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권상우의 도장깨기가 주는 쾌감

[Y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권상우의 도장깨기가 주는 쾌감

2019.10.3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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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권상우의 도장깨기가 주는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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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같은 수를 두는 자. 귀수(鬼手)의 수를 쉽게 읽을 수는 없지만, 복수를 위해 달려온 그의 처절한 '한 수'가 스피디하고 스타일리시하게 펼쳐진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 제작 메이스엔터테인먼트/아지트필름)이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2014년 개봉해 356만 명의 관객을 모은 '신의 한 수'에서 15년 전으로 돌아간 스핀오프 작품이다. 극 중 귀수는 태석(정우성)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절대적인 인물로 등장해 궁금증을 높였다.

영화는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캐릭터들과 다양한 대국 방식은 만화적 상상력과 영화만의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며 오락 영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귀수가 고수들을 찾아가 도장깨기를 하며 주는 쾌감이 크다. 오랜만에 액션을 선보인 권상우의 매력이 무엇보다 빛이 난다.

[Y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권상우의 도장깨기가 주는 쾌감

줄거리는 귀수의 복수극으로 귀결된다. 어린 시절 누이와 스승 허일도(김성균)를 잃은 귀수(권상우)는 수련을 하면서 세상을 향한 복수를 계획한다. 자신을 사지로 내몬 냉혹한 내기 바둑판으로 뛰어든 귀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결을 펼친다. 허일도는 어린 귀수에게 "세상은 둘 중 하나야. 놀이터가 되거나 생지옥이 되거나"라고 말한다. 귀수는 혹독한 훈련과 수련으로 세상을 놀이터로 만들려 한다. 귀수와 고수들의 싸움이 긴장감 넘친다. 귀수가 한판씩 이기는 과정에서는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재야의 고수가 펼치는 진검승부가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영화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이 돋보인다. 과묵하고 묵직한 귀수를 따라다니며 극의 숨통을 풀어주는 관전 바둑의 대가 똥선생(김희원)과 귀수가 기억하는 따뜻한 스승인 허일도, 판돈을 계속해서 높이고, 지는 건 절대 참을 수 없는 부산잡초(허성태), 바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귀수와 허일도의 뒤를 쫓는 외톨이(우도환), 신들린 바둑을 두며 공포를 자아내는 장성무당(원현준) 등이 치열한 바둑 대전에 합류했다.

대국 스타일 역시 다양해 눈길을 끈다. 사활 바둑, 관전 바둑, 맹기 바둑, 판돈 바둑, 사석 바둑, 신들린 바둑과 함께 한 색깔의 바둑돌로만 대국을 두는 일색 바둑, 1대 다수의 바둑 대국을 벌이는 다면기 바둑 등 다양한 경기 방식이 펼쳐진다. 그 과정서 인물들은 숨 막히는 심리전이 극을 조인다. 바둑을 모르더라도 귀수의 눈빛과 땀, 바둑돌을 내려놓는 소리 등으로 승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Y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권상우의 도장깨기가 주는 쾌감

영화 촬영 3개월 전부터 고강도의 액션 연습을 한 권상우는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유려하게 소화하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액션 실력을 뽐낸다. 탄탄한 바둑판 복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권상우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운 귀수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방탄유리'로 악역 전문 배우라는 인식이 강한 김희원은 이번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만 소비적인 여성 캐릭터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성성 넘치는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의 복수를 위한 명분으로 이용된다.

여러 단편 영화를 연출했던 리건 감독의 첫 스크린 장편 데뷔작이다.

오는 11월 7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이 106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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