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슈] 칸영화제와 봉준호의 달콤살벌한 인연...올해는?

[Y이슈] 칸영화제와 봉준호의 달콤살벌한 인연...올해는?

2019.04.2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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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이슈] 칸영화제와 봉준호의 달콤살벌한 인연...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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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생애 5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이번에는 그의 신작 '기생충'과 함께다. 제72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나머지 18편과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봉 감독은 칸 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다섯 번'이라는 수치가 지닌 의미 외로 그 관계는 꾸준하고도 때론 기묘했다. 명성과 인지도를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외적인 이슈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Y이슈] 칸영화제와 봉준호의 달콤살벌한 인연...올해는?

◇ '괴물'
봉 감독이 칸 영화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괴물'을 통해서다. 그는 당시 36세의 나이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다.

비공식 부문이었지만 당시 영화를 향한 외신의 반응은 뜨거웠다. '괴물'은 장르적으로 괴수영화였지만, 그 방향성은 규모와 파괴력에 집중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랐다. 괴수물 속 자연스레 녹아든 블랙코미디에 호평이 이어졌다.

틀을 깨는 봉 감독의 파격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평론가와 취재진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마켓도 반응했다. 당시 한국 영화 수입에 인색했던 미국과 영국 바이어와의 계약도 성사됐다. 결국 '괴물'은 당시 기준으로 한국 영화 판매액 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칸 영화제는 봉 감독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해외 영화제에 각인하는 주된 장으로 기능했다. 성공적으로 국제무대를 치른 뒤 국내 흥행(누적 관객수 1091만)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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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자'
그로부터 10여 년 후 '옥자'가 칸 영화제 메인 섹션인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봉준호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이자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한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비밀을 갖고 태어난 거대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감독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선과 우화적인 화법으로 자본주의 속 생명 경시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정작 관심이 쏠린 건 다른 부분이었다. 생애 첫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희소식은 봉준호 감독이 필요 이상의 논란을 마주하는 계기가 작용하기도 했다. 영화계에선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 '옥자'의 경쟁 부문 진출 자체를 두고 과연 적절한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프랑스 극장협회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이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 영화제에 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회의를 소집해 다시 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칸 영화제는 지난해부터 넷플릭스 영화를 경쟁 부문에서 배제했다.

작품 외적 측면으로 주목받는 것이 창작자 입장에선 썩 유쾌한 일은 아닐 테다. 봉준호 감독 역시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급 방식만 가지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니 피곤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천천히 할 걸 그랬다. (빨리해) 지뢰라는 지뢰는 다 밟은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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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그리고 '기생충'이다. 봉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옥자'에 이어 약 2년 만에 다시 한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을 두드린다. 이로써 연출작이 연이어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봉 감독은 발표 후 "갈 때마다 떨리고 늘 새롭게 느껴지는 곳"이라고 남다른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봉 감독의 2년 만에 신작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한국 영화 프로젝트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워낙 작품 기밀 유지에 철저한 만큼 몇 줄의 시놉시스 외에는 영화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덕분에 '기생충을 향한 궁금증은 그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이었다.

봉 감독 역시 지난 22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일단 영화에 기생충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들은 아주 위생적으로 완벽한 캐릭터"라며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의미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시에 "한국적인 뉘앙스와 디테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빈부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룬다. 덕분에 외국 관객들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계속 회자가 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이기도 했다.

본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봉 감독의 작품은 영화제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번 '기생충'이 영화제에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기대가 높다. 올해 어떤 인연으로 기억될지,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영화제에서 공개될 그의 작품에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다.

올해 영화제는 오는 5월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맡는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칸 영화제, 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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