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부국제] '금자씨'와 '박쥐'를 통해 본 '박찬욱 월드' (종합)

[24th 부국제] '금자씨'와 '박쥐'를 통해 본 '박찬욱 월드' (종합)

2019.10.06. 오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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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부국제] '금자씨'와 '박쥐'를 통해 본 '박찬욱 월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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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를 통해 '박찬욱 월드'를 설명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플랫폼 부산-필름메이커 토크2: 박찬욱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비롯해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스토커'(2013) '아가씨'(2016) 그리고 '리틀 드러머 걸'(2018) 등 기존 영화의 틀을 깨는 과감한 소재와 스토리텔링, 연출을 선보인 한국의 거장 감독이다. 올해 부국제는 '올드보이'를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 중 하나의 작품으로 초청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인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의 주요 시퀀스를 통해 박찬욱의 영화 세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파렴치한 유괴범을 부모들이 집단으로 복수 하는 장면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는 "'친절한 금자씨'라는 제목이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후반부에 금자 씨는 조연이 된다"며 "뒤로 물러나서 구경하는 또는 잘못될 경우에 개입해서 조율해주는 정도의 역할이다. 방관자는 아니지만, 구경꾼의 위치로 자신을 퇴각시켰는데, 이 영화를 구상할 때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개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복수극의 주인공일 줄 알았던 금자 씨가 물러나고, 조연이었던 유족들이 전면에 드러나서 그들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게 이 영화를 만든 이유였다. 그들이 금자 씨가 만들어 놓은 무대에서 복수의 드라마를 펼치는 걸 담으려고 했다. 잘 구현됐다고 생각했고, 여러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됐던 것 같다"라고 만족했다.

영화 속 의상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금자 씨의 상징이 된 트렌치코트였다. 박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할 때 의상 디자이너랑 중요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다. 금자 씨가 깃을 내리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깃을 올리고 단추를 다 채우면 입 위로 올라와서 눈만 보인다"며 "(부모들의 복수극) 장면에서 처음으로 단추를 채우는데 여기서 금자 씨는 관찰자가 된다. 보는 사람이라는 핵심적인 요소를 도드라지게 강조하려고 했다.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오로지 본다는 의미였다. 그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한 옷이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24th 부국제] '금자씨'와 '박쥐'를 통해 본 '박찬욱 월드' (종합)

'박쥐'에서 박 감독이 마음에 드는 장면은 신부 상현(송강호)이 태주(김옥빈)를 죽이고 다시 자신의 피를 먹인 뒤 그를 뱀파이어로 만드는 신(scene)이었다. 박 감독은 "'박쥐'를 구상하고 촬영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머릿속에 조금씩 햇빛을 쬐어주고 물을 주며 키워온 작물 같은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첫 장면이 이것이었다. 마치 씨앗과 같은 장면"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선한 일을 하려다 잘못돼서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있다.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어찌하다 보니 그를 죽이게 됐다. 죽이다 보니까 피가 나고 죽이는 행동을 의식한 순간 충격받고 죄의식에 사로잡히는데 그때 피의 향기가 그를 사로잡는다. 죄의식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욕망이 채우고 그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서 평소라면 상상할 수 없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피를 마구 빤다"며 "뱀파이어로서의 삶이 결코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죽인, 사랑하는 여인을 되찾기 위해 자기 피를 줘서 그를 되살릴 생각을 하고 자신을 상처 내 빨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혈액형은 여기서 따지지 말자"고 웃었다.

그 장면에 대해 "미친 광기의 애정이 한계까지 갔을 때 하나의 피가 된다. 궁극적인 단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자기 혀에 상처를 내서 키스하고 그로 하여금 마음껏 흡혈하게 해주는데 이것이야말로 키스 중의 키스, 궁극의 키스가 아닐까 싶었다"면서 "영화 역사상 궁극의 키스 장면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뱀파이어 신부 상현을 연기한 송강호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천재적인 표현력을 가졌다. 아주 비천한 인물처럼 보였다가 어떤 때는 고귀한 인물로 돌변한다. 나는 배우에게 '복합적인 캐릭터나 모순적인 것을 연기하고 싶으면 동시에 그 감정을 품지 말라'고 말한다. 한꺼번에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재빠르게 바꿀 수 있는 게 중요한데, 송강호는 그런 지점에서 능력이 출중하다"고 극찬했다.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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