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수첩] 카메라 대신 눈으로…잘못된 韓 공연 문화, 바로 잡아야

[Y수첩] 카메라 대신 눈으로…잘못된 韓 공연 문화, 바로 잡아야

2019.08.16.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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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수첩] 카메라 대신 눈으로…잘못된 韓 공연 문화,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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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연에 가 본 이들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문구. "휴대폰은 모두 꺼주세요. 사진, 영상 촬영은 불가합니다."

해외 공연에서는 보기 어려운, 국내에서만 주로 확인되는 문구다. 그만큼 한국 관객들은 공연 관람 시 휴대폰 들고 무대를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가수의 무대를 자신의 휴대폰에 남기기 위해서다.

아이돌, 발라드 가수 할 것 없이 어느 연령대 팬들이나 마찬가지다. 공연장 내 곳곳에 배치돼 있는 경호, 안전 요원들은 카메라를 든 관객을 제지하는 데 바쁘다.

카메라로 가수들의 무대를 촬영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저작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영화 관람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에 비해 공연에 대한 촬영 불가에 무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짧게는 한 곡, 길게는 공연 전체를 몰래 촬영하고 개인 소장한다.

이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대 촬영자는 자신의 개인 채널에 '직캠'(직접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이라고 칭하며 무대 라이브 영상을 올려 영상 수익을 발생시킨다. 해당 공연 주최 측이나 소속사 측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는 명백한 불법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나아가 무대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최근 가수들은 1일 공연이 아닌 전국 투어 등 한 네이밍으로 여러 지역의 순회공연을 펼친다. 나중에 열리는 지역 공연의 관객들은 해당 공연의 진행 방식, 선곡된 노래 등 여러 부분에서 스포일러를 당할 수 있다. 그만큼 기대감과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무대 위 가수들 또한 팬들에게 직접 자제를 요청하기도 한다. 일반 가드나 안전요원의 제재를 무시하는 팬들의 태도가 빈번하자, 가수가 직접 요청을 하는 것이다. "(공연 현장)이곳에 오신만큼 저희 무대를 휴대폰이 아닌 눈으로 직접 느끼고 담아가셨으면 좋겠다."

국내 한 아이돌그룹의 멤버는 "국내와 해외 팬들의 무대를 응원하는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국내 팬분들은 응원도 많이 해주시지만 카메라 촬영에 집중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 아쉬움이 크다"면서 "해외팬들은 노래를 따라 불러주시거나, 현장 느낌을 그대로 즐겨주시는 편이다. 우리 무대를 보는 느낌보다 같이 뛰어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라고 비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는 인증 문화 같은 게 있다. 자신이 찍은 걸 공유하려는 욕망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 공연이라는 건 일회적인 라이브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걸 영상으로 공유하면 추후 (공연) 소비 자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공연하는 가수들에게도 비즈니스적으로 좋지 못한 현상이다. 이 같은 잘못된 문화를 바꾸는 게 쉬운건 아닌데 끊임없는 문제 인식이 중요하다"며 "요즘 국내 (아이돌) 팬덤 내부에서도 공연에 폐가 된다면 바꿔야겠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 촬영 제재가 쉽지 않은만큼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올바른 공연 관람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YTN Star 지승훈 기자 (jiwin@ytnplus.co.kr)
[사진제공 =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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