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 '어른의 의미'부터 '추모'까지, 스크린이 불러낸 세월호

[Y기획] '어른의 의미'부터 '추모'까지, 스크린이 불러낸 세월호

2019.03.21. 오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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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기획] '어른의 의미'부터 '추모'까지, 스크린이 불러낸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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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5주기를 맞는다. 진상규명은 현재 진행형이고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그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충돌 중이다. 세월호 참사가 상업영화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과 오는 4월 3일 개봉하는 '생일'(감독 이종언)이 그것이다.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2016)이나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2017) '그날, 바다'(2018) 등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나왔지만, 수십억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상업영화로 다뤄지는 것은 두 영화가 처음이다.

'악질경찰'은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생일'은 남겨진 자들의 추모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환기한다.

'악질경찰'은 액션과 감성을 동시에 담으며 호평을 얻은 '아저씨'(2010)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작품이다. 세월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걸 매개로 주인공의 변화와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묻는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영화는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의 부패한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소녀 장미나(전소니)와 얽히면서 거대 기업의 부패와 사회의 부조리에 다가서며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조필호와 장미나 사이에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여고생과 그 가족이 공통분모에 놓였다. 각자의 사연과 유가족,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극이 전개된다.

2015년 단원고등학교에 갔던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던 이정범 감독은 5년 넘게 영화를 준비했다. "논란은 예상하고 있다"던 그는 "세월호에 대한 감정이 거칠하고 투박하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 최대한 치열하게 찍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진정성과 상업영화의 미덕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다던 이정범 감독이지만 아쉽게도 개봉 첫날 3만 3072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과연 '악질경찰'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Y기획] '어른의 의미'부터 '추모'까지, 스크린이 불러낸 세월호

'생일'은 이창동 감독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은 이종언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이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로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추모, 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순남(전도연)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좀처럼 티를 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불쑥불쑥 화를 내고 아파트가 떠내려갈 정도로 큰 소리로 울며 그리움을 달랜다. 수호가 떠난 날, 가족 곁에 있지 못했던 정일(설경구)이 찾아오고 그렇게 순남, 정일 수호의 동생 예솔(김보민)은 수호의 빈자리를 느낀다.

영화의 백미는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날에 잔치를 여는 장면이다. 가족, 친구, 이웃이 모여 수호를 기억한다. 수호를 기억하며 웃고 울며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을 보여준다. 이종언 감독은 감정 과잉이나 신파를 걷어내고 담담한 연출을 보여줬다.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을 찾아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한 이 감독은 생일모임을 직접 준비했고, 이 경험을 영화화시켰다. '세월호 피로도'에 대한 이야기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서 또 다른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전 국민적 트라우마를 안긴 참사였던 만큼 이를 상업영화로 녹이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을 터. 이에 '악질경찰' '생일' 제작진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꼭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영화는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이슈를 영화에 직접 대입해서 해석하려고 하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사회적인 문제가 영화에 들어와서 그걸 생각하는 기회를 주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인 문제는 영화 속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시기의 문제인데, 민감하게 생각하거나 그 자체만을 부각하면 영화의 다른 면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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