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지역총국장까진 꿈꿔 봤다"는 조충현, 프리선언 한 이유

[Y터뷰] "지역총국장까진 꿈꿔 봤다"는 조충현, 프리선언 한 이유

2019.08.08. 오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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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지역총국장까진 꿈꿔 봤다"는 조충현, 프리선언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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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녹화해도 안 힘들었죠."

힘들어도 힘든 줄 몰랐던, KBS 아나운서 생활을 뒤로 하고 조충현(38)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걸음을 앞둔 그의 얼굴에 설렘과 긴장이 어렸다.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8년간 방송국 생활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인생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일. 방송에서 종종 프리선언에 대한 의중을 묻는 질문이 왔을 때만 해도 조충현은 퇴사를 생각지 못했다. 그는 "‘사장이 'Rk다’까지는 너무 비현실적이지만, 솔직히 지역 총국장 정도는 생각 해봤거든요"라며 미리 계획된 인생 여정은 아니었노라 고백했다.

"아무래도 '1대100' 폐지되면서, 아나운서로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해야 될 시기에 반경이 축소되니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어요. 방송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그런 고민이 생겼고, 오랫동안 심사숙고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리랜서 결심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조충현의 프리 선언이 알려진 전 4월이지만, 7월이 돼서야 KBS를 떠났다. 출연 중이던 방송에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마무리를 한 뒤 시청자와 청취자들에 모두 하차 인사를 전한 뒤였다. 마침내 '백수'가 된 그는 대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방학처럼 긴 휴가를 누렸다.

"쉬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저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배 조종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어요. 반포 조종면허시험장에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들이니 면허를 딸 수 있더라고요. 그 전에는 직장 다니면서 지나치던 곳이었는데, 여유가 생기니까 나들이를 갔다가 눈에 딱 띄어서 바로 수강했죠."

조충현은 떠오른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만 남겨 두지 않는다. 보트 면허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 이제 구독자가 적지 않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상상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된다.

“'1대100'이 없어지고 TV에 제 얼굴이 잘 안 나오게 되면서 우울감이 있었죠. 하하. 작년 12월 계정을 개설하고 1월쯤부터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꽤 재미있더라고요. 채널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하다가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자취방처럼’ 그래서 ‘자아도취방’을 줄여서 ‘자취방’으로 지었어요. 처음에는 헬스, 축구 등 취미 생활 위주로 올리다가 구독자가 생기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올려보고 있어요. 제가 ‘생생정보’를 5년 하면서 식당에 제 얼굴이 막 붙어 있는 식당들이 있는데 그런 데 기습탐방해 보는 그런 영상도 올려봤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Y터뷰] "지역총국장까진 꿈꿔 봤다"는 조충현, 프리선언 한 이유

방송 활동 재개 후에도 1인 방송은 계속 할 계획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면모는 요즘 시대 방송인들에 요구되는 귀중한 능력이다.

“방송 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를 알릴 수 있는 창구를 열어 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동안은 방송국의 틀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했다면, 이젠 제가 작가도 할 수 있고, PD도 할 수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겨서 좋은 거 같아요. 생각나는 대로 바로 찍고 올릴 수 있잖아요. 앞으로도 시간을 내서 꾸준히 아이디어를 영상화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들어 볼수록 아나운서로서만 두기엔 아까운 만능 크리에이터다 싶다. 하지만 조충현은 '연예가중계', '영화가 좋다', '생생정보' 등 아나운서 생활로 쌓은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가지 꼽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그램에 다 애착이 가요. '연예가중계', '영화가 좋다', '생생정보', '1대100'... 다 소중하고, 모두 제가 프리랜서로 발돋움 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죠. '연예가중계'와 '영화가 좋다'에서는 다양한 분들을 인터뷰할 수 있어 좋았고, '아침마당' 코너에서는 여러 연령층과 소통 할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 됐어요. ‘럭키세븐’이란 라디오 DJ를 했었는데, 지금도 어디가면 ‘잘 들었다’고 얘기해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딱히 하나가 아니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프로그램들이어서, 전부 다 소중하고 회사에도 감사해요."

한결 같은 열정에는 초심이 있다. 새벽 5시 뉴스를 시작해 저녁 8시까지 1년간 스케줄을 소화할 때도 그는 한 번도 힘들단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자체가 감사하고 기회라고 여겼기에 지치지 않았다고.

"새벽 5시 뉴스를 한 뒤 ‘아침마당’, ‘연예가중계’, ‘생생정보통’까지 마치면 저녁 8시. 이런 스케줄로 1년 정도를 다녔는데, 몸은 힘들어도 제가 KBS1 뉴스의 첫 문을 연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았어요. 늘 ‘초심을 잃지 말자’는 신조로 방송을 했어요."

익숙해진 아나운서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낯선 영역으로 뛰어 들었지만, 이는 결코 리셋이 아니다.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던 KBS 생활은 새 출발에 든든한 영양분이 될 것이다. '입소문'을 믿는다는 그의 너스레도 허튼 소리는 아닐 듯하다.

"가린다거나 이런 분야는 없어요. KBS에서도 예능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 대해 가리는 것 없이 전천후로 활약하고 싶다는 각오에요. 나름 시장 분석을 해봤지만 그저 하나라도 기회를 얻고 열심히 하면, 방송가의 입소문을 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요. 기본적인 인성이나 이런 건 잘 돼 있기 때문에.(웃음) 낯가림도 있지만 할 때는 또 열심히 하니까요. 어디 갖다놔도 잘 어우러지고 시청자들에게 밝은 기운 줄 수 있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아내 김민정은 어려운 도전을 앞둔 그의 든든한 지원자가 돼 줬다. 조충현은 지난 4월 아내와 동반 프리선언을 했. 평소 방송에서 감출 수 없는 끼와 재능을 보여줬기에 반전 행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는 것은 어느 업계든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더욱이 아내와 함께 동반 퇴사를 하기로 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저희가 동기로 입사해서 나란히 커리어를 쌓아 왔거든요. 마침 같은 시기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됐고, 시작을 함께 했듯이 프리랜서로 도전도 함께 해보자는 뜻이 맞았어요. 민정 씨는 앵커로서 이미지가 강하지만 저는 그 뒤 감춰진 면모들을 다 봤거든요. 굉장히 다양한 매력들을 갖고 있고, 앞으로 방송에서 잘 펼칠 수 있을 수 있을거 같아요.“

[Y터뷰] "지역총국장까진 꿈꿔 봤다"는 조충현, 프리선언 한 이유

조충현은 최근 라인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마쳤다. 아내 김민정도 함께 했다.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의 도움을 받으면 방송 활동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것.

“아내와는 처음부터 같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엔터테인먼트 업계나 매니지먼트에 대한 개념은 별로 없었지만, 아무래도 같이 있으면 일처리 과정에서 소통이 더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라인엔터테인먼트 대표님과는 미팅을 했을 때 마치 KBS 본부장님 뵌 거 같은 느낌이랄까,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었고 신뢰가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저한테 잘생겼다고 해 주셨거든요.(웃음)”

KBS 생활로 얻은 경험과 처음 같은 열정, 이를 도울 조력자와 함께 갈 동지를 갖췄으니, 이 항해 시작 해 봄직하다. 어떤 미지의 대륙에 도착하든 발길 닿는 곳을 잘 일궈 낼 것이라 여겨진다.

“KBS 아나운서로서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앞으로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보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긍정적이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지닌 방송인이 되겠습니다.”

YTN star 최보란 기자(ran613@ytnplus.co.kr)
[사진 = YTN Star 이준혁 PD (xellos9541@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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