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이종언 감독이 보낸 '생일' 초대장

[Y메이커①] 이종언 감독이 보낸 '생일' 초대장

2019.04.0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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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이종언 감독이 보낸 '생일'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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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진심] 메이커, 영화 '생일'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입니다.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을 테다.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기도 했을 테다. 하지만 약속했다. 그리고 그걸 지켜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 나우필름/영화세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이다. 시작은 봉사활동이었다. 이 감독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 모임을 준비했다. 한 아이를 만날 때마다 "우주를 만나는 경험을 했다"던 이 감독은 이 경험을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유가족을 만날 때마다 그의 다짐은 더욱더 굳건해졌다.

'생일'은 전도연, 설경구의 열연은 물론 상업영화 데뷔작이라고 믿기지 않는 이종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를 보기 전 의도를 의심했던 관객들은 과잉 없이 따뜻한 이 감독의 시선에 동화됐다.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을 담담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린 이종언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Y메이커①] 이종언 감독이 보낸 '생일' 초대장

Q: '생일' 언론시사회 이후 기억나는 평이 있나요?
이종언 감독(이하 이): 몇몇 분이 리뷰를 보냈는데 기억나는 게 많네요. 그중에서 '보는 내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딸 생각이 났다' '영화를 보고 누군가에게 전화해야만 할 것 같았다' 등의 말이 좋았어요. 또 '슬프고 힘들기만 할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마음이 괜찮았다' '모두에게 예의 바른 영화인 것 같다' 등의 말이 저에게는 크게 힘이 됐습니다.

Q: 안산을 찾아서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유가 있었나요?
이: 2015년 여름에 갔는데, 더 일찍 가고 싶었어요. 안산에 유가족을 도와주는 치유 단체가 굉장히 많아요. 처음에 그곳에서 봉사하신 분들은 유가족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많은 분이 오는 걸 바라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가서 설거지도 하고 생일 모임도 도와줬죠.

Q: 그때의 경험이 영화화시킬 정도로 강렬했나 봐요?
이: 2015년 여름부터 봉사하다가 가을이 되면서 이걸 영화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유가족의 실제 일상을 알면 공감도 되고 이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죠. 유가족뿐만 아니라 그 일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이 영화를 통해 '체험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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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월호 소재를 영화로 만들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이: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 '용기를 내야지!' 이러지는 않았어요. 그분들의 마음을 가만히 주목했고, 꼭 만들 생각이 생겼죠.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말씀을 드렸는데 인터뷰도 응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저도 꼭 만들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Q: '왜 세월호냐?'는 의문이 많이 있습니다.
이: '이제라도 해야 한다' '왜 아픈 얘기를 꺼내야 하나' 둘 다 있을 수 있는 의견이에요. 두 의견 모두 표현과 생각의 방식은 다르지만, 시작은 같다고 보거든요. 너무 아픈 사건을 함께 마주했어요. 힘든 걸 마주하고 일어서는 것과 외면하는 것. 방향은 다르나 그것이 아팠기 때문이잖아요. 제가 선택한 방법은 마주하는 거였습니다.

Q: 수호(윤찬영)네 가족의 모티브가 됐던 가족이 있었나요?
이: 오롯이, 완전한 창작이 되지는 않았어요. 생일 모임을 통해 여러 아이를 만났어요. 한 달 동안 그 아이를 만나게 돼요. 준비부터 생일 하는 그날까지, 그 아이가 저 안에 들어와요. 제가 만났던 모든 아이가 재탄생돼서 나왔어요.

[Y메이커①] 이종언 감독이 보낸 '생일' 초대장

Q: 아들을 잃은 순남(전도연)이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이: 굉장히 많은 유가족이 있어요. 어떤 분은 활동하고 연대를 하고 또 어떤 분은 이사를 가기도 하죠. 힘든 마음을 토로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고통의 크기를 비교할 수가 없어요. 순남은 어디에 말할 곳도 없고 남편도 없기 때문에 슬픔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는 여자죠. 사건으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전 영화에서 순남이 얼마나 변해가고 나아지는지를 보여주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후반부 생일 모임은 영화의 핵심이에요. 어려운 촬영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이: 3일 내내 배우들이 온종일 앉아서 울 수밖에 없었던 현장이었죠. 중요한 장면이었요. 제가 그 신(scene)에서 원했던 것이 있어요. 극장에 앉아 계신 분들이 이 공간에 와있는 것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그것만을 생각했죠. 저의 감정은 최대한 뒤로 가고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Q: 수호네 집은 진짜 우리네가 사는 듯한, 디테일에 놀랐어요.
이: 이목원 미술감독님과 함께했는데 훌륭했어요. 제가 90을 얘기하면 95를 95를 말하면 100일 준비해줬죠. 제 말을 너무 잘 이해해주셨어요. 실제로 몇몇 유가족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고요. 사실 영화 속 수호 방처럼 그렇게 정리가 안 된 상태는 아니에요. 다만 정일(설경구)이 그 방에 들어갔을 조금 전에 누군가가 있다가 나간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께서 바로 그걸 구현해주셨고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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