 썩게 되는 겁니다. 녹조 생성 조건이 아예 다르죠. 금강은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수문을 열었습니다. 작년과 올해 가봤더니 녹조가 없었습니다. 흐르게만 했을 뿐인데요."

◇ '보'를 해체하면 농업용수가 부족한 거 아닌가요?에 대한 답

"지난 5월 공주보 탐사를 갔습니다. 공주 시내 전역에 '농민 다 죽는다' '농업용수 없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더라고요. 4~5월은 농번기입니다. 농업용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곳을 갔는데 농수로에 물이 꽉 차 있었고 논에도 물이 꽉 차 있었습니다. 보를 해체하더라도 수위는 똑같습니다.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물이 너무 많아서 침수피해를 본 농민이 있었어요. 침수 피해로 수박 농사를 망쳤다고 이야기했죠."

[Y터뷰②] "가두면 썩는다"...'삽질'이 말하는 4대강 사업의 진실

◇ 홍수, 가뭄 예방효과는 어떡하고요?에 대한 답

"4대강 사업 이전 4대강 본류 지역에는 홍수와 가뭄이 거의 없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원도 산간 지역 등에서 홍수나 가뭄이 있는 거죠. 홍수와 가뭄이 없는 곳에서 그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발목이 부러졌는데 심장 수술을 한 격이죠."

"반대쪽에서는 여론을 호도하고 궤변을 늘어놓는데 검증하는 언론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병기 감독은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다. 녹조가 낀 물을 걸러서 먹고 있는데, 녹조 속에는 청산가리의 20배에서 200배 정도의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다. 정수 처리를 하고 있지만 치명적인 맹독이다.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Y터뷰②] "가두면 썩는다"...'삽질'이 말하는 4대강 사업의 진실

◇ 그래서 "언론의 가치는 검증"

"저희는 탐사보도 하지 않았던, 단발성 보도만 있었던 4대강 사업을 길게 취재했습니다. 언론의 가치는 검증에 있습니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명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이 맑아졌다' '가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해도 그걸 받아 적는 건 언론이 아닙니다. 그것이 옳은지, 아닌지 현장에서 판단하고 말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정치 문제가 아닌 과학 문제로 봤습니다. 과학적으로 풀면 됩니다. 가두면 썩는다. 이건 과학입니다. 오마이뉴스 제작이라고 선입견이 있다면 13년 간의 취재와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 취재를 통해 검증한 결과라는 걸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병기 감독)

"'기레기'이고 싶지 않은 저항 의식입니다. 속보 경쟁, 단발성 보도, 단독 경쟁에서 지나간 이슈는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지고 진실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선필 프로듀서)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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