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초라하고 열악"...류준열, '봉오동 전투' 찍으며 울컥했던 이유

[Y터뷰] "초라하고 열악"...류준열, '봉오동 전투' 찍으며 울컥했던 이유

2019.07.31. 오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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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초라하고 열악"...류준열, '봉오동 전투' 찍으며 울컥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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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채우며 대체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류준열, 그가 이번엔 독립군으로 8월 극장가를 책임진다.

류준열이 주연을 맡은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 '가발'(2005), '구타유발자들'(2006), '세븐 데이즈'(2007),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7)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류준열과 더불어 유해진, 조우진이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건 독립군으로 분했다.

그동안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영웅들의 이야기는 많았지만 이름 없는 영웅들을 들여다본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봉오동 전투'는 어제 농사 짓던 인물이 오늘 독립군이 되어 이름 모를 영웅으로 살아간 시간과 그들의 승리에 관한 영화. 기억되지 못 했고, 한 줄의 기록조차 남겨지지 않았던 이들이 뜨겁게 저항해 쟁취한 승리를 전한다.

특히 '봉오동 전투'는 목숨을 담보로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까지 달리고 또 달려 일본군을 유인, 고립시키고 그들에게 승리를 쟁취하기까지의 과정을 숨가쁘고 박진감 넘치게 담아낸다. 능선과 계곡을 무기삼아 매복과 공격을 반복하는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일본군에 맞서는 치열한 액션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험준한 골짜기를 전력질주하는 주인공들의 피땀 흐르는 모습이 보는 관객마저 숨차게 만든다.

류준열은 필사의 달리기부터 첫 와이어 액션까지 두려움 없이 도전해 이번 작품에서 '류준열표' 질주액션을 탄생시켰다. 실존 독립군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은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는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늑대같은 인물로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졌지만 가장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을 내던진다. 임무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장하는 류준열과 만나 날카로우면서도 보듬어주고 싶은 캐릭터로 완성됐다.

류준열은 그 동안 '더 킹', '독전'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결이 다른 캐릭터들을 본인만의 개성 있는 연기력으로 밀도 있게 구현, 본인만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올해 들어 류준열은 '뺑반', '돈', '봉오동 전투'로 연이어 관객을 만나며 신선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채우며 대체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류준열을 만났다.

[Y터뷰] "초라하고 열악"...류준열, '봉오동 전투' 찍으며 울컥했던 이유

-영화 보니까 어땠나 생각한 장면들은 잘 나왔는지?
영화는 훌륭하지만, 스스로 연기가 민망해 제가 나온 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의미있는 영화가 나온 거 같다.

-'봉오동 전투'에 대한 배경 지식은 어떻게 준비했나?
나와 있는 자료는 다 찾아 봤지만 너무 부족했다. 왜 이렇게 적을까 생각했는데, 일제가 숨기려고한 조치들이 있었다고 들어서 안타깝다. 일본이 감추고 싶을 정도의 큰 승리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지형적인 요인을 이용한 전투인만큼, 촬영 배경이 중요했는데.
이번 작품을 해외에서 찍은 줄 아는 분도 상당히 많더라. 촬영을 하면서 이런 곳이 있었구나 느꼈고, 새로운 그림을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촬영이 어려운 곳도 일부 있었는데, 로케이션 섭외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좋게 보시고 허가해 주신 곳들도 있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전투를 체험을 해보니 승리가 가능했을 거 같나?
월강이라는 엘리트 군인들에 비해 독립군들의 숫적으로 분리했지만, 뛰어난 유인책과 지형적 요인이 승리에 주효했던 거 같다. 그리고 독립군의 숫자를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 컸다. 일본에서는 남은 독립군을 '소탕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많은 줄 알았다면 달랐을 거다. 그야말로 이름없는 영웅들에 대한 영화고, 봉오동 전투라는데 포커스를 맞춰 이를 효과적으로 잘 표현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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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조우진이 계속 함께 호흡하는 반면, 이장하는 혼자 싸우는 캐릭터터다. 외롭지는 않았나?
저도 좀 동떨어져 보이지 않을까 싶어 감독님을 설득하기도 했다. 근데 감독님이 이장하는 그게 맞다고 하시더라. 후시에서는 좀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 부분도 끝까지 고수했다. 이 영화가 인물의 사연은 있지만, 그보다는 목표와, 시국, 상황에 대한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장하 또한 아픔이 있지만, 이를 딛고 직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인물들의 서사가 너무 적지 않나란 의견도 있는데?
충분히 이해한다. 취향은 다 다르니까. 하지만 전투에 대한 이야기고, 시대가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과 그 감정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사적인 감정이 사치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을 억누르고 나라를 위해 싸우는 시대였다. 나라를 되찾는다는게 요즘 시대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저조차도 그렇다. 근데 100년도 안 된 이야기다. 개인의 영리나 편리를 추구하지 않고 나라를 되찾고자 에너지를 쏟는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이야기 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번 작품을 '의미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동굴 신이나 막사 신에서 다른 영화였다면 '그럴싸하게 지었네요', '멋있네요'란 반응이 나올텐데. 이번엔 너무 초라하고 열악했다. 독립군들이 힘들게 전쟁을 치렀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먹고 자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저는 촬영하고 나면 숙소에서 쉬는데, 그들이 싸우고 나서 호텔에서 쉬는게 아니잖나. 기본적인 욕구도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다는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분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숫자로 밖에 표현이 안 된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두 시간이지만,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장하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
장하의 첫 등장에 대해서 인상깊게 봤고 마음에 들었다. 장하가 나타나서 일본군을 사격하면서 등장하는데, 시나리오에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청명한 눈을 가졌다' 이런 표현이 있다. 그 표현이 되게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첫 장면에 대한 애착이 있고 공을 많이 들였다. 보잘 것 없는 행색에도 청명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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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조우진이 이장하에 대해 '우리랑 닮았지만 달라'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애드리브였는데, 너무 감사했다. 유해진 선배님의 '너 잘 웃지도 않는구나, 웃으면 참 근사한데'라는 대사도 애드리브다. 연차가 오래 된 선배님들이 작품을 읽는 노하우랄까 그렇게 남다르다. 저 또한 (닮은 듯 다른) 그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에서 한 배우만 도드라지거나 동떨어져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길에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은 없잖나. 휴게소에서 쉬기도 하고 호두과자도 먹는다. 근데 선배님들이 그렇게 대사를 안 해 주셨으면 제 입장에서 한 번도 못 쉬고 부산에 갔을 거 같다. 제가 표현하려고 애를 썼지만, 제3자가 설명을 또 해주시면 더 시너지가 생긴다. 베테랑 배우의 덕이랄까, 은혜를 입었다.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다이고 코타로 등 일본 배우들이 실제 일본군으로 출연했다.
역사적인 팩트가 있고, 그걸 어떤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그 분들은 영화에 참여하는 자세도 그렇고 영화적 메시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잘 이해하고 계셨다. 진지하게 자신의 역할을 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깊은 이야기는 못 나눴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임해 주신거 같아서 존경심이 들었다.

-산을 뛰어 다니며 싸우는 게 쉽지 않았을거 같다. 부상 위험은 없었나?
6개월을 산에 있었다. 감독님이 안전에 많이 신경을 써 주셔서 의료팀이 매일 붕대를 발목에 감아 주셨다. 또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정규 훈련을 받은 군인이 땅을 보면서 걷는게 안 맞는거 같아서 앞만 보고 걷다보니 헛발질도 많이 했다. 그런 점에서 힘든 부분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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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폴 영화의 주역으로 부상했는데 스스로 느끼는 감회는?
'봉오동 전투'까지 계속 앞만 보고 달렸다. 포스터 가운데 있긴 하더라. 하하. 근데 배우 입장에서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거기서 좀 나아가면 이번에 한국 영화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많이 봐주시면 어떨까란 마음이 든다. 저의 출연작을 떠나 한국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디오에서 유해진에 대해 '낯가림이 있고 무뚝뚝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택시 운전사' 때 홍보도 같이 했는데 낯도 가리고 어색했다. 근데 알고보니 무심한 듯 잘 챙겨주는 캐릭터다. 본인은 잘 모르실거다. 그걸 알고 나니까 너무 재밌고 좋은 형이다. 이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장난을 치는 사이다.

-애국심이 마케팅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보나?
좋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안 좋은 경우도 있다. 기존 일제강점기 아픔 상처나 슬픔을 다룬 작품과 달리, 승리의 역사기 때문에 아름다운 승리로 봐주면 좋을거 같다. 시나리오 처음보면서 저 또한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처음 승리한 전투라는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Y터뷰] "초라하고 열악"...류준열, '봉오동 전투' 찍으며 울컥했던 이유

-올해 2월에 영국 여행 중에 유튜브에 포착돼 놀라움과 반가움을 사기도 했다.
길을 가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 발렌타인 데이라며 고백해서 당황했다. 근데 이후에 지인이 뉴스 나왔다고 알려줘서 바로 영상을 봤다. 제가 배우인 것을 나중에 알고 태그도 해주시고 그랬다고 들었다. 외국이라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찍혔다. 축구 관전할 때도 방송에 나오고. 하하. 신기하게 해외만 나가면 방송이나 영상에 나온다.

-본인이 직접 유튜브를 할 생각은 없나?
영상 또한 SNS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축구, 사진, 영화, 여행 등 아이템도 많고 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시간이 없다. 시간을 쪼개서 자기만의 콘텐츠 만들어서 보여준다는게 대단 하신거 같다.

-'트래블러'를 통해 예능에도 출연했는데, 시즌 기다리는 팬들도 있을거 같다.
결국 스케줄의 싸움인거 같다.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 또 이제훈 형이 너무 좋았다. 크게 이견 없이 따라 주고 저를 많이 존중해 줬고, 진짜 최고의 트래블메이트였다. 다음에 하게 되면 제훈 형이랑 또 가고 싶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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