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②] '생일' 이종언 감독 "전도연, 당연히 생각난 배우"

[Y메이커②] '생일' 이종언 감독 "전도연, 당연히 생각난 배우"

2019.04.0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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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②] '생일' 이종언 감독 "전도연, 당연히 생각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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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이종언 감독이 보낸 '생일' 초대장)에 이어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 나우필름/영화세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 연출을 맡은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 연출부 출신이다. '밀양'(2007) '여행자'(2009) '시'(2010)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생일'은 그의 데뷔작이다. 단 한 편의 영화지만 진정성 넘치는 연출로 향후 이 감독이 보여줄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 감독과 '밀양' 전도연의 재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도연은 '밀양'에서도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엄마를 연기했다. 앞서 전도연은 YTN Star와의 인터뷰에서 이종언 감독을 떠올리며 "제 눈도 못 쳐다봤다"고 웃었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생일' 시나리오를 들고 왔는데 기특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존중이 생길 만큼 좋은 글이었다. 촬영 내내 감독님으로 깍듯하게 대했다"고 미소 지었다.

[Y메이커②] '생일' 이종언 감독 "전도연, 당연히 생각난 배우"

Q: '밀양'의 이신애가 떠올랐을 것 같았는데, 왜 다시 전도연이었나요?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당연히 전도연 배우가 생각났어요. '밀양'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잘할 거라는 걸 알았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전도연 배우가 신애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전 '밀양'의 신애와 '생일'의 순남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상황에 놓였지만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봤죠.

Q: 세월호를 소재로 하잖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꼭 지켜야 하는 원칙 같은 게 있었을까요?
이: 반복해서 하는 말이 있어요. 개인적인 주관이나 해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또 다른 상처를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매 순간 힘들었던 건 조심스러운 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선을 넘나?' '개입하는 건가?'라는 생각이었어요. 그 경계를 지키는 것에 예민했고요.

Q: 어떤 경계를 지키려고 했던 건가요?
이: 처음에 순남(전도연)이 정일(설경구)에게 수호(윤찬영)의 생일을 안 하겠다고 하면서 화를 내요. 그런데 그 화내는 것에도 수위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순남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는데, 그가 유가족을 대변하고 있으니까 그 수위가 과하면 안 되고 또 적어도 안 되잖아요. 그런 경계를 많이 생각했죠. 좀 떨어져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Y메이커②] '생일' 이종언 감독 "전도연, 당연히 생각난 배우"

Q: 관객들이 '생일'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이: 봉사 활동을 할 때 생일 모임을 여러 번 했어요. 처음에는 제 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죠. 그런데 아이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경험을 했어요. 조금씩 제가 나아지는 걸 경험했죠. 마냥 아프고 힘들지만은 않았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슬프기만 할 줄 알았는데 괜찮다'고 받아들여 주는 게 의도였어요. 관객들이 체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이 아픔과 상처가 있잖아요. 그런 개인사와 영화가 만나면서 자신의 마음도 나아지는 경험을 하셨으면 하죠.

Q: 상업영화 입봉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이: 데뷔를 해야 하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면 늦은 거죠. 그런데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데뷔가 늦은 이유는 제가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죠. 건넬 이야기가 없거나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갖추어져 있지 못했거든요. 영화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어요. 평범한 한 인간으로 제가 원하는 직업을 아직 갖지 못했다는 불안함은 있었죠.

다만 영화를 만들어 보니까 개인의 불안한 마음이 지나서 좋은 것보다 이 영화를 보고 위안을 받았다는 말씀, 제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영화를 작업했다는 기쁨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Y메이커②] '생일' 이종언 감독 "전도연, 당연히 생각난 배우"

Q: 이창동 감독께서 조언해준 것이 있나요?
이: 영화 작업에 들어갈 때 '초심 잃지 말라'고 해줬어요. 촬영을 다 한 뒤 편집본을 보고 '소박하고 정직하게 만들었다'고 말씀해줬죠.

Q: 감독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이: 많은 이야기가 머리에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아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봐주는 일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Q: 아직 '생일'을 보기 두려워하는 예비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전 삶의 고단함과 행복을 겪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한 분 한 분이 다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이걸 마주할 힘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믿고 있습니다. 관객들을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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