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부국제] "'레미제라블', 프랑스에 경고하는 영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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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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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부국제] "'레미제라블', 프랑스에 경고하는 영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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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외곽에 있는 동네는 정부에 의해 완전히 버림받았다. 상황이 썩을 때까지 내팽개쳐졌다. 정치인들의 정책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경고하는 영화다. (프랑스)대통령한테 이 영화를 보여주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라주 리 감독)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직구에 더 강력한 직구로 맞선다. 이들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린다. 프랑스 경찰이 공권력을 부당하게 휘두른다. 파리 외곽의 빈민가에 사는 도시 빈민층 아이들은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영화 '레미제라블'(감독 라주 리)이다.

[24th 부국제] "'레미제라블', 프랑스에 경고하는 영화" (인터뷰)

'레미제라블'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과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했다. 파리 외곽 흑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새끼 사자를 훔친 소년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다루는 장면이 원격 카메라로 촬영됐다. 이 사실을 알고 이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내용이다. '레미제라블'은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됐다. 3000석 이상의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다. 상영이 끝난 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7일 만난 라주 리 감독과 배우 다미엥 보나르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라주 리 감독은 "그렇게 환영을 받을 줄 몰랐다. 무대가 꽉 차 있는 모습이 굉장했다.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다미엥 보나르 역시 "놀라웠다. 반겨주고 인사해서 좋았다. 모든 사람이 저희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웃었다.

영화는 프랑스 파리 외곽 몽페르메유를 배경으로 부패한 경찰과 각종 범죄 조직이 빈민가를 장악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지는 참극을 다룬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과 제목과 배경이 같다. 불만이 절정에 달한 아이들의 분노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홍콩 시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라주 리 감독은 "20~30년 전부터 프랑스 외곽은 분노의 감정을 쌓아가고 있다. 경찰들의 폭력에 주민들이 시달리고 있다. 분노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분이 권리를 주장하려고 데모를 한다. '노란조끼' 시위도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인 문제점, 분노, 불공평함이 있기 때문에 들고일어난다"면서 "홍콩에서도 몇 달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데모를 하는 건 정당하다. 그런 분들을 지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24th 부국제] "'레미제라블', 프랑스에 경고하는 영화" (인터뷰)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10년 전으로 올라간다"던 그는 "경찰들을 촬영하는 일을 했는데 어떤 경찰이 아이가 수갑을 채웠는데도 폭력을 휘둘렀다. 코스타가브라스 감독의 아들, 그 분도 프로듀서인데 이걸 인터넷에 올리라고 했다. 이후 신문기자한테 알려야한다고 했다. 그 뒤에 이들에 대한 조사가 들어갔다. 그 동영상을 통해 경찰이 검거가 됐다"면서 "(이 내용을)픽션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어느 영화나 그렇겠지만 만들기도 힘들고 투자받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폭력에 쉽게 노출된 아이들은 쉽게 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 라주 리 감독은 "배경 자체가 폭력적이다. 폭력적인 시스템 속에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불행히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폭력"이라고 밝혔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렵지만 폭력을 휘둘러야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본다. 역사 속에서 일부 확인된다. 프랑스 혁명과 2005년 파리 외곽에서 일어난 반란을 통해 그들의 권리를 되찾았다. 대화로 시작되는데 그게 안 되면 폭력을 휘두른다. 그때 정부가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하는 거다. 저는 절대적으로 폭력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면 폭력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

[24th 부국제] "'레미제라블', 프랑스에 경고하는 영화" (인터뷰)

다미엥 보나르는 "과거에 경찰은 동네를 가깝게 지키는 평화 지킴이로 불렸는데 이제 그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규율과 규칙을 지키게 하는 세력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그 변화만 봐도 지킴이에서 억압하는 세력이 됐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경찰도 이걸 싫어한다. 주민들을 위한 직업이니까 말이다. 하루에 몇 사람을 잡아 오느냐에 따라, 숫자에 따른 성과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라주 리 감독은 '레미제라블'에 대해 "분명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프랑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 극단적인 가난함에 시달리는,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을 극복해나가는 사람은 어디에든 있다"면서 "영화를 통해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인지해서 대화하고 토론을 하고 논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4th 부국제] "'레미제라블', 프랑스에 경고하는 영화" (인터뷰)

엔딩은 열려있다. 경찰과 빈민가 아이가 강렬하게 눈빛으로 대립하고 또 교류한다. 어떠한 해석도 가능하다. 라주 리 감독은 "열려있는 엔딩을 선택한 건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라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테이블에 같이 앉아서 대화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프랑스는 세계 5, 6위의 최강국인데 이런 나라가 진정한 정책을 펼치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교육과 문화에 초점을 두면 무엇이든지 바뀔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미엥 보나르 또한 "엔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두 사람의 대면을 통해 잠시 시간이 멈춘다고 해야 하나,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엔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 제공=부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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