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nd 칸레터] '기생충',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우려와 기대 공존

[72nd 칸레터] '기생충',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우려와 기대 공존

2019.05.25.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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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nd 칸레터] '기생충',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우려와 기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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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아요. 사실 별로 없죠. 어마어마한 감독님들이 포진해 있더라고요. 그 틈바구니에 끼인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봉준호 감독은 말했다.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크지 않다"고 내다보며 "대학생 시절 영화 배울 때부터 존경하던 분들이 가득하더라"고 허허 웃었다.

경쟁작 면면을 보니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 법도 하다. 올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총 21편. 기 수상자만 5명(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 테런스 맬릭, 압둘라티프 케시시)에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거장 마르코 벨로치오까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로 5번째 칸에 방문했지만, '옥자'로 처음 황금종려상에 도전한 만큼 본상 수상 경력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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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봉준호 감독의 우려와는 조금 다르다. 25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에서 진행되는 폐막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심사위원 대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연상, 심사위원상 등에 대한 시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생충'의 수상이 마냥 설레발만은 아니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뉘앙스와 분위기로 세계적인 공감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특수한 공간인 반지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봉준호의 희비극, 빈부 격차를 담는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날 선 시선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에서 온 한 외신 기자는 "브라질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라며 "무척 공감하면서 봤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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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공개 이후 단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21일 열린 공식 상영 중에 기립 박수에 견줄 법한 박수갈채가 두 차례 나왔다. 관객들은 휘파람까지 불며 해당 장면을 보고 느낀 감탄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취재진에 "이러한 호응은 '기생충' 이전 상영된 경쟁 부문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상영 직후에는 약 8분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뤼미에르 극장의 2,300석을 가득 채운 관객으로부터 호응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이 중간에 "밤이 늦었으니 이제 갑시다. 땡큐"라고 하지 않았다면 더 이어졌을 테다. 크리스티앙 쥰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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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수상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는 또 있다. 무엇보다 현지 매체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영화는 일부가 아닌 여러 소식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스크린데일리는 24일 '기생충'에 3.5점(4점 만점)의 평점을 줬다. 이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21개의 영화 중 가장 높은 평점이다. 10명 중 5명이 이 영화에 만점을 줬다.

미국 영화 매체인 아이온시네마에서도 '기생충'은 4.1점(5점 만점)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럽 15개 매체의 평점을 싣는 르 필름프랑세즈에서 '기생충'은 '페인 앤 글로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동시에 현재까지 공개된 경쟁부문 작품 중에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는 화제작이 없다는 것도 '기생충'에게는 호재다. 황금종려상 두차례 수상에 빛나는 켄 로치와 다르덴 형제의 작품은 각각 2.5점, 2.4점(이하 4점 만점)을 받았다. 현지에서는 이번 작품들이 두 거장을 향한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밖에도 '기생충'을 포함해 단 세 작품만이 평점 3점을 넘었다.

[72nd 칸레터] '기생충',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우려와 기대 공존

물론 소식지의 평점은 실제 수상 결과와 무관하다. 수상작은 9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동안 수상 결과는 현지 매체의 평가와 달랐던 경우가 더 많았다.

제71회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었던 '어느 가족', 제70회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었던 '더 스퀘어', 제69회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었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매체 평가에서 중하위권에 위치한 작품이었다.

영화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배우보다 감독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은 호재일 수 있지만 마냥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 심사위원 중 아시아 문화권 혹은 영화에 친숙한 사람이 없다. 크게 관심이 안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레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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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버닝'은 역대 스크린데일리 최고 평점(3.8점)을 받았지만 당시 어떤 상도 받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당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은 3.2점을 받았다.

하지만 매체 평가가 상영 이후 쏟아지는 현지 호평을 실감할 수 있는 지표임에는 분명하다. 현지의 분위기를 미루어 봤을 때 황금종려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사위원상, 감독상 등 본상 수상을 조심스레 기대해볼 만하다.

'기생충'이 수상한다면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후 한국 영화계에 찾아온 9년 만에 낭보다. 동시에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계에 남기는 의미가 적지 않다. '기생충'이 폐막식에서 어떤 결과를 안게 될 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 칸영화제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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