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nd 칸 현장] "나는 이상한 장르영화 감독"...'기생충', 봉준호의 뚝심(종합)

[72nd 칸 현장] "나는 이상한 장르영화 감독"...'기생충', 봉준호의 뚝심(종합)

2019.05.22.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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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nd 칸 현장] "나는 이상한 장르영화 감독"...'기생충', 봉준호의 뚝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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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 영화가 할리우드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전형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음으로서 그 틈바구니로 사회적 문제가 표현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열린 공간을 통해 정치적 상황, 인간적 고뇌, 역사적 뉘앙스까지 담겼다."(봉준호 감독)

22일 오후(현지시간) 칸영화제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는 '기생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기생충'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한국은 물론 프랑스,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취재진이 참석해 질문을 쏟아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으로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 칸 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식 상영 당시 영화는 약 8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와 관련 봉준호 감독은 "기립박수는 칸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에서 있기에 굳이 분과 초를 잴 필요가 있나 싶다"면서 "'옥자' 때 같이 일했던 틸다 스윈튼 등 많은 동료들이 축하해주는 분위기와 따듯한 환대가 좋았다"고 말했다.

작품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글로벌 IT기업을 경영하는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은 장르 법칙을 충실히 준수하기 보다 파괴함으로써 관객에 충격과 새로움을 안긴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를 "이상한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말하며 "장르가 갖고 있는 흥분을 좋아하니 따르고 싶은 마음과 그걸 파괴하고 싶고 바꾸고 싶은 생각이 공존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규칙을 따르지 않음으로서 그 틈바구니로 사회적 문제들이 표현될 수 있다. 특히 한국 장르 영화가 할리우드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 열려진 공간을 통해 정치적 상황, 인간적 고뇌, 역사적 뉘앙스도 담길 수 있었다. 다음 단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사회를 향한 작가 봉준호의 날선 시선은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전작 '설국열차'가 그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수평의 이미지로 담았다면 '기생충'의 키워드는 단연 수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사장의 2층 집과 기택의 반지하 단칸방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봉준호 감독은 "부잣집의 1층과 2층 수직적으로 나눠지고 있고 이를 계단이 연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계단 영화라고 불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영화에서 특이한 점은 반지하라는 개념인데, 우리나라에만 있다.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 싶은 공간이다. 영화는 이 곳에 햇살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동시에 더 힘들어지면 영화 속에 누군가처럼 완전히 지하로 갈 수 밖에 없는 공포감도 있다. 서구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지극히 한국적인 뉘앙스"라고 설명했다.

한 작품 안에서 장르와 톤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는 점 역시 봉준호 감독의 또다른 특징이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솔직히 시나리오 쓸 때 의식을 못한다.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이며 섞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나 창작자들 모두 마찬가지로 작품을 만들 때 의지할 수 있는건 본능 뿐이다. 뭔가 안 풀리면 멘토인 히치콕의 영화나 김기영 인터뷰를 본다. 본능 외에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가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날 감독은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쓰는 모든 이상한 기이하고 변태적인 스토리도 이분들의 필터를 거치면 사실적이고 격조있게 표현된다. 여기에 쓰인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기생충'으로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봉준호 감독 작품에는 항상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이 있다. 매 작품 이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기생충'도 마찬가지다.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봉준호 감독의 특징은 단연 정교함이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본인은 싫어하지만 배우가 연기하는데 참 편하다. 모든 것이 감독의 의도하게 정교하게 구축된 현장이다. 시공간을 매꿔야 한다는 강박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밥 때를 너무 정교하게 잘 지켜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굉장히 행복한 환경해서 임할 수 있었다"고 덧붙여 좌중을 폭소케했다.

조여정은 "작품 속 모든 캐릭터가 감독님 안에 있다는 게 놀라웠다. 기택이었다가 기우였다가 연교가 되는 모습이 재밌고 놀라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선균은 "봉 감독님과의 작업을 패키지 여행에 비유한다. 100% 가이드를 믿고 가는게 너무나 행복한 지 알게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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