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우리집' 지키려는 아이들의 모험, 뭉클해지는 순간

[Y리뷰] '우리집' 지키려는 아이들의 모험, 뭉클해지는 순간

2019.08.17.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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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우리집' 지키려는 아이들의 모험, 뭉클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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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2016)에서 예민한 감정과 상처를 주고받는 어린 아이들의 우정을 세밀하게 그렸던 윤가은 감독이 이번에는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의 문제를 들고 왔다. 부모가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어린 주인공의 포부가 반짝인다.

12살 하나(김나연)는 학교에서 선행상을 받을 정도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친구다. 그런 그의 소원은 단 하나. 가족이 다시 원래대로 화목해지는 것이다. 바쁜 부모님 대신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며 가족에 보탬이 되려고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부모님은 서로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하나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오빠 찬(안지호)은 이런 상황에 신물이 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는 마트에서 유미(김시아)와 유진(주예림)를 만난다. 하나는 부모님이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둘이서만 지내는 유미와 유진과 친해진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자주 이사를 다닌 유미네가 또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하나, 유미, 유진의 우리집 지키기 모험이 시작된다.

[Y리뷰] '우리집' 지키려는 아이들의 모험, 뭉클해지는 순간

'우리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외 30개 이상 영화상을 휩쓴 윤가은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았다.

섬세하면서도 사려 깊은 시선으로 아이들의 눈높이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을 그려낸 윤 감독은 친구와 관계를 그린 '우리들'에 이어 가족을 주제로 진취적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관객들을 이끌 예정이다.

"우리집은 진짜 왜 이럴까?" 하나, 유미, 유진의 고민이 마냥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부모님이나 가족 구성원의 불화로 인한 정서적인 문제든, 집안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물리적 문제든 가족에 관한 한 고민이 없는 사람이 없을 터. 완벽하게 해결되는 법이 없고 현재진행형으로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가족의 문제를 윤 감독은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포착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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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배제한 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른들과 다르게 영화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아파하면서 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들의 시선을 쫓아간다. 싸우는 엄마 아빠 앞에서 토끼 눈을 뜨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작은 소녀는 이내 "뭐든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하나씩 쌓는 것처럼"이라는 희망의 말을 내뱉고 행동에 나선다.

물론 그건 어린 친구들이라서 가능한 무모한 행동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들은 움직였다. 그 상황에 좌절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금방 모여서 웃을 수 있는 건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유미, 유진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하룻밤의 짧은 모험을 했다. 뭐 하나 변한 건 없다. 하나 부모님의 불화는 여전할 것이고 유미와 유진은 이사를 가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험으로 세 아이는 자랐다. 더 이상 부모님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하나는 없었다. "든든하게 먹고 여행 준비하자"고 웃는 하나는 튼튼해졌다. 우리집은 우리가 직접 지키는 아이들의 무모한 열정과 성장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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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등 어린 배우들의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실제 윤가은 감독은 대본 없이 연극 놀이와 즉흥극으로 오디션을 진행해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이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현장에서는 9가지나 되는 촬영 수칙을 만들어 어린이 배우들을 신경 쓰고 배려하면서 촬영이 이뤄졌다.

오는 22일 개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2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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