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치열했던 차승원, 이젠 "유연해지고 있죠"

[Y터뷰] 치열했던 차승원, 이젠 "유연해지고 있죠"

2019.09.10. 오전 08: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터뷰] 치열했던 차승원, 이젠 "유연해지고 있죠"
AD
"결핍이 있는 아빠와 결핍이 있는 딸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의지하게 되잖아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되는 건 큰 힘이거든요. 그 지점이 좋았어요. 아빠가 아이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 제작 용필름)로 돌아오는 차승원이 영화 선택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영화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과 예상치 못한 동행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무엇보다 차승원은 이계벽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전작 '럭키'로 7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차승원은 "'독전' 촬영장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는데 순수해 보였다. 두 번째 만났을 때 '이 사람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반자로 오래 갈 수 있는 사람이더라. 영화는 감독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역시나 온정이 묻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Y터뷰] 치열했던 차승원, 이젠 "유연해지고 있죠"

영화는 전반부 다소 모자라 보이는 듯한 철수의 행동과 말투로 웃음을 안기다가 후반에 드러나는 철수의 사연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차승원은 후천적 장애를 지닌 철수를 연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유튜브나 영화에서 찾아본 레퍼런스를 취합하고 조합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에요. 하다 보니까 몸에 익었고 지금의 모습처럼 움직이게 된 거죠.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더 해야 하나?' '덜 할까?'라며 계속 고민했죠. 그 고민은 영화 촬영 중반까지 계속된 거 같아요."

철수는 백혈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샛별과 우연히 길을 나선다. 예정에 없던 여정에 떠난 철수와 샛별은 좌충우돌 여행을 통해 서로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코미디 연기만큼이나 차승원의 부성애 연기가 돋보인다.

"사람은 경험이 중요한 거 같아요. 샛별과 있을 때는 제 있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거든요. 만약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다면 잘 나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Y터뷰] 치열했던 차승원, 이젠 "유연해지고 있죠"

영화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극에 녹였다. 철수의 과거가 시대의 비극과 맞물리며 눈물을 자아낸다. 그는 "당시 피해자는 물론 온 국민이 아픔을 겪었다. 영화는 코미디를 표방하다가 뒤에 센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왜곡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코미디를 했지만, 희화화하는 걸 경계했어요. 코미디가 아주 세지 않았던 이유 역시 알 수 없는 반감 때문이었어요.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 영화는 그들에 대한 감사, 헌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차승원은 2000년대 초반 '신라의 달밤'(2001) '라이터를 켜라'(2002) '광복절 특사'(2002) '선생 김봉두'(2003) 등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이장과 군수'(2007) 이후 무려 12년 만에 코미디 장르로의 컴백이다. "시대에 따라 코미디도 변하지 않냐"는 질문에 차승원은 "영화에 따라 장르적 특성과 재미가 달라질 수 있지만, 보편적인 감성이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요즈음 코미디가 예전과 다른 지점들이 있지만 전 아직도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고 믿어요. 사실 이번 작품은 코미디로 포장했지만, 휴먼드라마에 가까워요. 제 바람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기분 좋게 나오셨으면 하는 겁니다."

[Y터뷰] 치열했던 차승원, 이젠 "유연해지고 있죠"

1970년생으로 올해 50살이 된 차승원은 여전히 탄탄한 몸매와 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에 5가 들어가니까 기초대사량이 제로"라면서 "예전에는 하루에 한 끼만 안 먹어도 살이 빠졌는데 요즘엔 한 끼도 안 먹어야 1kg이 빠진다. 운동해도 안 되는 게 서글프다"고 푸념했다. 물론 나이 드는 게 "싫지만은 않다"던 그다.

"돌이켜봤을 때 남한테 피해준 건 없더라고요. 전 이 상태로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저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 보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평안하게 가는 거요. 소소한 고민 말고는 아무 일도 안 벌어졌으면 하는 거죠. 많은 걸 바라지도 않고 있어요. 최근 처서(處暑)가 지났는데, 이 날씨가 딱 좋은 거 같아요."

과거의 차승원은 치열했다. 예민했다. 날이 서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라고 돌이켰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연기할 때 나만 치열한 건 좋지 않다. 당연히 열심히 하지만 나를 내려놓고 좀 덜 하는 것들이 쌓이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더라. 준비는 하되 준비한 걸 티내지 말고, 상대방이 준비한 게 더 좋다면 따라가려고 한다.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NEW]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