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in 칸]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 전화에 불안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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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4.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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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in 칸]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 전화에 불안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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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과 소통하는 봉준호 감독만의 특징이 있죠."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기생충'으로 두 사람은 어느덧 4번째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두 사람은 서로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순간을 늘 함께했다.

22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마제스틱비치에서 진행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라운드 인터뷰에서 배우 송강호가 가장 많이 언급한 건 단연 봉준호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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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공식 상영 후 '기생충'을 향한 반응은 단연 뜨거웠다.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 2000여 명으로부터 8분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칸 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며 극찬했다.

"너무 벅찬 일"이라고 운을 뗀 송강호는 "'박쥐' 이후 10년 만에 영광스럽다. 물론 성역화된 곳은 아니지만, 사실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자신 있게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 벅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번째 칸 방문이다. 동시에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무려 네 작품을 함께 했다. 앞서 송강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생충' 시나리오를 보고 '살인의 추억'을 처음 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내용과 구조가 다르지만 기본적인 정서나 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지점에서 흡사한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성취가 '기생충'에서 충분히 있다. 훨씬 진화했으며 깊이가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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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등 막역한 우정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충' 관련 이야기를 처음 듣고 송강호가 보인 반응 역시 "아, 그렇구나" 였다.

"봉 감독 캐스팅 제안을 받으면요? 왜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하느냐, 어떤 계기로 하느냐 이런 걸 저는 하나 안 물어봐요. 다른 영화에도 마찬가지였죠. 근데 봉준호 감독도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만나면 한 마디 정도 하죠. 형님, 뭐 드실래요?(웃음)"

수많은 명감독과 함께 작업해 온 그지만 봉준호 감독과 작업은 단연 남다르다. 송강호는 "배우와 소통할 때 봉준호 감독의 특별함이 있다. 마치 숙제를 내주는 것 같다"며 운을 뗐다.

"봉 감독은 항상 촬영 전 전화를 해서 배우와 개별 면담을 해요. 그 시간에 세부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굉장히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럼 촬영 날까지 배우 입장에선 상당히 고통스러운 거죠. 마음속으로는 계속 준비해야 하니까. 촬영 중간쯤 만약 이런 전화를 받으면 더 불안합니다. (웃음) 근데 기분 좋은 불안함이에요. 며칠 동안 고민하고 촬영 날이 되면 결과가 좋게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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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대사에 꾹꾹 눌러 메시지를 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자 "아들아, 너는 계획이 있구나"는 문장을 꼽았다. 예고편에서도 등장했던 이 대사는 아버지 기택이 아들 기우(최우식)를 향해서 하는 말이다.

"기택이 아들 기우에게 '인생이라는 건 계획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게 참 가슴이 아프고 자조적이죠. 그 대사에서 한 개인의 노력으로 뚫을 수 없는 이 사회의 구조 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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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송강호는 영화를 "봉준호 감독의 진화"라고 꼽으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다고 해서 심각하지만은 않다"고 소개했다.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영화를 심각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영화제 영화라 하면 '예술적인 작품, 작가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잖아요. '기생충'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인의 추억'보다도 더한 감동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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