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변화를 이끄는 목소리...'우먼 인 할리우드'가 담은 현실

[Y리뷰] 변화를 이끄는 목소리...'우먼 인 할리우드'가 담은 현실

2019.10.26. 오전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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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변화를 이끄는 목소리...'우먼 인 할리우드'가 담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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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지금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독보적인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던 하비 와인스타인은 이제 심판을 앞두고 있다.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고백했고 이는 전 세계적인 '미투(MeToo)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제 할리우드는 또 다른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유리천장에 갇힌 여성 종사자들이 이끌어갈 변화다.

할리우드에서 여성 감독, 여배우들의 존재감은 남성 감독과 남배우들보다 현저히 낮다. 남성 감독, 남성 촬영감독은 여성 주인공을 객체화했다. 여전히 여성 중심 영화의 성공은 우연으로 여겨진다.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감독 톰 도나휴)는 이러한 현실을 담았다. 과거를 증언하고 상생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가 거침없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188편의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종사자 96명의 인터뷰,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안과 밖에 만연한 기회 불균등과 성차별에 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전설적인 배우로 수많은 배우의 롤모델로 꼽히는 메릴 스트립과 '그레이 아나토미' '킬링 이브' 산드라 오, '캐롤' '토르: 라그나로크' 케이트 블란쳇, '금발이 너무해'와 '빅 리틀 라이즈' 제작과 주연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 '미스 슬로운' 제시카 차스테인, '레옹' '블랙 스완' 나탈리 포트만과 '캐리' '마담 싸이코' 클로이 모레츠 등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고 있는 배우들이 한 프레임 안에 앉았다.

[Y리뷰] 변화를 이끄는 목소리...'우먼 인 할리우드'가 담은 현실

여기에 '트와일라잇' 캐서린 하드윅 감독과 '원더 우먼' 패티 젠킨스 감독,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서 '허트 로커'로 여성 최초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과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브렌다 채프먼 감독, '델마와 루이스'로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서 각본상을 받은 캘리 쿠리, '나니아 연대기' '헝거 게임' 시리즈를 만들어낸 감독이자 제작자, 프로듀서인 니나 제이콥슨, 마블 시리즈의 기획과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마블 스튜디오 부사장이나 프로듀서인 빅토리아 알론소 등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감독, 작가, 제작진 등의 이름도 볼 수 있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이들의 생생한 의견과 함께 증거 자료들을 보여줌으로써 힘을 보탠다. 제작자로도 나선 제시카 차스테인은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봤다고 고백했다. '매우 아름답다' '늘씬하다' '반에서 외모로 5위 안에 드는 여자' 등 실제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속 여성의 묘사는 간단했고 또 얼마나 남성의 판타지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은 남성의 구원을 기다리는 존재였고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권리가 쉽게 용인되지 않았다.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된 '겨울왕국' '히든 피겨스' 등의 성공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Y리뷰] 변화를 이끄는 목소리...'우먼 인 할리우드'가 담은 현실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도 여성보다 남성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세상의 반은 여성이지만 그 반을 대표할 인물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할리우드의 차별적 관행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지나 데이비스는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 젠더 연구소'를 설립해 이러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 '이제는 달라졌다'라고 말하는 남성 제작자들에게 지나 데이비스가 내민 데이터는 그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미디어 속 여성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미미했다. 미국 케이블 방송 FX의 CEO는 이 데이터를 보고 개선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FX는 50개의 작품을 에미상 후보에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단순히, 무조건 여성의 역할을 확대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존재감 있는 여성 종사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객관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당당하게 요구한다. 과연 이들의 요구가 또 용기가 어떤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우먼 인 할리우드'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2018년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오는 31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96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마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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