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개봉작] '나의 특별한 형제'가 선입견을 배신하는 법

[Y개봉작] '나의 특별한 형제'가 선입견을 배신하는 법

2019.05.0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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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개봉작] '나의 특별한 형제'가 선입견을 배신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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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 '책임의 집'에는 한 형제가 산다. 비상한 머리를 지닌 지체 장애인 세하(신하균)와 뛰어난 수영 실력을 자랑하는 지적 장애인 동구(이광수)가 그 주인공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20년간 시설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한 몸처럼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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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는 같이 살아야 한다. 같이 살 수 있기에 사실 강하다." 원장 신부님(권해효)을 말을 버팀목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형제에게 난관이 닥친다. 신부님이 세상을 떠난 후 정부에서 내려온 시설 지원금은 동이 났다. 남은 이들은 장애 유형에 따라 구분, 다른 시설에 수용될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 이들의 동거를 막는 의외의 인물까지 등장한다. 두 사람은 같이 살 수 있을까.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의 서사는 낯설지 않다. 장애인을 주축으로 한 버디 무비가 그동안 적잖이 극장가를 두드렸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2018) '형'(2016) '언터처블: 1%의 우정'(2012)이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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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뚜껑을 열면 그 이상, 곧 '특별함'이 있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두 주인공은 평범하다. 특별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소비되던 이들을 지극히 평범하게 담았다. 그래서 다르다. 뻔하지 않다. 장애를 향한 편견과 선입견을 과감하게 비틀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철저히 비장애인으로부터 온 환상을 경계한다. 자연히 이들을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졌다면 자립할 수 있음을 담담하게 읊조린다. 덕분에 신파의 위험에서도 영리하게 벗어났다.

나아가 영화는 사회적 약자에 강요되던 기존의 이미지를 향해서도 도전장을 내민다. 세하와 동구는 마냥 선하거나 연약하지 않다. 세하는 재정난에 처한 '책임의 집'을 살리기 위해 학생, 학부모, 취업준비생들에게 돈을 받고 봉사 시간을 판다. 그 과정은 유머러스하다. 지극히 현실적이라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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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고집스러운 취재가 영화만의 차별점으로 나왔다. 영화가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육 감독은 서울과 광주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을 오가며 옆에서 보고 듣고 스크린에 담았다. 기획 단계까지 포함해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간 '방가방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등 소외된 이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온 육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취재다. 자꾸 찾아가서 보면 무의식중에 만들 때도 반영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 세심한 관찰력이 장면 곳곳에 담겨 영화에 특별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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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데 배우들의 열연은 '신의 한 수'다. 형제를 연기한 신하균과 이광수는 발군의 연기력으로 관객을 울고 웃게 한다. 희화화와 대상화의 위험까지 영리하게 비켜 갔다.

특히 신하균은 목 아래로 움직일 수 없는 설정 탓에 말과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그 어려운 도전을 해냈다. "장애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서 좋았다. 나 역시도 부족해서 그런지 소외된 사람들에게 끌린다"는 말이 연기에 오롯이 뱄다. 진정성이 바탕에 있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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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는 특별하다.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선입견을 깨닫게 해서, 여전히 장애라는 플롯이 극적 감동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아서. 이 정도면 배신이다. 그것도 아주 기분 좋은.

5월 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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