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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칸영화제·성평등 외치는 뜨거운 목소리
 차분한 칸영화제·성평등 외치는 뜨거운 목소리
Posted : 2019-05-21 09:30
제72회 칸영화제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칸은 5월임에도 이상저온 현상으로 기온이 15도까지 떨어졌다. 자켓을 걸치지 않으면 추위를 느낄 정도로 바람은 차고 비는 세차게 내렸다. 에메랄드 빛 해변을 자랑하는 칸이라지만 선탠을 하거나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날씨의 영향 때문일까. 뜨거운 이슈를 모으는 경쟁 부문 초청작도,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스타도 볼 수 없다. 세계 최대 필름마켓 마르셰 뒤 필름은 60주년을 맞이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작년에 이어 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만은 영화제 내내 뜨겁게 울려퍼졌다.

 차분한 칸영화제·성평등 외치는 뜨거운 목소리

◇ 베일 벗은 경쟁작 10편…화제작은?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총 21편의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 황금 종려상을 두고 겨룬다. 올해 경쟁 후보군은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칸이 낳고 칸이 키운 세계적 거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를 두고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칸이 낳은 '어벤져스들'"라고 평했다.

후반부로 치닫는 만큼 경쟁작 절반이 베일을 벗었지만 눈에 띄는 화제작은 없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재까지 황금 종려상 수상자인 켄 로치의 '쏘리 위 미스드 유', 테렌스 맬릭의 '어 히든 라이프'와 신예 감독 라지 리의 '레미제라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흑인 여성 감독 마티 디옵의 '아틀란틱스', 중국 출신 다이오 이난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가 공개됐다.

스크린 데일리 평점에서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가 3.4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평점을 받은 10개 영화 중 유일하게 3점을 넘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그동안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으로 감독상을, '귀향'(2006)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으며 2017년에는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으나 아직 황금종려상과의 인연은 없다. 후반부 쟁쟁한 감독들의 신작이 베일을 벗는 만큼 올해 최고상 주인공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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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 필름마켓 60돌...전반적 침체·XR코너 활발
세계 최대 필름마켓 마르셰 뒤 필름은 올해 60돌을 맞이했다. 기념비적인 해지만 현지 관계자는 "마켓이 예년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하다"고 평했다. 현지 사정에 능통한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 역시 "유럽에 전체적으로 닥친 경제 불황과 이상 저온 현상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가장 붐빌 주말에도 뤼미에르 주변은 한산하다. 규모 역시 예년의 3분의 2정도"라고 귀띔했다.

앞서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리포터를 비롯한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예고한 무역 전쟁으로 인해 중국 바이어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바이어들의 이 같은 변화에 칸 필름마켓 역시 예년보다 활기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VR(가상현실) 섹션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올해 칸영화제는 마켓 내 XR 코너를 신설해 VR, AR(증강현실) 등 기술을 적용한 영화들을 시연하고 관련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XR 코너의 화제작을 체험하기 위한 부스는 연일 줄을 선 사람으로 붐볐다.

칸 필름마켓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올해 그 규모가 한층 더 확대됐다. 영화제 측에서 이를 중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15일부터 19일까지 꾸준히 각국 관계자들이 부스를 찾고 있다. 관련 문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차분한 칸영화제·성평등 외치는 뜨거운 목소리

◇ 여성 연대 후...성평등 목소리 여전
지난해 칸 영화제의 상징적 장면은 단연 여성 영화인들의 행진이었다. 할리우드를 강타한 '미투'(Me too) 운동의 여파는 칸에 이르렀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에바 허슨 감독의 '걸즈 오브 더 선' 공식 상영에 앞서 82명의 여성 영화인이 침묵하며 레드카펫을 걸었다. 이들은 71년을 이어온 칸 영화제에서 턱없이 부족한 여성 감독의 작품 초청 수를 꼬집었다. 또한 남성 중심적인 칸 영화제를 비판하고 성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1년이 지난 칸 영화제 상황은 어떨까. 영화제는 그 어느때보다 성평등을 강조했다. 경쟁 부문에서 여성 감독들의 작품 4편이 초청됐다. 여전히 많지 않지만 지난해보다 1편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 특별 상영, 단편 경쟁 까지 공식 섹션을 합치면 20편으로 그간 가장 높다.

심사위원단의 경우 남성 4명, 여성 4명으로 남녀 비율을 맞췄다. 주최 측에 따르면 여성 스태프의 비율도 높였다. 전체적으로 올해 영화제 참석하는 974명의 스태프 중 468명이 여성이며 이는 전체 인원의 48%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한다. 특히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의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은 영화제 기간동안 단연 뜨거운 감자였다.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정폭력 전력을 시인한 알랭 들롱이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단체는 이 결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뤽 배송 감독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반 로이는 이같은 영화제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Stop Violence Against Women'라는 문구의 타투를 하고 레드카펫에 섰다.

논란이 일자 티예리 프레모 집행 위원장은 "우리는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배우로서의 그의 경력 때문에 명예 황금종려상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의 목소리에도 영화제 측은 알랭 들롱에 19일 트로피를 안겼다.

이와 함께 현지에선 여배우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감독 압둘라티프 케시시가 신작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와 함께 경쟁 부문에 추가로 초청되고, 한국에서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가 필름마켓에서 일부 바이어에 공개된 사실을 놓고 비판이 일고 있다.

현지 영화계 관계자는 YTN Star에 "지난해에 이어 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영화제 기간 내 지속적으로 울려퍼지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기계적인 평등이 아닌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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