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故 전미선, 대사까지 직접"...'나랏말싸미'서 빛난 진가

[Y피플] "故 전미선, 대사까지 직접"...'나랏말싸미'서 빛난 진가

2019.07.16. 오전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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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故 전미선, 대사까지 직접"...'나랏말싸미'서 빛난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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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우, 고 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영화 '나랏말싸미' 엔딩 크레딧)

참으로 아름다운 배우였다. 차분하면서도 기품이 있었고, 과하지 않아도 특유의 호소력 짙은 연기로 대중을 울리고 웃겼다.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속 배우 전미선 역시 그렇게 관객에 찬찬히 스며든다. '인생작'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만개한 연기로 스크린에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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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가 지난 15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조선시대 세종의 임기 말 벌어진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다. 감독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동시에 아무도 모르던 훈민정음 탄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얽힌 뒷이야기가 제법 흥미롭다.

영화는 진중하다. 비단 작품 외적으로 들려온 비보 때문 만은 아니다. 송강호는 "숭고한 시간이었다. 진중함이 영화를 하는 내내 우리를 지배했다"고 말했다. '나랏말싸미'는 돌려 말하기보다 묵직한 기운으로 밀고 나간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서사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건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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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박해일. 두 '천만배우' 사이에서도 고 전미선의 존재감은 단연 뚜렷하다. 그가 맡은 역할은 소헌왕후. 왕비가 되면서 가족을 잃은 그는 삶의 풍파 속에서도 남편 세종(송강호)에게 소리글자에 통달한 신미스님(박해일)을 소개, 필생의 과업인 한글 창제의 길을 터준다.

뿐만 아니라 궁녀들에게 새 문자를 가르쳐 문자가 살아남을 길까지 마련한 현명하고 당당한 여장부다. 세종과 신미보다도 큰 도량과 혜안으로 앞장서 길을 턴 소헌왕후는 배우를 만나 조력자를 넘어 창제의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섰다.

연출을 맡은 조철현 감독 역시 "이 영화를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한 명의 대장부(소헌왕후)와 졸장부 둘(세종, 신미)이 전제였다"고 말하며 그의 존재감을 높이 샀다. "제가 선배이긴 하지만 미선씨를 보면 푸근함과 따뜻함이 있다. 괜히 제가 후배 같다"는 송강호의 말이 으레 하는 말은 아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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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중한 연기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 전미선의 활약이 짙게 배어있다. 극 중 세종과 신미가 각자의 욕망의 부딪혀 갈등하고 갈라서려 할 때 소헌왕후는 "두 분이 헤어졌을 때 백성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라고 묵직하게 일침을 놓는다. 심금을 울리는 소헌왕후의 이 대사를 전미선이 직접 썼다.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은 중요한 장면이라 대사를 고심할 때 큰 도움을 줬다"고 돌이켰다.

총 출연 분량은 30분 남짓. 그럼에도 전미선의 존재감은 극을 전체에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다. 20년 간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한 그지만 100억 원대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부담스러울 법한데도 뛰어난 연기 공력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생하게 되살려놨다. 그래서일까. 극 중에서 나오는 소헌왕후의 죽음이 전미선의 비보와 겹쳐 더 슬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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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랏말싸미' 팀은 엔딩 크레딧 속 "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자막으로 그를 기렸다. 전미선은 생전 "평소 가지고 싶었던 성품을 소헌왕후에게서 느꼈고, 작품을 읽고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어질고 당당했던 소헌왕후의 모습으로 전미선을 기억하지 않을까. 그의 빈자리가 작지 않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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