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멜로가 체질'→'버티고', 천우희가 그린 서른의 얼굴

[Y터뷰] '멜로가 체질'→'버티고', 천우희가 그린 서른의 얼굴

2019.10.1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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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멜로가 체질'→'버티고', 천우희가 그린 서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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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과 '버티고'는 본격 성인 연기에요.(웃음) 그간 나이가 보이지 않거나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 대중이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봤죠. '버티고'에서는 나름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피스룩을 입었는데 저의 새로운 모습에 기대했어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길 바라고 있어요."

배우 천우희가 연달아 서른의 얼굴을 그렸다. 1987년생으로 33살(한국나이)인 그 역시 지나온 나이다. 천우희는 자신의 서른에 대해 "기대감도 있지만 불안함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많은 걸 이루고 싶었어요. 30살이 됐을 땐 감흥에 취했던 거 같고 31살, 32살 때가 가장 불안했죠. 조급하고 열의는 많았어요. 그 시간이 지나니 의욕이 떨어지더라고요. 힘든 시간을 보내니 조급함은 덜어졌죠. 무엇보다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을 연달아 촬영하면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기분이에요. 제가 뭘 계획한다고 계획대로 안 되는 것도 알고요. 현재 저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Y터뷰] '멜로가 체질'→'버티고', 천우희가 그린 서른의 얼굴

천우희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이어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로 두 가지 색깔의 서른을 표현했다.

‘멜로가 체질’에서 서른 살의 '똘기' 충만한 드라마 작가 임진주 역을 맡았다. 천우희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대사를 맛깔스럽게 소화한 것은 물론 뻔뻔하면서도 할 말 다 하는 코믹한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버티고'에서는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 역으로 짙은 감성 연기를 선보였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이 창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천우희는 연애, 일, 가족 등 어느 것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아 부유하고 위태로운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달아 서른을 연기해서 재밌었어요. 제 얼굴로 다른 색의 서른을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했죠. 어떤 분은 진주가, 어떤 분은 서영이 더 와 닿을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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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으로 서른을 연기해서일까. 서른에 대한 천우희의 생각도 정립된 듯 보였다. 그는 "30대에는 뭔가 이루고 자리 잡고 능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전 아직도 20대랑 별반 다른 게 없다.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미숙한 부분도 많고 사람들을 대할 때도 어색할 데가 있다"라고 고백했다.

"어정쩡한 나이인 거 같아요. 사회적으로 많은 걸 요구하죠. 많은 걸 해나가야 하니까 압박감이나 불안함이 저변에 깔려 있어요. 그런데 30대라고 하면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또 적은 것도 아니잖아요. 어디에 끼기 어려운 어중간한 나이죠. 그런데 그 나이가 제일 좋은 거 같아요. 두 작품을 하고 나서 보니까 이 나이가 모든 걸 할 수 있는 나이인 거 같더라고요. 이것저것 다 도전할 수 있죠. 잘 안 되면 '앞으로 잘하면 되지'라고 마음먹을 수도 있고요."

[Y터뷰] '멜로가 체질'→'버티고', 천우희가 그린 서른의 얼굴

천우희에게 두 작품은 멜로 연기를 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 그는 "멜로의 달인이 되고 싶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전에는 멜로에 관심이 없었어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에 끌렸죠. 언제부턴가 일상에 닿아있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더라고요. 한석규 선배님도 '가능할 때 멜로를 많이 해라'라고 조언해주기도 했죠. 인간으로서 사랑이 중요하고 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멜로 장르라고 했는데 와 닿았어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인데 그걸 왜 진부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끌리는 멜로가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Y터뷰] '멜로가 체질'→'버티고', 천우희가 그린 서른의 얼굴

2019년 초반부터 천우희는 달렸다. 오는 11월에는 영화 '앵커' 촬영에 돌입한다. 올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버티고' 때문이었다. 천우희에게 2018년은 힘든 시기였다. 1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그때 '버티고' 시나리오가 그에게 왔다.

영화 속 마지막 대사인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가 꼭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고 한 천우희는 "제 나름대로 건강한 정신과 뚝심으로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순간이 있었다. 그게 작년이었다"라면서 "제가 존재하는 곳은 현장이고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좋다고 느꼈다. 연기하면서 상처받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연기로 극복되는 느낌을 받았다. '버티고'를 통해 마음을 추슬렀다"라고 이야기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도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한테 사랑도 받고요. 저 스스로 아쉬울 때가 많아요. 미워할 때도 있죠. 제가 하찮다고 느껴질 때도 있는데 팬레터를 보면 제 작품이 '위로가 되고 힘을 준다' '희망이 되고 꿈이 될 때가 있다'는 말들을 봐요. 정말로 감동이에요. 그러면서 힘을 내고 이 일에 대해 의미를 되새기게 되죠."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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