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먼 미래는 긍정적이다" (인터뷰)

'이란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먼 미래는 긍정적이다" (인터뷰)

2019.10.21. 오후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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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먼 미래는 긍정적이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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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는 아니지만 먼 미래는 긍정적이고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모흐센 마흐말바프)

'가베'(1996) '칸다하르'(2001) '어느 독재자'(2014) 등을 만든 이란 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영화 '마르게와 엄마'를 들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를 찾았다. '마르게와 엄마'는 부국제에서 아이콘 섹션에 초청됐다. 아이콘은 올해 부국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섹션으로 아시아, 미주, 유럽, 아프리카, 한국 등 지역을 불문하고 동시대 거장의 신작을 선보이는 부문이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올해 부국제에서 지석상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마르게와 엄마'는 22살 엄마 클라우디아와 6살짜리 조숙한 딸 마르게의 이야기다. 집세를 못 내 쫓겨난 클라우디아는 마르게를 옆집 할머니에게 맡기고 돈을 벌기 위해 떠난다. 클라우디아는 친구와 영화감독을 사칭하는 사기꾼들과 함께 팀을 꾸려 돈벌이에 나서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르게는 지나칠 정도로 독실한 할머니와 동네 아이들의 견제 속에서 자신의 철학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이탈리아의 심각한 경제난과 함께 청년과 소외 계층의 빈곤과 실업 문제, 종교의 모순 등을 소재로 하지만 마치 한 편의 우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안긴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이탈리아는 굉장한 영화를 많이 배출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라면서 "이탈리아에서 가난이, 자본주의가 그 나라를 지배하는 걸 봤다"라고 말했다.

'이란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먼 미래는 긍정적이다" (인터뷰)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고 6년 전에는 한 달 동안 체류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각본을 썼어요.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 내려갔죠. 이 영화는 네오리얼리즘 등 이탈리아의 과거 영화에 받치고 싶어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고독을 이야기했는데 너무 좋아해요. 요즘에도 젊은 사람들은 함께 살아도 고독을 느끼잖아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도 좋아하는데, 용기 있게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었죠. 그 감독님의 영향과 이탈리아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르게와 엄마'를 만들게 됐습니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이란 검열 당국의 타깃이 되어 2005년 이후로 이란을 떠나 유럽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간 저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인도, 조지아, 이스라엘, 터키 등 10개국에서 영화를 만들어왔어요. 이탈리아도 그중 하나고요. 매일 생각했던 건 모든 나라가 다르지만 결국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같은 사람이고 같은 세계죠. 저희가 사랑에 빠질 때 똑같이 사랑에 빠지고 슬플 땐 똑같이 슬퍼요. 언어나 문화가 다를 뿐이지 한국이나 이란, 이탈리아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결말은 아직은 어린 마르게의 미래를 궁금케 만든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먼 미래는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마르게의 먼 미래를 이야기했다.

"어렸을 때 제가 40세가 되면 중국 사람의 절반이 굶주림에 죽을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렇지 않았잖아요. 서양과 경쟁하고 발전한 나라가 됐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절망적이고 부정적이면 인간은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근접한 미래는 부정적이지만 먼 미래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란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먼 미래는 긍정적이다" (인터뷰)

마흐말바프 감독은 고(故) 김지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지석상 심사위원장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김지석 선생님이라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인류애, 또 하나는 예술적인 면으로 영화를 봤다"라고 밝혔다.

1996년 부국제의 창설 멤버이자 기둥 역할을 튼튼하게 해왔던 고 김지석은 2018년 5월 칸국제영화제 출장 도중 별세했다. 20여 년 동안 아시아 영화 발굴에 앞장서 온 그는 부국제를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김지석 선생님은 영화계에서 특별한 분이었어요. 아시아 영화를 지지하셨던 분인데, 젊은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죠. 부국제에 대해 '우정을 나눈 사람들끼리 힘을 합해서 만든 영화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정이 죽으면 영화제도 죽을 거라고 했죠. 아시아의 영화 거장들은 부국제에 와서 희망을 얻고 가요. 이 우정이 계속 이어져서 영화제가 더욱 커지길 바라고 있어요."

신인 감독들을 위한 마흐말바프 필름하우스를 설립하기도 한 그는 "요즘은 3개월 정도면 영화 연출을 마스터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기술적인 면보다 "영화를 만들 때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말하고 싶은지.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영화 말고 다른 것도 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고 싶다면 사회학을 같이 공부하고 스토리텔링의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 철학이나 심리학도 같이 공부하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텅 빈 영화가 될 수 있거든요. 아무리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도 이런 것들을 같이 배우지 않으면 깊이가 없고 의미가 없습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부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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