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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1초에 90번의 날갯짓처럼...삶이 빛나는 순간
Posted : 2019-08-23 09:11
 '벌새', 1초에 90번의 날갯짓처럼...삶이 빛나는 순간
몸무게 30g,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인 벌새는 1초에 최대 90번의 날갯짓을 한다. 벌새는 꿀벌보다 더 부지런하게 꿀을 찾아다닌다. 중학교 2학년, 작은 체구의 은희는 가족, 친구, 남자친구, 후배, 선생님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영화 '벌새'(감독 김보라, 제작 에피파니/매스 오너먼트)는 벌새처럼 작은 은희의 날갯짓을 통해 1994년도의 온기를 담고, 영화를 보는 모두의 경험담으로 외연을 확장해나가며 거대한 파동을 남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 14+ 대상,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 시애틀국제영화제 경쟁 대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25개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는 '벌새'는 1994년,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박지후)의 보편적인 이야기다.

 '벌새', 1초에 90번의 날갯짓처럼...삶이 빛나는 순간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중학생 은희의 모습을 진득하게 쫓아가는 카메라는 은희가 맺는 관계서 오는 기쁨, 상처, 위로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은희의 일상은 1990년대 대한민국 보통의 가정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겪고 보았을 일상적인 풍경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떡집을 하는 은희네는 중산층 가족이다. 가부장적이고 공부 잘하는 아들만 위하는 아빠, 돈 버는 데는 무관심한 아빠 때문에 늘 고생하는 엄마, 공부는 잘하지만 폭력적인 오빠, 공부를 못해 늘 혼이 나는 언니까지. 은희의 가족은 늘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 없이 밥을 먹는다. 은희 곁에는 만나면 늘 즐거운 절친과 남자친구 그리고 다소 '괴짜' 같지만 은희를 따뜻하게 보듬는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도 있다.

 '벌새', 1초에 90번의 날갯짓처럼...삶이 빛나는 순간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은희 귀밑에 작은 혹이 생겼고 은희의 세계가 미묘하게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은희지만 멀뚱하게 엄마, 아빠의 모습을 쳐다볼 때가 많다. 오빠는 은희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 사실을 털어놓은 절친은 은희를 배신하기도 한다. 좋아 죽던 남자친구와 "언니가 좋다"던 후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은희를 외면한다.

다만 영지만큼은 은희의 버팀목이 된다. 오빠가 폭력을 쓴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놓은 은희에게 어느 날 찾아가 "누구라도 널 때리면 절대로 가만있지 마. 어떻게든 맞서 싸워"라고 단단하게 말한다.

극 중 영지가 은희에게 남긴 편지 속 내용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처럼 '벌새'는 은희의 희로애락과 관계 맺기를 통해 삶을 느끼게 한다. 행복과 절망이 공존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일 터.

 '벌새', 1초에 90번의 날갯짓처럼...삶이 빛나는 순간

영화를 통해 1994년도의 정서가 진하게 밀려온다. 소품과 패션, 음악은 시대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내 그 당시로 관객들을 이끈다. 성장과 외형에만 치우친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대충대충 주의의 결과물이었던 성수대교 붕괴를 통해서는 시대의 아픔을 지그시 누른다.

전개는 느리다. 138분 동안 은희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오롯이 그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초에 평균 90번의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중학생 2학년 은희가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는 빛나는 삶이되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다.

오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8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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