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라미란 "'여성 아닌 다양성 위해 '걸캅스' 같은 시도 필요"

배우 라미란(45)이 전매특허 코믹 연기에 액션까지 장착, 화력이 더욱 커진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걸캅스'(정다원 감독)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이야기.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지만 나쁜 놈들을 때려잡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속 시원히 해결하는 걸크러시 콤비 미영(라미란 분)과 지혜(이성경 분)를 통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라미란이 연기 인생 14년만에 첫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라미란은 극 중 민원실 퇴출 0순위 주무관이 된 전직 전설의 형사 박미영 역을 맡았다. 처음부터 라미란을 염두에 뒀다는 정다원 감독의 말처럼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그녀는 특유의 생활밀착형 연기는 물론, 전직 전설의 형사다운 날카로운 눈빛과 카리스마로 강도 높은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라미란은 그간 tvN '응답하라1988' 치타 여사부터 tvN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라부장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보여줘 왔다. MBC '진짜사나이',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예능에서도 맹활약하며 대중과 가까이 호흡했고,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수 많은 영화에서 감초 역할로 큰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런 라미란이 이번에는 액션까지 섭렵하며 또 한 번 스펙트럼을 넓힌다. 특히 라미란은 촬영 전 한달 반 동안 액션스쿨을 다니며 복싱, 레슬링 등을 배웠다. 이러한 노력 덕에 라미란은 첫 액션 연기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찰진 액션을 선보이며 영화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더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여성 액션물의 새 장을 열 캐릭터를 탄생시킨 라미란. 그녀를 만나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감격의 첫 주연작, '걸캅스'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주연작으로 '걸캅스'를 택한 배경?
그 동안은 제안이 와도 '깜냥이 안 된다'고 거절 했었다. '걸캅스' 제작사 대표님과는 '소원'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때부터 저를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거란 얘기를 했었다. 약속 때문에 이 작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나를 생각하고 썼다는데 시나리오 보니 액션이더라. '날 뭘 믿고 이런 작품을 썼지?'라고 생각들었다. (웃음)

-첫 주연이었는데 현장에서 대우가 달라진 부분이 있었나?
말만 그렇게 하지 똑같더라. 조연일 때도 대우를 잘 받았나 보다. 하하. 사실은 대우 받을만한 시간이 없었다. 계속 뛰어다녀야 했다. 너무 더운 시기에 촬영하느라 스태프들이 고생이 많았다.

-부담감도 있었겠다.
입으로 주로 연기 했던 사람인데 몸을 써야 한다는 점과 첫 주연작이란 점에서 책임이 막중 했다.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 스스로를 잘 못 믿겠는거다. 그래도 인생은 도전이니까, 후회없도록 노력 했다. 재미있었다. 새로운 나도 발견했다.

-새로운 나라면 어떤 모습?
내가 생각하는 나와 사람들이 보는 나 사이에 갭이 있더라. 굉장히 활발하고 익사이팅하게 보시더라. 이번 작품도 '진짜사나이' 나오고 그런 모습에서 영감을 받고 쓰신 거 같다. 사실은 반대다. 근데 막상 촬영하면서 나와 완전히 다른 건 아니라고 느꼈다. 촬영 하면서 재미있고 흥미로웠고, 어느 순간 근거없는 자신감도 생기더라. '아직 늦지 않았어, 모든 관절들이여 깨어나라!' 이런 식으로. 하하.

-실제 복싱, 레슬링을 배웠다고 들었다. 힘들진 않았는지?
감독님이 욕심을 내시더라. 칭찬을 툭툭 던지면서 자꾸 시키시더라. 칭찬은 죽었던 관절이여 깨어나게 하는 힘이었다. 영화에서도 나름 레슬링 기술이 많이 나왔는데, 저도 올림픽 때만 봤지 그런 건 처음 알았다. 스스로 누워만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움직이니까 재미있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의도치 않게 성 대결 양상을 띄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여성 영화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 '남자 배우들이 했던 캐릭터를 성별만 바꾼거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렇게 봐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오는 신선함이 있을 거 같다. 다만 그런 상황들이 의도된 것은 아니다.

-시사회에서 2탄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는데.
저만 생각하는거 같다. (웃음) 2탄을 하게 되면 더 리얼하게 할 수 있을거 같다. 큰 사건보다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피부로 와 닿는 사건을 '저는' 구상중이다. 하하. 개인적으로 미영이 다시 경찰 복귀하는건 비추다. 공무원이 되면 오히려 제약이 있지 않을까? 옆집 언니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주는 듯한 느낌으로 가야 시원함이 더 클 듯 싶다.

-2탄하게 되면 액션에서도 더 발전된 모습 기대할 수 있을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이번에는 리얼한 현실 액션이랄까, 악으로 버티고 깨지고 부서지고 그랬는데, 다시 하게 되면 조금 더 본능을 부활시켜서 시원한 액션을 빵 터뜨려 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2탄을 언급할 정도로, '걸캅스'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 바람에 담긴 의미는?
이런 시도들을 계속 해 주는게 중요한 거 같다. '걸캅스'라는 제목을 받아 들인 것도, 이후를 본거다. 시리즈로 가면 박미영과 조지혜가 아니더라도 다른 배우들이 채울 수도 있지 않을까.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 그 보다는 작품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히어로나 액션물보다는 드라마 위주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보기가 너무 힘들더라.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는게 아닌가, 다양한 영화들이 나와서 관객들이 취향에 맞게 골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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