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정유미 "'82년생 김지영',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죠"

"성별 구분 없이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얘기인 게 가장 컸어요."

배우 정유미가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니 그런 논란들은 그에게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제작 봄바람영화사)이 오는 23일 개봉한다. 영화는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한다. 1982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엄마, 그리고 직장 동료인 김지영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다룬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로 공감을 안긴 소설이지만 '페미니즘 도서'로 낙인찍히며 남녀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에 영화는 제작 전부터 낮은 평점을 받으며 평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정유미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모든 영화가 이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생각을 너무 많이 안 했어요. 제가 해내야 하는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정유미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받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나리오를 덮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나는 누굴까?' '가족들한테 나는 어떤 딸일까?' 이런 생각을 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했다.

"전 지영이처럼 결혼도 안 했고 육아도 안 해서 '이 삶에 공감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 얘기는 저한테 자연스럽게 왔어요. 주변 사람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뭘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영이)역할을 잘 표현해내고 싶더라고요. 나아가서 관객들과도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하면서도 보편적인 30대인 김지영을 연기한다는 부담감은 특별히 크지는 않았다고. 다만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연기를 잘 해내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던 정유미는 "역할을 잘 수행해내야 하는 건 늘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82년생 김지영' 출연 확정 이후 정유미가 많이 받았던 질문은 "어떻게 용기를 냈느냐"였을 것이다. 다만 정유미는 "전 배우고 이것이 배우가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이야기했다.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잖아요. 존경하고 감동할 때가 있어요. 뉴스 등에서 그런 얘기를 볼 때마다 저도 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건 해야겠다고 다짐해요."

그간 정유미는 영화 '도가니' '부산행'을 비롯해 드라마 '직장의 신' '연애의 발견' '라이브' 등을 통해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차분하게 일상의 공기를 담아낸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숙지를 하고 있지만, 최대한 단순해지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감정에 기댔어요. 그런데 버겁고 지칠 때도 있더라고요. 처음 연기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냥 부딪혔던 거 같아요. 그때는 그게 맞았던 거 같고요. 그런데 제 감정이나 생각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상대 배우가 있고 스태프가 있죠. 지금은 일단 비우고 단순해져서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해요. 예전엔 좀 까다로운 주문이 오면 '왜 이렇게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일단 해볼게요'라고 말해요."

엄마 미숙 역의 김미경과 정유미의 호흡은 심금을 울렸다. 정유미는 "김미숙 선생님과 처음 연기했는데 그냥 엄마 같았다"라면서 "건강한 선생님께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의지가 많이 됐고 선생님이 엄마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너무너무 좋았다. 우리 엄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영화의 결말은 원작보다 희망적이다. 원작 소설을 쓴 조남주 작가는 이에 대해 "소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라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정유미는 "개인적으로 보편적이라고 하는 얘기, 삶을 얘기하는 영화는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배우로서 행복도를 묻는 말에 정유미는 "7점 이상 된다"라고 고백했다.

"정말 다행이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려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사실 좋은 것만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힘들었던 부분도 제 안에 쌓여서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잘하는 것만 보여드리고 싶어요. 계속해서 노력해야겠죠."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