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슈] 박찬욱의 '리틀드러머걸'...거장은 왜 드라마로 돌아왔나

[Y이슈] 박찬욱의 '리틀드러머걸'...거장은 왜 드라마로 돌아왔나

2019.03.21.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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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이슈] 박찬욱의 '리틀드러머걸'...거장은 왜 드라마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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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 박찬욱 감독이 안방극장을 두드린다. 거장이 스크린이 아닌 TV드라마로 돌아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20일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총 6부작 중 1, 2부가 공개된 이날 시사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작품을 연출한 계기와 소회를 상세히 밝혔다.

[Y이슈] 박찬욱의 '리틀드러머걸'...거장은 왜 드라마로 돌아왔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드라마는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은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을 읽은 뒤 판권을 가진 제작사 잉크 팩토리(The Ink Factory)에 먼저 연출 의사를 전달할 정도로 이야기에 매료됐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스토커'(2013), '아가씨'(2016) 등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과 강렬한 미장센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부름을 받았던 그는 드라마로 저변을 넓혔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오늘 공개된) 1, 2부 보다 뒷 부분이 더 재밌다. 남은 부분도 기대 부탁드린다"며 드라마 감독다운 면모를 드러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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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 형식으로 이 작품을 제작한 이유는 분명했다. 원작의 서사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선 120분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6부작의 드라마가 적합하는 판단에서였다.

박찬욱 감독 역시 "영화로 왜 생각 안 해봤겠냐마는 120분으로 줄이면 원작이 너무 훼손될 것 같았다. 희생이 컸을 것"이라면서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이 작품을 연출하고 싶었고 가장 적합한 포맷이 시리즈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새롭게 추가된 '감독판'이라는 수식어처럼, 2018년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앞서 공개됐던 작품과도 차이가 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집중해 본다면 같은 점이 없다고 할 만큼 모든 요소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시간을 더 들이니 편집, 음악, 사운드, 색보정 등이 좋아졌다. 또 편집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고. 편집은 같은데 테이크가 다른 장면도 있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가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BBC는 폭력, AMC는 노출과 욕설 묘사에 엄격했다"며 "감독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만큼 창작자의 의도가 더 깊이 베인 작품이다.

[Y이슈] 박찬욱의 '리틀드러머걸'...거장은 왜 드라마로 돌아왔나

드라마가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매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일 데다. 특히 드라마에서 엔딩은 다음 화를 시청하게 만드는 촉매로 작용하는 점에서 감독이 가장 주력한 부분이기도 하다. 주로 스크린으로 작품을 선보여온 박찬욱 감독도 이를 위해 거듭 고민했다.

박찬욱 감독 역시 "드라마는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각색했을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엔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틀 드러머 걸'에선 각 에피소드의 마무리에 주인공이 새로운 인물, 중요한 대상을 마주하며 끝난다. 이 드라마를 한 인물의 성장 드라마라고 봤을 때 주인공에게 중요한 대상, 사람을 짚어주는 역할을 엔딩이 하길 바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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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감독판을 내며 극장이 아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왓챠 플레이와 손잡았다. 드라마지만 매주 한 편씩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6편이 한날 한시에 베일을 벗는다.

이날 현장에서도 관심사였다. 극장이 아닌 드라마, 드라마 중에서도 기존 방송사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를 선택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많은 채널 중에서도 그의 의도에 부합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을 테다.

박찬욱 감독은 "한번에 다 볼 수 있게 한 점이 (기존 드라마와)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며 "제작자 입장에선 (에피소드를 한번에 공개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다음 회가 어떨까'하는 기대감도 좋지만,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한번에 이어 봤을 때 더 흥미로운 경험으로 다가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이 '리틀 드러머 걸'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왓챠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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