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4대강 사업 고발한 '삽질'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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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4. 오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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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4대강 사업 고발한 '삽질'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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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이면의 검은 속내, 4대강을 헤집었지만 파괴된 생태계를 외면한 주역들의 면면이 탄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영화 '삽질'(감독 김병기, 제작 오마이뉴스)은 말한다. "국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4대강 삽질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삽질'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무려 12년간 밀착 취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핵심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내세우며 이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 등 경고가 이어지자 사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후 4대강 살리기를 들고나왔다.

'삽질'은 4대강 사업이 이름만 바꿨을 뿐 실상 대운하 사업이라고 말하며 다양한 근거 자료를 차례차례 제시한다. 그 내막과 그로 인해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강의 모습, 그러한 일들을 벌인 진짜 이유를 흥미롭게 추적해간다. 또한 정부 주도 아래 국가기관과 건설사, 언론, 전문가 등이 어떻게 담합하고 이득을 취했는지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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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이르는 4대강의 하천 생태계를 복권하겠다는 취지로 예산 22조 2000억 원을 투입한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다. 2012년 국민 반대로 철회되었던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살리기로 바꿔 감행된 것. 녹조현상으로 강들은 '녹조라떼'가 되었고 강에서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최하위 등급인 4급수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온 강을 뒤덮었다. 이름도 생김새도 특이한 큰빗이끼벌레라는 괴생물체까지 등장했다.

'삽질'은 제작진의 집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진행된 4대강 사업의 비자금, 권언유착을 12년 동안 취재하고 보도한 오마이뉴스가 처음으로 제작에 나섰다. 김병기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병기 감독은 이명박 정권이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금강요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지난 10년 동안 금강에 터를 잡고 살면서 강의 변화를 기록한 김종술 시민기자가 영화 제작에 동참했다. 그는 1년에 340일가량 금강에 나가며 무려 1700건의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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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 발표부터 철회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의 우회, 4대강 사업에 힘을 보탠 전문가들, 포클레인이 강을 완전히 뒤엎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벌레들이 강을 뒤덮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김 감독은 당시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이재오 2010년 특임장관, 권도엽 2012년 국토해양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과 4대강 사업을 지지한 뒤 수십억 원대 국책 연구 용역을 받은 교수 등을 찾아갔다. '4대강 사업을 아직도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망가거나 화를 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묻어난다.

4대강 사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치열하고 치밀하게 현실을 담아낸 '삽질'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곧 개봉하지만, 김병기 감독의 기록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도 대가 없이 묵묵히 4대강을 지키고 있는 분들과 함께 4대강을 지켜보고 기록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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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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