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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길"...이장호 감독이 후배들에게
Posted : 2019-08-11 08:00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길"...이장호 감독이 후배들에게
"영화감독은 자기만의 특별한 색깔이 있어야 해요. 욕망이 커야 하죠. 남이 성공하면 꼭 그 아류 생겨요. 그건 절대로 영화 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 남이 생각하지 않는 걸 하려는 의욕, 열정이 있어야 해요. 그게 쉽지 않죠. 남들이 가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게 외롭지만 그런 사람이 성공합니다."

영화계 원로인 이장호 감독이 영화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 같은 조언을 했다. 뛰어난 실력의 후배 감독들을 보면 여전히 "불안하고 질투심이 난다"던 이 감독은 여전히 성장을 꿈꾸고 자극을 받는 현역이었다.

이장호 감독은 20대 '별들의 고향'(1974)을 세상에 내놓으며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서울 관객 46만 명을 넘기며 데뷔와 동시에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 감독은 '별들의 고향' 연출 당시를 떠올리며 "준비도 안 됐었다"라며 "영화판에 들어갔는데 무서운 사람이 많았다.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음담패설을 하면 순진하게 얼굴이 빨개져서 책만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별들의 고향'을 쓴 최인호 작가와는 동문인 것은 이장호 감독에게 행운이었다. 그는 "나는 순진하고 재능은 없지만, 감수성은 최인호가 봤을 때 상대할 만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까워졌다. '별들의 고향'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었을 때 '내가 영화화하겠다'고 졸랐다. 나를 못 믿었겠지만, 동생한테 등록금 15만 원을 빌려서 최인호한테 집어던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별들의 고향'은 "웃는 얼굴로 온 찬스였다"면서도 "내가 준비되거나 의식이 있는 감독이 아니라 금방 고꾸라졌다"라고 고백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길"...이장호 감독이 후배들에게

이장호 감독은 1976년 '그래 그래 오늘은 안녕' 이후 연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 대마초 파동으로 그는 약 4년간 영화를 찍을 수 없게 됐다. 그런 그가 1980년 선보인 '바람 불어 좋은 날'은 한국영화의 리얼리즘을 회복한 작품이다.

"강제로 영화를 못 만드니까 제 의식 상태가 큰 혁명을 맞았어요. 동료들이 만든 영화를 보고 '한국영화가 왜 이래?'라는 생각이 들었죠. 현실을 그리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남한은 북한보다 못살았어요. 그래서 남한의 영화가 북한에서 홍보영화가 되기도 했죠. 그래서 현실을 그리지 못하게 한 것도 있죠. 독재정권이 되면서 영화인들도 길들여졌고요. 현실을 그리지 못하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게 됐죠."

'바람 불어 좋은 날' 이후 한국영화는 리얼리즘의 시대로 넘어갔다. 이 감독은 "'별들의 고향'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실망했지만 '한국영화의 새로운 모습이다'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아졌다"며 리얼리즘 전성기의 탄생을 공개했다.

엄혹했던 시절 '과부춤'(1984) '바보 선언'(1984) 등 이단적인 작품을 만들었던 이장호 감독이다. 그는 당시를 "무서운 통제의 시대였다"라고 회상했다. 어느 순간 작품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제작사를 차려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어우동'(1985)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 등을 만들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이 감독은 "그 시기가 가장 혼란했다. 돈 버는 맛에 타협하기도 했다"라고 반성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길"...이장호 감독이 후배들에게

이장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명확하게 직시하고 있었다. 자랑스러움도 부끄러움도 모두 받아들였다. 현재 그는 안성기 주연의 영화 '가족의 향기'를 준비 중이다. 故 신성일이 준비하던 작품으로 연출을 맡는다.

자신의 영화 세계를 "단순하고 순진하다. 시대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만, 깊이를 가지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 이 감독은 "순진성이 장점인 영화가 신앙영화다. 우리는 영혼과 육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데 먹고 사는데 영혼은 필요 없다. 신앙은 영혼에 있어서 중요하다. 지금 준비 중인 '가족의 향기'는 신앙영화에 가깝다. 현재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딸을 입앙한 엄마의 숨어있는 기록에 대한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영상이 쏟아지는, 홍수의 시대에서 글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화를 볼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이들이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을 본다. 영화감독이나 PD보다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영화라는 클래식을 지켜주는 뛰어난 천재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라고도 희망했다.

이장호 감독은 영화인으로서 "공간 연출이라는 꿈이 있다"고 고백했다.

"디즈니랜드를 보면 부럽더라고요. 도시에 영화 특성화마을, 시네타운을 키워보고 싶어요. 그렇게 영화 집중화마을이 되면 제작도 할 수 있고 테마파크처럼 관광객들이 몰려들 수도 있죠. '죽기 전에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죠. 꼭 시도해보려고 해요. 제가 못하면 뒤를 이을 사람도 있다고 보고요. 지금 한 지역과 긍정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어요. 다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네요."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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