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개봉작] 법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다...'배심원들'

[Y개봉작] 법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다...'배심원들'

2019.05.1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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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개봉작] 법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다...'배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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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왜 존재하는 겁니까?"라는 물음에 권남우(박형식)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런 권남우를 보며 판사 김준겸(문소리)이 말한다. "법이란 제멋대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단단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이다. 이는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조차 처음 알게 된 권남우가 재판 내내 마음속에 품은 말이자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 제작 반짝반짝영화사)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배심원들'은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다. 이 작품이 첫 장편 데뷔작인 홍승완 감독은 첫 국민참여재판을 모티프로 유사 사건 80여건과 판결이 엇갈린 판결문 540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썼다.

법과는 거리가 있는 8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의문을 던지고 질문을 하면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탄탄한 극본을 바탕으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 이를 훌륭하게 연기한 배우들, 유쾌한 소동극을 연상케 하는 경쾌한 극 전개, 법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까지. 기대 이상의 '웰메이드 법정물'이 탄생했다.

[Y개봉작] 법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다...'배심원들'

국민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초의 재판이 열리는 날,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8명의 사람이 배심원단으로 선정돼 모였다. 대한민국 첫 배심원이 된 그들 앞에 놓인 사건은 증거, 증언, 자백도 확실한 살해 사건이다. 피고인은 아들을 살해한 아들(서현우). 양형 결정만 남아있던 재판이었지만 피고인이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며 배심원들은 예정에 없던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배심원들은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한다. 재판부는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한다. 처음 마주하는 난감한 상황 속 원칙주의자인 재판장 김준겸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끌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피고인이 "내가 그런 거면 어쩌지?"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권남우는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를 제기한다. 실험, 현장 검증 요구 등 배심원들의 돌발 행동은 재판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며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Y개봉작] 법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다...'배심원들'

권남우는 개인회생 신청을 하러 법원에 갔다가 뒤늦게 8번 배심원으로 합류한 청년사업가다. 권남우 외에 7명의 배심원은 사연도 개성도 제각각이다. 늦깎이 법대생 윤그림(백수장), 10년간 남편을 보살핀 요양보호사 양춘옥(김미경), 무명배우 조진식(윤경호), 주부 변상미(서정연), 대기업 비서실장 최영재(조한철), 특별한 이력을 지닌 장기백(김홍파), 당찬 취준생 오수정(조수향) 등이다.

이토록 제각각인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반목하는 모습은 마치 '축소된 사회'로 보인다. 직업, 나이 등 차이로 인한 갈등, 다수 의견을 따르길 종용하는 모습 등이 그렇다. 그렇지만 결국 누군가를 심판한다는 책임감으로 통합하는 모습은 감동을 안긴다.

그 중심에는 다소 '튀는' 권남우가 있다. 권남우는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판부에 수사 기록을 요구한다.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의심한다. 모두가 유죄라고 말할 때 혼자 결정을 못 내린다. 다수의 종용에도 권남우는 "법이란 제멋대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는 김준겸의 말을 떠올린다. 누군가를 심판한다는 진중한 사안을 진지하게 접근한다. 그리고 이는 다른 배심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Y개봉작] 법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다...'배심원들'

영화의 미덕은 권남우를 통해 드러난다. 영화는 권남우의 시선을 통해 법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고,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결정을 내릴 때는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문소리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천방지축 8명의 배심원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가 남다르다. 첫 상업 영화에 도전장을 내민 박형식은 그간 안방극장서 쌓아온 내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윤경호 백수장 김미경 조한철 서정연 김홍파 조수향 권해효 서현우 등 역시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극을 채운다.

15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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