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천만①] 빈부격차 꼬집은, 시의적절했던 '봉준호 월드'

['기생충' 천만①] 빈부격차 꼬집은, 시의적절했던 '봉준호 월드'

2019.07.22.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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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천만①] 빈부격차 꼬집은, 시의적절했던 '봉준호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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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이 또 다른 기록을 만들었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것에 이어 '천만 클럽'에 가입한 것.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괴물'(1301만 9740명)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의 누적 관객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5월 30일 개봉 이후 53일, 9주 차에 거둔 성과다. '기생충'은 26번째로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생충' 천만①] 빈부격차 꼬집은, 시의적절했던 '봉준호 월드'

'기생충'은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릴러 등 여러 장르가 혼합돼있다. 영화 비평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봉준호는 결국 하나의 장르가 됐다"라고 했다. 하나의 장르로 묶을 수 없는 이 영화의 호평에는 시의적절했던 메시지 또한 한몫했다.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에게 기생하는 가난한 가족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봉준호 월드'에는 불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봉준호 감독은 웃음을 통해, 풍자를 통해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일은 아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면서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라고 평했다.

['기생충' 천만①] 빈부격차 꼬집은, 시의적절했던 '봉준호 월드'

이는 '기생충'이 전 세계 202개국에 판매되며 한국영화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숙주에게 기생하는 존재를 만들어내는 사회 시스템, 결국 그 기생 관계는 모두를 공멸하게 만든다는 섬뜩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비판의식은 대중들이 '기생충'에 열광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였다.

봉준호 감독은 줄곧 그래왔다. 1994년 첫 작품인 '지리멸렬'부터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그리고 '기생충'까지 봉준호 월드는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장르적 성취를 이룬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기생충' 천만①] 빈부격차 꼬집은, 시의적절했던 '봉준호 월드'

봉준호 감독은 현재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앞선 인터뷰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구상 중인 작품"이라며 "국내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게 될 것 같다"고 힌트를 줬다. 이번에도 역시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지만, 공포에 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돌아올 봉준호 월드가 벌써 기대를 자아낸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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