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in 칸] 봉준호, 어리숙한 영화광에서 50세 거장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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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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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in 칸] 봉준호, 어리숙한 영화광에서 50세 거장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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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2살의 나이로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도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메시!(Merci!)" (봉준호 감독)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수상에 감격하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지난 12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날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건 다름아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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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1일 칸 영화제 공식상영 이후 각국 비평가,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점쳐졌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2017년 '옥자'로 칸 경쟁부문에 입성한 이후 2년 만에 수상을 기쁨을 맛보게 됐다. '괴물'(2006년 제59회 감독 주간)을 시작으로 '도쿄!'(2008년 제61회 주목할만한 시선) '마더'(2009년 제62회 주목할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이후 5번째 칸 방문에 거둔 값진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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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생인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영화감독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갔다. 이때 만든 작품이 단편 '지리멸렬'(1994년)이다.

이후 2000년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국제영화제 비평가상을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토리노영화제각본상, 도쿄영화제 아시아영화상,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신인감독상 등을 받으며 국내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2006년 연출한 '괴물'은 평단의 호평 뿐 아니라 10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다. 2009년 '마더' 이후 세계를 무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설국열차' '옥자'로는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10년 만에 국내로 복귀해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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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와는 2006년 '괴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36세의 나이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다. 비공식 부문이었지만 당시 영화를 향한 외신의 반응은 뜨거웠다. '괴물'은 장르적으로 괴수영화였지만, 그 방향성은 규모와 파괴력에 집중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랐다. 괴수물 속 자연스레 녹아든 블랙코미디에 호평이 이어졌다. 틀을 깨는 봉 감독의 파격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평론가와 취재진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15년 후, 결국 칸의 정상에 섰다. "수상 가능성은 사실 별로 없다. 어마어마한 감독님들이 포진해 있더라. 그 틈바구니에 끼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봉 감독의 말처럼, 올해 경쟁 부문은 단연 '별들의 전쟁'이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만 무려 5명, 그 중 2명이 2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명장일 만큼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의 선택은 '기생충'이었다. 심지어 만장일치.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폐막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다른 영화와 차별화 되는 느낌이었다"며 의견이 모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Y피플 in 칸] 봉준호, 어리숙한 영화광에서 50세 거장 되기까지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네치아영화제) 중 으뜸으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최초다.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선과 우화적인 화법, 여기에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그에게 마침내 칸도 화답했다.

'봉준호가 곧 장르.'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표현이 가장 감격스럽고 듣고 싶었던 코멘트"라며 자신의 세계관을 인정해준 칸과 평단을 향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소심하고도 어리숙했지만 영화에 빠져살았던 이 12살 소년은 자신의 세계를 명확히 구축했고 매 작품 진화를 거듭했다. 결국 봉준호는 50세의 나이로 마침내 세계 영화계의 인정을 받는 거장으로 우뚝 섰다.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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