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잡히지 않는 희망, 진해지는 비극...'갤버스턴'의 여운

[Y리뷰] 잡히지 않는 희망, 진해지는 비극...'갤버스턴'의 여운

2019.06.26. 오후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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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잡히지 않는 희망, 진해지는 비극...'갤버스턴'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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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다"던 한 소녀가 "앞으로 살날이 더 많아.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야"라고 말하는 아저씨를 만났다. 빛이 보이지 않는 지옥같이 암담한 현실에서 서로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두 사람이 함께 길에 나섰다. 이들의 동행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강렬하다.

영화 '갤버스턴'(감독 멜라니 로랑)은 고단한 삶을 사는 두 남녀가 우연찮은 사건으로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텍사스의 휴양지 갤버스턴이다. 짙은 어둠으로 가득했던 곳에 있었던 두 사람이 햇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갤버스턴에 도착했다. 갤버스턴은 이들에게도 새로운 출발이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범죄조직에서 '해결사'로 살아온 로이(벤 포스터)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는 보스가 맡긴 임무를 수행하던 중 함정에 빠졌다. 그 자리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녀 록키(엘르 패닝)를 만난 로이는 그와 함께 길을 떠난다. 습관적으로 남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록키에게 로이는 "서로 선만 잘 지키자"라고 말한다. 록키의 동생 티파니까지 합류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Y리뷰] 잡히지 않는 희망, 진해지는 비극...'갤버스턴'의 여운

"내 인생은 망한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록키에게 로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 살날이 더 많다"라고 위로를 건넨다. 로이 역시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의 눈빛을 닮은 록키에게만큼은 희망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로이는 록키와 티파니가 갤버스턴의 해변에서 웃고 즐기는 모습을 옅은 미소를 띠며 쳐다본다.

암울한 현실을 사는 두 사람의 드라마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처음으로 춤을 추며 환하게 웃는 로이와 록키 앞에 끊으려 했던 과거의 족쇄가 되돌아온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망은 그들이 갤버스턴을 향해 달려왔던 울퉁불퉁한 길처럼 험난하고 쓸쓸하다. 갤버스턴의 아름다운 풍광과 맞물려 비극은 더욱 진해진다. 영화는 티파니를 통해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둔다.

'갤버스턴'은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영화 '매그니피센터 7'의 각본가로 유명한 닉 피졸라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주목을 받는 점은 프랑스 대표 배우 멜라니 로랑의 첫 할리우드 연출작이라는 점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나우 유 씨 미: 마술 사기단'으로 유명한 멜라니 로랑은 프랑스에서는 이미 감독과 각본가로서 12년이 넘게 활약해왔다.

[Y리뷰] 잡히지 않는 희망, 진해지는 비극...'갤버스턴'의 여운

'갤버스턴'에 대해 멜라리 로랑은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를 담으려 노력했다" "프랑스의 영혼을 담은 미국 영화"라고 표현했다.

할리우드 '천의 얼굴'로 불리는 벤 포스터와 데뷔 18년 차의 21세 배우 엘르 패닝의 합은 단연 빛난다. 꾸깃꾸깃한 질감의 영화에 벤 포스터는 건조한 얼굴로 절절한 감성을 표현한다. 엘르 패닝은 천진한 소녀의 얼굴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지는 어른의 얼굴까지 다채롭다.

오는 7월 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4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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