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DJ 인터뷰①] 이숙영 "아침 방송 33년, 숙제 아닌 축제 같은 삶"

[라디오DJ 인터뷰①] 이숙영 "아침 방송 33년, 숙제 아닌 축제 같은 삶"

2019.04.17.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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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DJ 인터뷰①] 이숙영 "아침 방송 33년, 숙제 아닌 축제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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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유튜브, 페이스북, 포털사이트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채널이 돌아간다. 보는 것에 익숙한 요즘 세대지만 라디오만의 아날로그 감성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 아침 잠을 깨워주고, 출퇴근길을 함께 하고, 자기 전엔 달콤하게 속삭여주기까지 하는 라디오. 부담스럽지 않은 매체다. 그게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한 라디오만의 매력이 아닐까.

YTN STAR는 라디오 DJ들을 만나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릴레이 인터뷰 1편 주인공은 아침 방송만 30여 년 이어오고 있는 [긍정의 대명사, 이숙영]이다.

“제 에너지 받아가, 좋은 일만 생기실 거예요.”

‘이숙영의 러브FM’(이하 ‘이러엠’)을 진행하고 있는 이숙영(62)을 만나기 위해 라디오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방송을 마쳤음에도 자리에 앉아 원고를 읽고 있었다.

끝난 내용을 왜 다시 보냐고 묻자 "오늘 방송에선 읽지 못했지만 마음에 남는 사연들을 골라 다음날이나 주말에 내보내요. 이 작업을 매일 방송 직후 직접 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기자에게 내민 이숙영의 명함은 핑크색이었다. ‘이러엠’ 청취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난 이숙영의 대표 색깔이다.

“핑크색을 좋아해서 명함도 이 색이죠. 좋은 에너지가 가득한 제 핑크기운 가져가세요.”

[라디오DJ 인터뷰①] 이숙영 "아침 방송 33년, 숙제 아닌 축제 같은 삶"

이숙영은 30여 년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하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1~2시간인 라디오 방송을 3시간씩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1986년 동아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해 1987년 KBS 라디오 ‘FM 대행진’으로 아침 방송을 시작했다.

1996년 SBS로 옮겨 ‘파워FM’을 맡았다. 이후 SBS ‘러브FM(103.5MHz)’으로 이동해 매일 아침의 문을 열고 있다. 2006년에는 아침방송 사상 최초 20년 연속 진행자에게 주어지는 ‘Voice of SBS상’을, 2015년에는 SBS 연예대상 라디오부문 프로듀서상을 받았다.

“‘숙제가 아닌 축제 같은 삶’을 살자고 매일 다짐해요. 그럼 마이크 앞에서 신기하게 더 힘이 나요. 긍정의 힘을 전하려면 저부터 행복해야 겠죠”

이숙영은 ‘이러엠’ 송정연 작가와도 30여 년 함께 일했다. 송 작가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DJ"라고 이숙영을 칭찬했다.

[라디오DJ 인터뷰①] 이숙영 "아침 방송 33년, 숙제 아닌 축제 같은 삶"

기억에 남는 사연을 꼽으라면 셀 수가 없다.

"한 청취자가 사업 실패로, 터널에서 차로 자살하려고 했대요. 그런데 때마침 나온 제 멘트를 듣고 살기로 결심했다는 겁니다. ‘동굴엔 끝이 없지만 터널은 끝이 있으니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란 멘트였어요. 감사하다며 꽃을 보내왔는데 정말 기뻤어요. 또 동료를 짝사랑하던 체육 교사에게 라디오 연애상담을 해주고 결혼까지 성사시킨 적도 있죠“

아나운서로 시작해 인생의 절반을 라디오와 함께 했다. 이숙영에게 라디오란 어떤 존재일까.

“동료가 출산휴가를 가서 대타로 앉았던 라디오 자리인데,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 전 얌전한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긴 머리에 집시풍 옷을 즐겨 입어 아웃사이더였죠. 그런데 라디오에서 자기만의 색깔과 솔직함은 생명이에요. 라디오가 제게 참 잘 맞는 옷이라 감사해요.”

[라디오DJ 인터뷰①] 이숙영 "아침 방송 33년, 숙제 아닌 축제 같은 삶"

라디오 영역은 예전보다 많이 축소됐다. 라디오 전성시대를 누렸던 이숙영은 "“퀸 노래 '라디오 가가(Radio Ga Ga)' 아시죠? 잊히는 라디오에게 바치는 노래에요. 실시간으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1대1 소통 매체죠. 소외될수록 가치는 빛을 발해요"라고 강조했다.

이숙영은 십여 권에 달하는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연극과 춤에도 관심이 많다. 매주 금요일 마다 라디오에서 ‘불금댄스’ 코너를 선보인다. 아이돌 댄스를 연습해 직접 추는데, 이는 ‘보는 라디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을 하고 나면, 저도 사람인지라 지쳐요. 하지만 하루를 마지막인 것 처럼 열심히 보내요. ‘이숙영은 저 나이에도 저렇게 하는구나, 나도 해야지’하며 청취자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YTN Star 공영주 연예에디터(gj920@ytnplus.co.kr)
[사진제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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