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무궁화소녀 "좋은 사진? 멈춰서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Y메이커①] 무궁화소녀 "좋은 사진? 멈춰서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2019.07.19.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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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무궁화소녀 "좋은 사진? 멈춰서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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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진작가를 논할 때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 가인, 백예린, 민서 등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했고, 최근엔 콜라보 사진 필터도 나왔다. 바로 사진작가 무궁화소녀(28·본명 박수연)다.

YTN Star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뉴스퀘어에서 무궁화소녀를 만났다. '무궁화소녀'는 '영원'이란 꽃말을 가진 아름다운 꽃 무궁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에 지은 이름. 작가의 본명은 박수연이다.

무궁화소녀는 예명과 같이 소녀감성이 묻어나왔다. 이날 입은 민트색의 프릴 원피스부터 소녀감성이 전해졌고,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내내 보여준 다정하고 차분한 말투 역시 사춘기 소녀와의 대화를 연상케했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확고했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그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해야 하지만, 저는 멈춰서게 하는 사진이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Y메이커①] 무궁화소녀 "좋은 사진? 멈춰서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 "독학으로 시작한 사진…교수님의 칭찬이 계기"

유명한 사진작가라고 하면 으레 사진을 전공했을 거란 생각을 갖게 되지만, 무궁화소녀는 대학에서 영화·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한때 일러스트 작가를 꿈꿨다. 사진은 대학시절 교수님의 제안으로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고.

YTN Star: 사진을 독학으로 시작했다고 하던데,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무궁화소녀: 제가 예술계열의 과를 전공해서 사진실습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저에게 특별한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너에겐 특이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이쪽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수업에서 에이플러스를 받았어요. 에이플러스가 너무 좋아서 그 계기로 한 번 찍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죠. 사실 중학생때부터 꾸준히 취미로 사진 촬영은 해오고 있었어요.

YTN Star: 학생 때는 주로 어떤 사진을 찍었나요?

무궁화소녀: 제가 기숙사생활을 했는데, 친한 친구들을 비어있는 강의실에서 찍기 시작했어요. 빛도 예쁘게 들어오는데, 공간을 활용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집 앞 정원의 꽃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요. 이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댓글이 많이 달리고, 더 나아가서는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YTN Star: 의뢰 받아서 촬영한 사진 중에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다면요?

무궁화소녀: 페이스북에 이어 인스타그램이 나왔고, 여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을 게시하자 더 많은 의뢰를 받게 됐어요. 그런데 어떤 분께서 의뢰를 주셨는데 특이했어요. "제 얼굴은 코도 휘어있고, 눈도 튀어나와 있고, 모든 모습이 콤플렉스 덩어리인데 작가님의 사진에서는 제 콤플렉스도 빛나보일 것 같아서 의뢰를 드려본다"는 사연이었어요. 마음이 잘 맞았고, 그러니까 사진도 굉장히 잘 나왔죠. 그때 반응이 뜨거웠어요. 그 당시에 배우 이주영 씨도 촬영하게 됐는데, 저를 바꿔놓은 계기가 됐어요. 또 반응이 뜨거웠고, 이 사진을 보고 많은 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죠.

YTN Star: 원래 꿈은 영화·애니메이션 전공을 살린 쪽이었지만 사진작가로 방향을 틀게 된건가요?

무궁화소녀:네. 처음에 사진은 의뢰를 받고 촬영하면서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했어요. 그런데 저는 일러스트 작가가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는, 시스템이 잘 된 걸 생각했는데 회사생활 비스무리하게 워크샵을 해보니까 저와 안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불안정한 삶은 선택하더라도 어느 한 곳에 묶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애니메이션 회사를 안가고, 그냥 사진을 계속 하게 됐죠.

[Y메이커①] 무궁화소녀 "좋은 사진? 멈춰서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 "안티·악플 넘쳐난 시기…사진 인생 끝난 줄 알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사진작가로 입문, 비연예인은 물론 연예기획사에서도 먼저 찾는 스타 사진작가가 됐지만 마냥 좋은 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한때 안티의 공격을 받고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YTN Star: 배우 이주영 씨 이후에는 어떤 아티스트의 촬영으로 이어졌나요?

무궁화소녀:'슈퍼스타K' 출신인 가수 민서의 프로필 사진을 찍었어요. 회사에서 데뷔하기 전 멋진 사진을 찍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찍게 됐고, 민서를 찍으니 같은 소속사 선배인 가인을 찍게 됐어요. 가인을 찍기 전에도 저는 매일매일 의뢰해주신 일반인 분들을 촬영했고 컨셉과 데이커가 방대했어요. 그런데 가인을 찍으니까 안티도 생기더라고요.

YTN Star: 왜 안티가 생긴 건가요?

무궁화소녀: 제가 소년소녀들을 찍다보니, 소년스러운 외모의 남성을 조금 섹슈얼하게 찍은 사진이 있었어요. 그게 가인 사진과 합쳐져서 '가인 사진작가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각종 커뮤니티에 짜집기가 되어서 제 작업물들이 올려졌더라고요. 악플을 800개 넘게 받았고, 댓글에는 '무궁화소녀 사진 찍는 회사 보이콧하겠다'이런 내용도 있었어요. 이런 일이 너무 처음이고,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그걸 거치고 더 유명해졌고, 더 많은 스타분들과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YTN Star: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무궁화소녀: 당시엔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너무 많이 공격을 받으니까 내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피드백을 요구하셔서 제 입장글도 올렸었죠.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징적 의미인데, 너무 다 구체화시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당시 하필 한국과 시차가 다른 유럽에 있어서 더 불안하기도 했어요. 한 달 있다 돌아왔을때 제 사진 인생이 끝난줄 알았지만, 백아연 커버 작업이 들어왔고, 내가 잘 극복하고 이번에 잘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했어요. 당시 앨범은 아예 컨셉슈얼하게 가자고 해서 큰 리본도 가져오고 반짝거리는 메이크업도 했는데요. 백아연 씨의 좋은 이미지가 나와서 저도 만족했고, 백아연의 커버로 극복이 됐어요.

YTN Star: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을 함께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가 있나요?

무궁화소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정해져 있어요. 가인님이에요. 제가 정말 다듬어지지 않았던 초반에 셀럽을 찍게 됐잖아요. 디렉팅을 할 때, 스태프가 수 십명 있는 큰 공간에서 연차 있는 셀럽을 찍는 게 처음이었어요. 제 태도가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어요. 마지막에는 서로 따듯하게 포옹하고 즐거웠다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잘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어요.

[Y메이커①] 무궁화소녀 "좋은 사진? 멈춰서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필름 카메라 선호…피사체와 나만 느끼는 뭔가가 있어"

무궁화소녀는 민서, 가인, 백아연 이외에도 방탄소년단, 백예린, 오마이걸 등 많은 아이돌과 작업했다. 이날도 무궁화소녀는 필리핀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임하는 인터뷰였다. 스타들이 그와의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YTN Star: 올해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고, 콜라보 필터도 나오는 등 많은 이벤트가 있었어요. 최근 근황도 궁금한데요.

무궁화소녀: 얼마전 필리핀에 보이그룹 VAV 자켓 촬영을 3박 4일 다녀왔어요. VAV와는 3번 정도 함께 촬영했고, 너무 계속 같이 작업해오고 있어요. 또 광고가 들어와서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YTN Star: 많은 기획사,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사진작가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아이돌과의 촬영에서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궁화소녀: 현장에서 그들을 편안하게 안심시키는 좋은 태도 그리고 잘 준비된 현장을 준비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항상 그들이 함께 작업하는 사진가분들은 풍채가 좀 있는, 믿고 따를 수 있는 비주얼의 작가님들이 많지만, 저한테는 그런 게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장비나 부가적인 것들에 더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YTN Star: 작가님은 항상 필름 카메라로 작업하시는 부분이 독특하게 느껴져요.

무궁화소녀: 촬영을 할 때 사실 디지털로 촬영하면 편리한 점이 많죠. 스태프들과 함께 모니터링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저는 필름 카메라로 찍을 때 저와 피사체 단둘만이 있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사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찍고나서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느낌으로만 찍는데, 그렇기 때문에 느낌이 정말 중요하고 그 느낌이 좋다면 사진도 더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YTN Star: 이제 아이돌과 많이 작업하는 유명한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의뢰하고 싶어도 선뜻 제안하지 못하는 분들도 한편으로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

무궁화소녀: 그렇지 않아요. 금액도 예전과 차이 없게 받고 있어요. 유명해졌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받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마음이 맞고, 이 사람한테 뭔가를 끌어낼 수 있고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YTN Star: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무궁화소녀: 사람마다 갖고 있는 가치가 다를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다리가 길거나 얼굴은 작게, 각도적으로 접근하는 분도 있고 색감적으로, 혹은 선명하거나 현실적으로 구현을 잘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테고요. 각자의 가치대로 판단을 해야할 것 같고, 저는 그냥 딱 멈춰서게 만드는 사진이 좋은 사진 같아요. 사진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것 같진 않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게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YTN Star 강내리 기자 (nrk@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 (twk557@ytnplus.co.kr)
사진제공 = 무궁화소녀, JYP엔터테인먼트, 미스틱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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