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칸]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 "판타지 영화 찍는 것 같아"(영상)

[여기는 칸]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 "판타지 영화 찍는 것 같아"(영상)

2019.05.26.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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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상황이 마치 판타지 영화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지난 12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날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건 다름아닌 '기생충'이었다. 한국영화 중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그간 경쟁 부문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영화는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를 받은 '올드 보이'(2004, 감독 박찬욱)였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배우 송강호와 함께 뤼미에르 극장 내 위치한 기자실에 들러 간단한 소회를 밝혔다. 봉준호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국적을 막론하고 취재진들이 모여 구름인파를 형성했다. 이들은 수많은 환호성과 박수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을 축하했다.

봉준호 감독은 "축구나 월드컵에서 벌어지는 현상 같아서 약간 쑥스럽고 너무 기쁘다"며 "특히 기쁨의 순간을 지난 17년간 같이 작업했던 송강호 선배와 함께해서 기쁘다"고 운을 뗐다.

수상을 예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한 뒤 "(수상작을) 차례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다.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나중엔 송강호 선배와 '뭐야 우리만 남은 건가?' 하는 생각에 이상했다"고 돌이켰다.

얼떨떨한 상태임을 밝힌 봉 감독은 "평소엔 사실적인 영화를 찍으려 했는데 지금은 판타지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다"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이 주최 측으로부터) 낮 12시 41분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연락해준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피 말리는 40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고국에 돌아가서 돌팔매는 맞지 않겠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은 "저희가 잘해서 받는다기보다는 한국 영화 팬들이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한국 영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뉘앙스와 분위기로 세계적인 공감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특수한 공간인 반지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봉준호의 희비극, 빈부 격차를 담는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날 선 시선에 현지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다.

'기생충'은 30일 국내 개봉을 앞뒀다.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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