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타지옥' 이현욱, 이 배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Y터뷰①] '타지옥' 이현욱, 이 배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19.10.1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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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타지옥' 이현욱, 이 배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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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발견이다. 등장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여운은 강렬했다. 안방극장에는 다소 생소한 얼굴이었음에도 특유의 서늘한 미소와 단단한 내공이 깃든 연기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OCN 주말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에서 유기혁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욱의 이야기다.

유기혁은 극 중 에덴고시원 302호에 거주하며 서늘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서기보다 그림자처럼 서 있었던 그는 대놓고 공포 분위기를 형성한 변득종(박종환), 홍남복(이중옥)보다 차가웠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현욱은 차분했다. 이번 작품으로 대중에 단단히 눈도장을 찍은 만큼 인기에 고무될 법도 한데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주변인들에게 공을 돌렸다. 발자국 찍듯 꾹꾹 눌러 말하는 답변은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진정성을 증명하기 충분했다.

[Y터뷰①] '타지옥' 이현욱, 이 배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타인은 지옥이다'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에게 남다른 작품이었다. "그동안 했던 작품 중 제가 가장 많이 달려들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원작의 애독자였다는 그는 유기혁 역할에 자신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드라마화 소식을 들은 그는 직접 프로필을 넣고 오디션을 봤다.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고 싶어서 샤워하다 울었어요.(웃음) 분노의 양치질도 했고요. 연기 갈증이 있었던 데다 원작 속 왕눈이를 보면서 저와의 교집합을 찾았거든요. 배우가 연기로 캐릭터와의 간극을 채우기도 하지만, 고유의 성정이 묻어나올 때 더 자연스러운 게 있잖아요. 특유의 서늘함을 봤고, 잘 만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바라던 오디션인데, 정작 결과를 기다리며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얼굴에 열꽃까지 났다니까요." 다행히 위기는 기회가 됐다.

"한편으로 제가 감기가 안 걸렸다면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 (보는 분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것 같았어요.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죠. '절실하면 이뤄진다'는 말을 안 믿었는데, 이번 경험으로 조금은 믿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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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는 생소하지만 수많은 연극 무대를 오르며 잔뼈가 굵은 배우다. 안양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FM 중 FM. 영화 '가시심장'으로 데뷔한 게 2010년이니, 연기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기와 함께 한 셈이다.

영화 ‘어깨나사’ ‘표적' ‘섬, 사라진 사람들, 드라마 '쓰리데이즈', '사랑만 할래', '미세스캅2'(2016)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는데 조바심은 없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그로 하여금 이 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는 건지, 그만하고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사실 지금도 의심하죠. '내 꿈을 좇자고 이기심에 주변 사람들,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는 현실적인 고민이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처럼 경제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해 위축도 됐고요 다행히 요즘은 손을 벌리진 않아요. 그래도 부모님께 항상 죄송함을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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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그를 잡아준 작품은 연극 '트루웨스트'(2015)였다. 절친한 연예계 동료 서현우와 함께 출연한 이 연극은 이현욱을 다시 타오르게 했다. "그때 스스로 약속한 게 연기에 더 이상 흥미와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과감히 그만두겠다는 거였어요." 그 결심은 아직도 유효하다.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은 답이 없다는 것 같아요. 무궁무진하니까. 늘 새로운 것을 접하는데, 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해요. 내가 생각 못했던 걸 생각하는 선·후배들 보면 ‘아직 모르는 게 많구나’며 자극도 받고요. 좋게 포장하면 재미, 솔직히 말하면 집요함과 오기인 셈이죠.(웃음)"

그래서일까. "관성에 따라 연기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고 밝힌 그는 의외성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매너리즘을 경계하기 위해 대본을 보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는 편이에요.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 마냥 새롭기보다 진부하지 않게 표현하는 게 배우의 의무라 생각해서요. 여전히 부족함이 많아 그 태도를 몸에 배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Y터뷰①] '타지옥' 이현욱, 이 배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도 예상외의 답변을 이어가는 그에게서 평소 고민과 소신이 짙게 묻어났다.

"10년 뒤 제가 '어떤 사고를 하면서 연기할까'가 궁금해요. '좋은 배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목표보다도 배우의 의무라 생각해서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찾아갈 얼굴이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나를 찾아갈 수 있으면 더 좋겠고요."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 매니지먼트에어,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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