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재난영화 클리셰 부순 '엑시트', 시원하게 내달린다

[Y리뷰] 재난영화 클리셰 부순 '엑시트', 시원하게 내달린다

2019.07.19. 오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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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재난영화 클리셰 부순 '엑시트', 시원하게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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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는 졸업했지만,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은 서글프다. 놀이터 철봉에서 체력을 단련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심한 소일거리로 보인다. 과거 산악 동아리 활동은 취업에는 그다지 쓸모없는 일로 여겨진다.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제작 외유내강/필름케이)는 이런 용남(조정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 지금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앞이 하나도 안 보여"는 용남이 처한 현실이다. 그런 용남이 목숨을 위협당하는 '진짜 재난'을 만난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다. 그런데 기존에 그려져 왔던 재난 영화는 다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도, 주인공의 발목을 붙잡는 민폐 캐릭터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도 없다. 재난 상황 앞에 우왕좌왕하는 무능력한 정부도 볼 수 없다. 재난 영화 속 클리셰를 깨부순 영화는 평범하지만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청춘남녀를 집요하게 쫓아간다.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는 용남이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를 만난다. 칠순 잔치가 무르익던 중 의문의 연기가 빌딩에서 피어오른다.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는 유독가스로 뒤덮인다.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모든 체력과 스킬을 동원해 탈출을 향한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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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가 피어오르는 도시에서 탈출하려는 용남과 의주가 주인공이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유독가스가 공포감을 유발하지만, 긴장감이나 공포만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는 코미디의 결을 한껏 살렸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유쾌함을 유발한다. 용남과 의주의 '웃픈' 상황은 절로 웃음이 난다. 물론 재난은 용남과 의주가 마주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탈출하려고 높은 건물을 오르고 내달린다.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상근 감독은 '쓸모없어 보였던 재주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면' '인정받지 못했던 능력이 사랑하는 이들과 자신을 구할 수 있는 필살기가 될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고 말했다. 작품 구상 이후 7년 만에 세상에 내놓게 됐다.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가 입봉작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용남은 그의 상황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시대 청춘들의 응원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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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과 의주는 맨손으로 건물 외벽을 오른다. 빌딩 숲을 내지른다. 쓸모없어 보였던 산악부 동아리 경력은 그들의 생존을 결정짓는 단 하나의 능력이 됐다. 이들의 등반은 아찔하다.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기를 할 때는 쾌감이 느껴진다. 영화는 '재난탈출액션'이라는 장르를 충실히 이행한다.

두 사람은 탈출 과정서 쓰레기봉투를 방화복처럼 만들고 아령, 마네킹, 대걸레 자루 등 주변 소품을 활용한다. 옥상에서 핸드폰 불빛과 이동식 노래방 기계의 마이크로 헬기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모습은 흥미롭다.

조정석과 임윤아의 연기 호흡이 돋보인다. '짠내' 나는 청년 백수 용남을 연기한 조정석은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면모로 용남의 매력을 살렸다. 능청스럽게 철봉 묘기를 이어가고 어른들의 잔소리에 짜증 내고 위기 상황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모든 것이 조정석이라서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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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에 이어 곧바로 상업영화 주연으로 올라선 임윤아는 책임감 강하고 능동적인 의주를 당차고 멋지게 연기했다. 용남 못지않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중심을 잃지 않고 내달리는 의주라는 인물은 임윤아를 만나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용남 엄마 현옥 역의 고두심, 용남 아빠 장수 역의 박인환, 용남의 첫째 누나 정현 역의 김지영 등 베테랑 배우들은 맛깔스러우면서도 코믹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오는 31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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