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22조 들어간 '삽질'"...감독·프로듀서가 밝힌 4대강 현주소

[Y터뷰①] "22조 들어간 '삽질'"...감독·프로듀서가 밝힌 4대강 현주소

2019.11.14.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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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22조 들어간 '삽질'"...감독·프로듀서가 밝힌 4대강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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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4대강 삽질은 계속됩니다. 책임을 묻지 않아서 4대강 삽질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삽질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김병기 감독)

영화 '삽질'(감독 김병기, 제작 오마이뉴스)의 조준점은 명확하다. 당장 이 삽질을 멈추는 것이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병기 감독은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인 김병기 선임기자다. 김 감독은 2006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13년간 4대강 사업 문제를 집요하게 쫓았다. 10년 넘게 밀착 취재해 그 실체를 파헤친 '삽질'이 오늘(14일) 개봉한다. 김병기 감독과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를 만나 '삽질'의 탄생과 4대강 사업의 현주소를 들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였어요. 그가 내건 제1공약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었고요. 국토의 혈맥을 건드리는 만큼 언론이 검증해야 했죠.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이건 도둑질이에요. 4대강 사업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매년 5000억 원에서 1조 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죠. 여전히 보는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파괴하고 있습니다.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는 언론도 없어요. 저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것 같은데 김종술 정수근 이철재 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있어서 영화도 나올 수 있었어요." (김병기 감독)

[Y터뷰①] "22조 들어간 '삽질'"...감독·프로듀서가 밝힌 4대강 현주소

'삽질'은 유튜브에 올릴 5부작 다큐멘터리로 출발했다. 이를 본 이선필 프로듀서는 영화로서의 가능성을 봤다. 이 프로듀서는 오마이뉴스에서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첫 영화인데 경험이 없었다. 영화 취재를 10년 가까이 했지만, 영화를 만드는 건 다른 작업이었다"라면서 "프로듀서라는 직함이 무겁게 느껴졌다. 현재 영화의 배급을 맡은 앳나인필름에서도 함께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급물살을 탔고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 이 작업에 매달렸다"라고 돌이켰다.

"취재기자로 28년 동안 생활했어요. 기자는 인터뷰하고 취재하면 기사가 나와요. 영화 작업은 많은 사람이 달라붙어야 하는 공동 작업이잖아요. 혼자 가서 만나는 건 쉽지만 카메라랑 같이 가니까 어렵더라고요. 이선필 기자, 다큐멘터리를 만든 경험이 있는 안정호 기자 등이 도움이 됐어요. '피디수첩' 정재홍 작가님이 전체적인 줄거리를 짜줬는데 이후 훨씬 수월해졌죠." (김병기 감독)

정재홍 작가는 MBC 'PD 수첩'에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제작했다. 정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영화를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삽질'이라는 제목 또한 그가 제안했다. 김 감독은 "4대강 사업은 22조 2000억 원을 드린 쓸데없는 삽질"이라며 "영화를 통해 가짜 삽질이 아니라 진짜 삽질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김병기 감독은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이재오 2010년 특임장관, 권도엽 2012년 국토해양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과 4대강 사업을 지지한 뒤 수십억 원대 국책 연구 용역을 받은 교수 등을 찾아갔다. '4대강 사업을 아직도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망가거나 화를 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묻어난다.

"책임져야 할 자들이 사과도 안 하고 오히려 화를 내고 무례하다고 외치거든요. 그것이 4대강 사업의 현주소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병기 감독)

[Y터뷰①] "22조 들어간 '삽질'"...감독·프로듀서가 밝힌 4대강 현주소

왜 지금 4대강 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선필 프로듀서는 "당시 4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대학교수나 전문가들이 굉장히 잘살고 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좋은 대학의 교수들인데 아직도 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정부에서 받은 돈으로 연구 활동도 하고 있죠. 정의를 외쳤던 분 중에는 직장을 잃고 어려운 삶을 사는 분도 많아요. 왜 불법을 자행하는 사람은 잘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힘들게 사는 걸까요? 그게 바로 지금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병기 감독은 "검찰이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22조 2000억 원을 누가 쓸어갔는지, 검찰이 수사하면 캐낼 수 있었다. 종착지를 알 수 있었으나 덮었다"라면서 "불법 담합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우리 사회도 오래되니까 잊어갔다. 지금이라도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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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로의 첫걸음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검찰 개혁이 화두입니다. 2008년과 2019년의 검찰은 쌍둥이예요. 당시 불법 담합, 비자금 조성에 대해 검찰이 면죄부를 줬습니다. 검찰개혁에 촛불을 든 분들은 꼭 영화를 보셨으면 합니다."

"감시받지 않은 권력은 폭력이 됩니다. 그건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요. 영화를 보고 함께 공분했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딱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삽질'은 스릴러처럼 긴박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론 통쾌합니다!" (이선필 프로듀서)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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